상상 그 이상! 우리와 더 가까워진 인공지능
상태바
상상 그 이상! 우리와 더 가까워진 인공지능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07.23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1982년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는 2019년,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AI)과 신체 능력을 지닌 복제인간(Replicants)이 등장해 자신을 만든 인간들과 대립하게 된다는 미래를 그린 작품이다. 관련 테마에서는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중 하나지만, 여느 SF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블레이드 러너 역시 현실이 되기엔 너무 가까운 미래를 상상했던 것 같다. 

마침내 영화의 배경인 2019년이 됐지만 우린 여전히 영화와 거리가 먼 ‘약(弱)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수준에 따라 크게 강약(强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만일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지성을 갖추거나 스스로 자신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게 되면 '강 인공지능'이 구현됐다고 말할 수 있고, 반대로 자의식이 없고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는 인공지능이라면 모두 '약 인공지능'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알다시피 블레이드 러너 속 복제인간이나 영화 어벤저스의 울트론 같은 강 인공지능은 아직 어디서도 구현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그만한 수준의 인공지능 구현은 아직 몇십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곤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궁금하다면 영화나 미래론자들의 막연한 이야기보단,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아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 인공지능 사회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일상과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은 AI 활용 사례들을 모아 살펴보고자 한다. 

소비자의 취향을 알아내는 분석형 AI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흔히 딥러닝 방법론)에 기반한 인공지능의 특징은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어떤 공통점이나 흐름을 찾아내는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로 아마존이나 쿠팡같은 전자상거래,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콘텐츠 유통산업에서 이를 활용해 소비자 취향을 분석하고, 콘텐츠나 상품을 추천하곤 했다. 그리고 이젠 활용 영역을 넓혀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추세다. 요리 연구는 이제 더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 

롯데제과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인공지능 빼빼로’와 ‘인공지능 꼬깔콘’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인공지능 음식 상품 제조에 뛰어들었다. 당시 롯데제과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통해 8만 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SNS 등에서 1000만여 건의 소비자 반응과 토픽을 수집한 뒤 그 안에서 특정 과자와 맛에 대한 노출 빈도와 관련성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빼빼로 ‘카카오닙스’ 맛과 ‘깔라만시 상큼요거트’ 맛이다.

이들 제품은 그 당시 건강한 과자를 추구하던 소비자들의 잠재 트렌드를 분석한 인공지능 분석에 기초해 출시된 것으로, 우려와 달리 생산량 전체가 완판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빼빼로 카카오 닙스 & 깔라만시 요거트
빼빼로 카카오 닙스 & 깔라만시 요거트 (사진=롯데제과)

이후 롯데제과는 후속 제품으로 인공지능 트렌드 분석 시스템 ‘엘시아(LCIA)’를 활용한 ‘꼬깔콘 버팔로윙’ 맛을 출시했다. 이 과자 역시 집에서 혼자 맥주에 과자 안주를 즐기는 ‘혼맥족’이 증가할 것이란 인공지능의 트렌드 분석과 그들이 평소 SNS를 통해 자주 언급하던 과자와 맛에 대한 취향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어진 것인데, 결과는 역시 성공적이었다.

꼬깔콘 버팔로윙 맛은 출시 후 수개월 동안 100만 봉지 판매라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맥주 안주로 꼬깔콘이 언급되는 횟수가 7배 이상 증가했으며 꼬깔콘과 맥주의 연관 지수도 무려 3배나 상승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맥주는 어떨까? 영국의 ‘인텔리전트X’가 골든 AI, 블랙 AI, 엠버 AI, 페일 AI라는 맥주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맥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들은 모두 인공지능 분석으로 소비자 취향을 저격해 만든 AI향(香) 맥주다. 또한 단순히 한 번 만들어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맥주의 맛과 제조 과정이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는 성장형 맥주란 점이 흥미로운 제품들이기도 하다.

AI 맥주의 소비자들은 누구든 병 라벨에 안내된 링크에 접속해 페이스북 메신저 앱과 연결된 인텔리전트 X 봇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곳에서 봇이 질문하는 몇 가지 객관식 질문에 답을 하면,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를 취합해 소비자들의 취향과 요구를 재정립해 맥주 제조 과정 개선에 적용한다. 인텔리전트X는 이 방법으로 서비스 개시 후 1년간 맥주 제조법을 무려 11차례나 개선했다고 한다.

인텔리전트 X의 블랙 AI & 페일 AI

사용자의 편의를 지원하는 도구형 AI

이번에는 사용자의 활동을 보조하는 도구형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인공지능은 보통 1~2 가지 기능에 특화된 자동화 처리 능력이 특징이며, 기업용 인공지능 도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서비스된다. 사용 방법도 대체로 간단한 편이다.

먼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배경 제거 작업에서 지옥을 맛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업계 속어로 ‘누끼를 딴다’고 표현하는 이 작업은 대상 객체와 주위 배경을 완전히 분리해내는 수작업으로, 대상의 형태가 복잡할수록 오랜 작업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만약 이 번거로운 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준다면? 당연히 생산성이 크게 오를 것이다. 스타트업 ‘이넘넷’이 서비스하는 ‘이넘컷’은 인공지능으로 이미지에서 배경과 사물을 자동으로 분리해주는 툴이다. 일부 사용료가 필요하지만 사용자는 이런 툴을 통해 큰 수고 없이 노동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정교하지 않은 수준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이 직접 하는 것과, 완성된 결과물을 일부 다듬기만 해도 되는 것의 차이는 크다. 게다가 인공지능 툴의 특성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교해진다는 점이다.

이넘컷 데모 화면
이넘컷 데모 화면 (자료=이넘넷)

자, 마치 드라마 속 회장님처럼 나 대신 식당을 예약해주는 비서가 있다면? 구글이 2018년 개발자 회의에서 공개한 ‘구글 듀플렉스(Duplex)’는 이미 이런 상상을 실제로 이뤄주고 있다.

일반적인 구글 어시스턴트 역할이 단순히 묻는 말에 답하거나 특정 기능을 작동시키는 정도라면, 확장 서비스인 구글 듀플렉스는 실제 사람과 거의 흡사한 문장과 어투를 구사할 수 있고, 사용자 대신 레스토랑이나 미용실 전화 예약을을 대신해주는 등 진짜 실감나는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이 공개한 구글 듀플렉스 시연 영상 속 대화 내용을 보면, 사용자 지시에 따라 구글 듀플렉스가 직접 헤어샵과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지시된 내용의 예약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사람처럼 ‘으음’ 같은 음성 제스처를 가미한다거나, 발음과 표기가 비슷한 표현들도 대화 속 맥락을 통해 정확히 구분하는 대화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심지어 듀플렉스와 통화한 담당자들조차 전화가 끝날 때까지 듀플렉스가 프로그램이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형 AI

인공지능은 때론 인간이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의 답을 던져 주기도 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딥러닝 기반의 택시 수요예측 모델(TGNet)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택시 업계가 겪어온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전체 택시 수에 비해 시간별, 지역별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인데, 카카오는 이 문제가 데이터가 아닌 ‘기사의 경험’에 의한 이동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카오 브레인이 공동 개발한 TGNet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택시 수요를 예측해 손님이 적은 곳에서 운행 중인 택시를 현재 수요가 많거나 곧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유도해 택시의 수요와 공급을 최적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이 기술은 향후 수요 공급에 따라 택시의 탄력 요금제 등을 마련할 기초 근거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카카오는 자사의 모델이 택시 수요 예측 모델의 기초 벤치마크인 뉴욕시 택시 데이터보다 우수하다고 밝혔는데, 이런 택시 수요 예측 기술이 향후 늦은 밤 서울 홍대 거리의 택시 수요 불균형 같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는 편당 제작비가 수억에서 수백억 원 이상 요구되는 고자본 콘텐츠다. 제작비가 높은 만큼 흥행 실패 시 돌아오는 리스크도 크며, 시나리오를 영화로 제작하는 결정의 과정 또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스크립트북(Script book)’은 이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서비스다. 스크립트북의 개발자는 영화 시나리오 분석에 대한 인간의 판단을 배제하는 대신, 흥행했던 과거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수집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스토리텔링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실제로 이 방법은 효과를 거둬, 스크립트북은 1970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에서 개봉한 6500여 개의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흥행 요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 소니 픽쳐스가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제작한 영화 62편을 분석해 실제 흥행에 실패한 영화 32편 중 22편을 예측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은, 인공지능의 모든 판단을 맹신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만들어진 과거의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예측은 뛰어날지 몰라도 전에 없던 새로운 포맷이나 시나리오 전개에 대한 판단 근거는 아직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이제 인공지능이 죽을 확률이 높아진 환자와 그가 곧 사망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렀단 사실이다.

구글과 스탠퍼드·캘리포니아·UC샌프란시스코 대학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죽음 예측 AI 시스템’은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 진료 기록, 연령, 인종 등의 데이터 수십만 건을 다각도로 분석해 해당 환자의 사망 시기를 분석한다. 이 시스템은 24시간 내 사망할 확률에 대해서는 무려 95%의 정확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편으로 어차피 사망할 환자라면 그가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환자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환자의 예상치 못한 임종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자 본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이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종래엔 정말로 자신이 자연사하는 시기나 병에 걸릴 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론 당신의 죽음을 예측해주는 인공지능 의사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조금은 섬찟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AI

앞선 사례가 모두 인공지능의 분석과 예측 능력에 초점을 둔 딱딱한 이야기라면, 이번엔 따뜻하고 감성적인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국내 기준으로도 홀로 사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젠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라고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져서, 얼마 전에는 ‘나만 없어. 다들 고양이 있고, 나만 없어.’란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특히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미래엔 반려동물이 지금처럼 꼭 살아있는 동물이 아닐 수도 있다. 조금 낯설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반려동물을 대신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보(Aibo)는 1999년 소니에서 선보였던 애완견 로봇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투박한 외모와 몇몇 정해진 행동만 가능한 장난감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도 이런 아이보에 매력을 느껴 아이보를 가족처럼 대해주던 마니아들이 일부 존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2006년에 단종되고 말았는데, 시간이 흘러 작년 초 CES 2018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모습으로 새롭게 등장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부활한 아이보는 발전된 제조기술 덕에 외형부터 전보다 훨씬 강아지처럼 귀엽게 만들어졌으며, 무엇보다 학습을 통해 주인을 인식하고 주어진 상황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가졌다. 눈과 코 등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주인의 얼굴을 익히고 그가 자신을 예뻐하는지, 괴롭히는지 등을 구분할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아이보는 환경에 따라 성격과 행동, 습득한 지식도 모두 다른 개성 있는 모습을 보이며, 심지어 사람 간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분석해 그들의 ‘서로 다른 관계’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신형 아이보는 구형 아이보보다 주인에게 훨씬 애틋하고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보가 얼마나 진짜 같은지는, 한 실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아이보를 개발한 소니는 동물학자 이마이즈미 다카아키(今泉忠明)와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 아이보가 실제 다른 견공들에게 로봇이나 장난감이 아닌 다른 개로 인식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실험은 서로 다른 견종과 주인으로 이뤄진 10개의 팀을 선발해 아이보와 견공을 2주 동안 함께 생활하게끔 한 것인데, 실험 결과 다수의 견공이 아이보를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다른 개’로 인식해 아이보의 행동을 따라 하거나 곤경에 빠진 아이보를 도와주려는 행동을 하고, 배를 보여주는 등, 아이보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건 양육 그 자체의 부담보다 동물의 사망으로 인한 이별의 아픔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버로 각각의 데이터가 저장되는 아이보처럼, 미래의 인공지능 반려동물들은 완전히 고장 난 후에도 새로운 몸에 이전 데이터를 이식하는 형태로 부활시킬 수 있는 반 영생의 존재들이 될 것이다. 아마도 미래엔 자신의 반려동물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이보 같은 인공지능 반려봇의 존재는 분명 진짜 개나 고양이들 대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악용되기 쉬운 이미지 분석 AI

최신 인공지능이 가장 두드러지게 활약함과 동시에 악용되기 쉬운 분야가 바로 이미지 분석과 처리에 관련된 영역들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 국가의 데이터 통제력이 가장 강력한 나라 중 하나다.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일찍이 전 국민의 얼굴과 신원을 특정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에 집중해 왔는데, 그 결과 이제는 걸음걸이만으로도 특정인을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중국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도시 거리에 중국 IT 회사 와트릭스(Watrix)가 개발한 인공지능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시스템은 얼굴이 흐릿한 상태에서도 그 사람의 실루엣과 걸음걸이 등의 움직임을 분석해 신분을 식별할 수 있으며, 최대 인식 거리도 50m로 상당히 긴 편이다. 만약 여기에 정교한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까지 접목한다면 이보다 강력한 대인 식별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와트릭스의 보행자 인식 솔루션 (사진=Watrix)
와트릭스의 보행자 인식 솔루션 (사진=Watrix)

문제는 이것이 범죄자 추적 같은 공익적 목적으로만 사용되면 좋겠지만, 중국은 공공연하게 자국민 감시를 위한 사회신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나라다. 이 시스템이 완성된 체제에서 거의 모든 중국인은 각종 인공지능 CCTV와 식별 도구로부터 그들의 모든 행동을 점수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세상처럼 말이다.

또 최근 중국에서는 인공지능의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을 악용한 또 하나의 사례가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리쉬’란 이름의 프로그래머가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로 포르노 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신원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밀려 이를 철회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리쉬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SNS에서 여성들의 얼굴 이미지를 수집한 뒤 이를 포르노 영상 속 여성의 얼굴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10만 명에 이르는 여성의 신원을 파악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이에 대한 윤리 문제 제기와 함께, 그가 수집한 개인정보 자체가 불법이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그는 프로그램 공개 계획을 철회하고 자신이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최근 사회적으로 전 애인과의 성관계 영상 등을 폭로하는 ‘리벤지 포르노’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가운데, 그와 비슷한 문제가 꼭 애인이나 지인에 의해서만 벌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점을 암시한다. 나아가 윤리적 판단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인공지능이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일에 사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가짜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는 딥페이크(Deep Fake)는 훨씬 더 위협적인 인공지능 합성 기술이다. 딥페이크란 특정인의 음성 데이터와 얼굴 사진 다수를 인공지능으로 학습한 후, 이를 동영상 속 다른 인물에게 합성해 감쪽같은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법이다.

아직은 움직임이 많은 영상에서 순간적으로 이미지가 일그러지거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합성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정적인 영상에서는 이미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 때문에 딥페이크는 이미 악의적으로 유명인을 사칭하거나 포르노 영상 제작 등에 오용되며 여러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편향성의 문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AI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분석·예측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 인공지능의 판단을 무조건 맹신하는 건 금물이다. 학습형 인공지능에는 늘 편향성이란 한계가 존재한다. 편향성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공정한 알고리즘으로 설계되더라도 학습에 주어지는 데이터는 크고 작은 편향을 지닌 인간에 의해 주어진 데이터란 점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의 편향성과 관련된 유명한 예로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 차게 공개한 트위터 챗봇 테이(Tay)가 있다. 당시 테이는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 받아 인종차별적 글을 올리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폭력적 성향을 보인 끝에 결국 공개 16시간 만에 계정이 폐쇄되고 말았다. 또 아마존이 공정한 평가를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 채용 평가 솔루션도 의도와 달리 남성 지원자에게만 높은 점수를 주는 성차별적 성향을 보이며 폐기된 사례가 있다.

차단된 테이의 계정
차단된 테이의 계정

이 밖에도 국내에서는 최근 네이버가 뉴스 기사에 대한 편집권 행사를 포기하고 인공지능 추천에 의한 뉴스 배열 시스템을 전면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가 공들여 취재한 기사나 심층·기획 보도의 뉴스 메인면 노출 빈도는 낮아지고 이슈성이 높고 자극적인 내용의 스트레이트 기사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며 ‘인공지능이 편집하는 뉴스조차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의 복잡한 신경망이 내리는 결론의 이유를 인간이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이 내리는 의사 결정의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여러 보완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IBM은 애초에 데이터에서 편향성이 발생한 부분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AI 오픈스케일’이란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도구는 도구일 뿐, 중요한 건 사용자의 인식

인공지능은 대체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다. 반면 인공지능에 대한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은 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아직까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는 도구라고 볼 때, 인공지능은 그 자체는 악하지 않다. 마치 불이나 전기처럼 궁극적으론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와 윤리적 관점에 따라 그것이 우리에게 혜택이나 불이익을 줄지 결정될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분야에 인공지능이 활용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인공지능과 얼마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는 인공지능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