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아바타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인터넷의 등장과 이로 인한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을 급격하게 바꿔 나갔다. 특히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한 소셜 미디어는 정치 환경조차도 바꿔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몇 번의 촛불집회,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 혁명 등은 모두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과거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직접 민주주의와 유사한, 별도의 대표를 통해 참여하는 현재의 민주주의를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개개인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졌으며, 민중의 대표를 뽑아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간접 민주주의가 현재 전세계의 대부분의 민주주의 체제를 이루고 있다.
물론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도 갖추고는 있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직접 뽑은 대표들이 과연 뽑은 사람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대부분의 경우 안정된 사회일수록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전체 투표자의 과반의 지지도 받지 못한 사람이 선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이렇게 선출된 대표라고 하더라도, 정략적인 이유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을 선출한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반의 직접 민주주의
그렇다면 모바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이 이런 간접 민주주의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증강 민주주의(Augmented Democracy)다.
MIT 미디어랩의 세자르 히달고(Cesar Hidalgo) 교수가 지난 2018년 TED에서 소개한 이 개념은, AI를 통해 구현된 각 개개인의 에이전트를 통해 개개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를 말한다.


히달고 교수는 최근 ‘피플 데모크라시(People Democracy)’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증강 민주주의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1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집한 바 있다.
그는 AI를 통해 개인의 정치, 사회적 성향과 취향, 상황 등을 고려해, 정치적인 안건을 결정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구현하고, 이 에이전트들의 투표를 통해 각종 안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이는 아직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고, 실제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사회적,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현재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에이전트의 구현이 너무나 먼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많은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개인의 보다 심층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에이전트는 각 개인의 성향을 더욱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정치가란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런 방식의 AI 기반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면, 정치 환경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이란 것이 사라지고, 정당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중요한 안건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또한 AI로 인해 없어질 직업에 정치인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로비스트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이를 여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미디어,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더욱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를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 도입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집할 데이터와 이를 반영해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방식, 그리고 AI의 안전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예상되며, 무엇보다도 보안에 대한 우려로 인해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증강 민주주의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단순히 산업이나 간단한 생활의 보조에서 벗어나 더 큰 그림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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