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서 데이터의 중요성,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대기업도 시행착오를 겪는다. 특히 AI처럼 아직 기업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기술들은 내부 데이터도, 참고할 만한 사례도 많지 않아 더욱 그렇다. 결국 직접 부딪쳐 보며 몸으로 익히는 방법이 최선, 그런 면에서 롯데그룹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AI를 도입한 기업 중 하나다. 

한국 IBM이 지난 주 5일 개최한 AI와 데이터 포럼 행사에는 롯데쇼핑 e커머스 본부 AI COE(AI Center of Excellence, 인공지능 전문가그룹) 센터장인 김혜영 상무가 참석해 롯데가 그룹 내 여러 사업 부문에 AI를 접목해보며 얻은 경험들을 한국 IBM 김종훈 전무와 인터뷰 형식으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혜영 상무는 지난 6월에 IBM이 선정한 전 세계 AI 여성 리더 40인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발표 중인 롯데그룹 김혜영 상무와 진행을 맡은 한국IBM 김종훈 전무

김혜영 상무는 “3년 전 처음 AI 도입을 선언했을 땐 방향이 뚜렷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AI 실험을 진행했고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현재는 크게 2가지 전략에 대해 그룹 내부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나는 우리와 접점을 이루고 있는 고객들의 기존 경험을 더 편리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것, 또 하나는 내부 직원과 파트너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데이터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유명 AI 쇼핑 어드바이저 ‘샬롯(Charlotte)’은 현재 누적 사용자 200만 명, 월 30만 건 정도의 사용량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샬롯 구축과 운영 과정에서의 교훈은 무엇이 있나?

언뜻 숫자로만 보면 매우 놀라운 수치지만, 롯데그룹의 전체 고객과 트래픽을 생각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샬롯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건데, 핵심 요소는 역시 데이터였다. 그리고 결코 한 번에 성공할 순 없다는 사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AI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대번에 알파고 같은 물건이 나올 줄 알았으나 막상 해보니 기반 데이터가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고객과 시스템으로 적절히 잘 녹여내는 과정도 얼마나 쉽지 않고 중요한 것인지 절실히 느꼈다.

또 고객사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서비스하는 비즈니스에서 과거엔 제품 하나하나의 특성에 대한 관심이 모자랐다. 그 제품에 대해서는 그것을 만드는 회사만이 알 뿐이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가치가 남다른 AI 시대에는 이런 사소한 데이터마저 잘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현재는 이런 사실들을 그룹 내에 공유하면서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젠 모두가 데이터를 어떻게 잘 모으고 정제할 것인가에 대한 공통의 생각을 갖고 있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롯데제과에서 몇 년 전 히트쳤던 ‘빼빼로 깔라만시 요거트’, ‘꼬깔콘 버팔로윙’은 상품 기획단에서부터 AI를 활용했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그때 어떤 자료를 썼고, 당시 성공으로 어떤 통찰을 얻게 됐나?

과제를 만드는데 어떻게 AI를 쓴다는 건지 모두가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전까지 제조사들은 AI를 보통 스마트팩토리나 생산성 향상들 위해 썼을 뿐이지만, 막상 관련 과제를 기획하고 현업들의 문제를 조사해보니 기획단에서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어떤 사람이 좋아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때 AI와 데이터를 공장 자동화에만 쓸 게 아니라 제품 기획에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어 본격적인 단계에서 과자는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므로 소셜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주목했다. 그에 앞서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사는지에 대해선 롯데그룹의 장점인 방대한 유통망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에 소셜상에서 거론되는 먹을거리와, 무엇이 잘 팔리는지를 복합적으로 조사해 빅데이터 분석에서 소셜 분석만으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와 실제 유통에서의 간극을 줄였다.

이를 위해선 대단히 정교한 레벨의 정보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빼빼로나 꼬깔콘이란 제품만 놓고 본 게 아니다. 과자의 재료나 맛, 포장 등 제품을 작은 속성 단위로 분석해 그 각각을 소셜 데이터로 분석해 예측력을 향상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실제 여러 기업이 참고했으면 한다.

롯데제과가 2017년에 출시했던 AI 빼빼로

AI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쩌다 보니 다른 기업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좌충우돌하며 경험을 쌓게 된 것 같다. 우선 AI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들을 새롭게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은데, 보통 기술 중심이다. 이런 시도를 기술 조직에서만 하려 하고, 의사 판단자들도 이를 기술 조직에만 위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AI와 데이터로 대변되는 신기술들은 결국 최종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출발도 비즈니스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즉, 비즈니스를 실제 수행하는 현업 조직에서 풀어야 할 숙제와 이루고픈 목표가 무엇인지 먼저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나와 있으며 우리 조직에는 다시 어떤 기술이 적합한지 그 부분을 기술 조직이 정해야 한다. 성과에 대한 목표나 이후 성과 평가도 현업 조직에서 하고 프로젝트도 현업 조직이 이끄는 것이 맞다고 본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제과에서는 마케팅 본부가 주관해 이끌어 나갔으며, 롯데백화점 역시 옴니채널 사업본부가 앞장섰다. AI 과제가 끝까지 비즈니스적인 목표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기술 조직보다 현업 조직에서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두 번째는 인력 문제다. 요즘 AI를 한다는 인력 찾기도 힘들고 몸값도 너무 비싸다. 하지만 기업은 빌드업이 중요하다. 한 번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조직과 구조가 큰 틀에서 자동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다양한 스킬 세트를 지닌 인력들이 필요하다. 단순 AI 전문가뿐 아니라 데이터를 가공하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엔지니어, UX 디자이너,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기술자 등 다양한 디지털 인력들이 모여야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하고 그것이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인지 알 수 있다. 다방면에서 경험이 많은 기획자와 개발자를 함께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사실 반대할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기업에서 스몰 스타트(Small Start)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게 꼭 바이블은 아니라고 본다. 스몰 스타트를 확장하려면 기업 내부 인력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충족할 수 없으며 국내에서도 몇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지속돼야 하고 AI는 도입해야 할 숙제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엔 빅 스타트(Big Start)가 필요하다.

작게 시작해서 큰 성공을 맛볼 순 없다. 작은 조직에서는 의사 결정권자를 설득하기도 어렵다. 빅 스타트의 좋은 점은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시작을 크게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교훈도 크고 조금 더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빅 스타트를 위해서는 기업 의사결정권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래에서 위가 아닌,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하는 ‘하향식 접근방식(Top down Approach)’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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