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의 적극적인 투자에 뒤쳐지고 있는 국내 인공지능 개발 환경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는 기술력으로 인해 막강한 국내 IT 인프라에 비해 초라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분야인 인공지능(이하 AI) 개발과 관련해서도 국내 기술력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과거의 전력 때문이다. 국내 AI 개발 인력의 실태와 AI 개발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기나긴 어둠의 터널 지난 AI 기술
인공지능(이하 AI)은 1950년대 처음 개념이 등장한 이후, 관심과 실망 사이를 오가며 수차례 중단되는 결과를 낳아왔으며, 심지어 2006년 딥러닝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완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심지어 최근 딥러닝의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나 RNN(Recurrent Neural Network)과 같은 신경망 모델조차 80년대부터 연구되던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각국에서 AI 개발자와 연구인력의 부족을 문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CNN이나 RNN과 같은 기술은 이론적인 기술로 실제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계에서는 ’인공신경망’이라는 용어 자체에 두드러기를 일으킬만큼 무관심을 넘어 혐오에 가까운 편견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점차 AI 기술에 대한 투자나 연구가 줄어들고 극히 소수의 연구자만이 명맥을 이어왔다.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가 DBN(Deep Belief Network) 알고리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딥러닝이 AI 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후 많은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AI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70년대와 80년대에 두 번의 겨울을 거치고 약 30년간 이렇다할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던 AI 분야에서 관련 연구 인력과 개발자를 바로 충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AI 관련 연구개발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의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미미한 수준이다. CB인사이트(CBInsight)의 예측에 의하면 AI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3년 17억 3900만 달러 규모에서 2017년 152억 4200만 달러로 8.8배 급증했으며, AI 스타트업에 대한 M&A 규모도 2013년 22건에서 2017년 115건으로 5.2배 증가했다.

전세계 AI 분야 투자 규모 추이 (단위: 100만 달러)
전세계 AI 스타트업 M&A 건수

특히 많은 기업들이 AI 관련 고급인재 확보와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의 AI 인력 확보를 위한 연간 투자액이 2017년 아마존 2565억 원, 구글 1464억 원, 마이크로소프트가 845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관련 기업들은 오픈 커뮤니티를 통한 R&D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활용함으로써 관련 기술의 개발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구글은 2017년 데이터 과학자 커뮤니티인 카글(Kaggle)을 인수했으며, 이 전에 IBM 또한 2015년 4만 명에 이르는 개발자가 활동하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알케미API(AlchemyAPI)를 인수한 바 있다.

AI 관련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각국 정부
AI 시장의 급격한 성장, 그리고 군사나 치안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특성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인공지능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가장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으로, AI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인식하고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선도 기업을 지정해 특화플랫폼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중국대학 인공지능 인재 국제육성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분야는 바이두, 의료 분야는 텐센트, 스마트시티는 알리바바, 음성인식은 아이플라이텍 등 기업별로 특화 플랫폼을 지정해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핵심 산업 1조 위안, 연관 산업 10조 위안 규모의 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가 차원의 대규모 선행투자를 통해 AI 핵심기술과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AI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미국 또한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연구, 군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초 기술을 확보하고, 이런 기술이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챌린지 플랫폼(Challenge.gov)으로, 오바마 대통령때 처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를 제시하고, 민간 차원에서 이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8년까지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정부는 총 819개의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 중에는 자율주행차,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개발 등의 과제가 포함돼 있었다.

미국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의 프로젝트를 통해 AI 과제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자연스럽게 기업의 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일본이나 유럽 정부 또한 AI 관련 지원 정책을 펼치며 관련 기술과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AI 관련 연구 인력의 결집을 위한 연구 거점을 마련하고 194억 엔을 투자해 데이터 기반의 AI 클라우드 인프라(ABCI)를 구축한 바 있다.
프랑스와 영국, 핀란드 등 유럽 각국들도 글로벌 기업의 AI 연구센터를 유치하고 AI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급 인력 턱없이 부족한 국내 AI 시장
하지만 이에 비해 국내 AI 기술력은 많이 취약한 상태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의 주요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하 IITP)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국내 AI 기술력은 미국에 비해 1.8년, 유럽에 비해 0.8년 뒤졌을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내는 이미 PoC(Proof of Concept)을 간신히 벗어난 상용 제품이 간간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렇게 AI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AI 분야에 대한 R&D 투자가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들의 경우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음성인식과 자동통역 분야에 7년간 9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실제 투자는 5년간 54억 원 수준에 그쳤었다.
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관련 연구에 투자를 단행하고는 있지만, 이미 많은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태에서 아직 세계적 수준을 쫓아가기에는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정부 차원의 투자도 미약한 상황이다. 국내 AI 투자 규모는 2013년 366억 원에서 2017년 2344억 원 규모로 6.4배 이상 크게 증가했으나, 중국의 6조 원, 미국의 1.2조 원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AI R&D 투자 추이 (단위: 억 원)

가장 큰 문제는 AI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더라도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관련 인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구나 석박사급의 고급인력에 대한 부족은 더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심지어 AI 전공자들까지도 관련 시장이 없어 다른 분야로 진출해 왔던 과거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대학이나 교육기관의 AI 관련 강좌나 커리큘럼이 부족하고, 인력양성 체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또한 AI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 역시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딥러닝을 위한 데이터와 데이터 세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로 해외에서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용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등을 일괄 제공하는 AI 허브를 구축해 제공해 소정의 효과를 얻고는 있으나, 아직도 질적, 양적으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AI 개발자의 종류와 필요 기술
현재 AI의 주요 분야는 자연어 처리, 신경망, 음성/영상 인식, 로봇 공학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이런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과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 AI의 우수성은 알고리즘에 의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I의 속도와 정확도는 바로 알고리즘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기존의 잘 만들어진 AI 플랫폼과 코드를 활용해 AI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서비스나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보다 최적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기술을 파악하고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머신러닝 엔지니어인 이반 파카스(Ivan Farkas)는 AI 개발자를 3가지 분류로 나눠, 각각의 개발자가 갖춰야 할 지식과 기술, 그리고 이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우선 개발자를 AI 소비자, 데이터 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 3가지 분류로 구분했다. AI 소비자는 기존의 API와 라이브러리 등을 이용해 몇 줄의 코드만으로 앱과 서비스를 제작하는 수준의 개발자로 다시 말해 AI 개발 플랫폼의 소비자를 말한다.
데이터 과학자는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일반적으로 추천 엔진과 같은 머신러닝 기반 툴이나 프로세스를 제작하는 개발자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통계 분석과 같은 수학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매트랩이나 옥타브, 파이썬, R과 같은 데이터 과학, 머신러닝 툴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데이터 시각화 패키지 사용법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머신러닝 엔지니어는 데이터 과학자로써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여기에 모델 설계는 물론, 데이터 과학자나 개발자가 사용할 머신러닝 모델을 패키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확률 통계 등 수학적 지식, 데이터 모델링과 평가,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라이브러리 적용, 소프트웨어 공학과 시스템 설계에 이르는 폭넓은 지식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AI 소비자는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데이터 과학자나 머신러닝 엔지니어와 같은 고급인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며,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AI 관련 교육을 받기 가장 간편한 경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엔비디아, 구글 등 해외 선도 AI 관련 업체들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강좌 등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나 이 또한 AI 소비자에 맞춘 교육이 대부분이며, 머신러닝을 위한 한국어 데이터 세트를 제공하는 곳은 찾기 힘들어 한국어 자연어 처리 등 국내 실정에 맞는 AI 서비스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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