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제외, 애플·MS 등 글로벌 기업이 주축
비전펀드 1호, 현재까지 수익률 62%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미국 IT 전문매체<테크크런치>가 26일(현지시각) 소프트뱅크 그룹이 1080억 달러(한화 약 128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 2호'를 공식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비전펀드 2호의 주요 투자처는 인공지능(AI)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왕세자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비전펀드 1호와 달리, 이번 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애플, 폭스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과 미즈호 은행,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스탠다드 차드를 비롯한 은행권 기업들의 투자가 주축이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2호에 약 380억 달러를 투자했다.

<테크크런치>는 이런 변화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관계 밀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소프트뱅크가 추가 투자자 합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펀드 규모는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비전펀드 2호까지 출범시키며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 기업 중 하나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의 투자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CB 인사이트는 소프트뱅크가 전 세계 377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중 24개 회사에 투자했으며, 2017년 첫 투자 이후 지금까지 62%의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주요 기업은 중국과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Didi Chuxing)과 그랩(Grab), 인도의 식료품 공급 업체인 그로퍼스(Grofers), 전자결제 업체 페이틈(Paytm), 한국의 쿠팡 등이며 이들 기업에는 무려 970억 달러에 이르는 비전 투자가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은 유망 기업, 기술에 대한 뛰어난 투자 감각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가 2000년 당시 투자 가뭄으로 허덕일 때, 손정의 회장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단 6분간의 짧은 면담 직후 곧바로 2000만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례는 특히 유명하다. 

손정의 회장(사진=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이후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의 투자금을 밑천삼아 꾸준히 승승장구 했으며, 2014년 상장에서 기업가치 23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소프트뱅크에 5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차익을 선물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모 아니면 도'식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이나 손실을 보곤 하는 손 회장의 투자는 늘 업계의 화젯거리였다. 그런 그가 이끄는 비전펀드에 천문학적인 돈이 집중된 만큼 비전펀드의 투자엔 전 세계에 이목이 쏠리곤 한다. 

일각에서는 비전펀드가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를 독식하고, 막대한 자금 규모로 모든 걸 밀어붙여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진 미래 기술사회의 핵심으로 꼽히는 AI 분야로 시선을 돌린 비전펀드의 투자가 관련 업계에 또 어떤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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