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변화시킬 것과 변화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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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변화시킬 것과 변화해야 할 것들
  • 이건한 기자
  • 승인 2020.03.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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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산업 변화에 앞서 AI의 특징 이해해야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과거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했던 인공지능(AI)과 달리, 이제 일상 전반에 찾아들기 시작한 요즘 AI는 과거와 달리 잊혀지거나 퇴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과가 증명되는 기술은 사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체인이 AI만큼이나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제품을 '반드시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를 시장이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AI가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 눈으로도 체감되는 성능 개선 효과, 광범위한 응용 분야가 있기에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만큼 AI가 인간의 일자리와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점차 증가하는 것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개중에는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다. 몇몇 예시를 통해 앞으로 AI가 활약할 영역과, 그로 인한 영향, 우리에게 필요한 생각의 변화 등에 대해 알아보자.

AI와 궁합이 잘 맞는 분야 – 분석, 예측, 간소화

최근 AI 개발의 주요 트렌드는 AI를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해 인간의 수고를 줄이고, 인간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협업지능 개발에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스카이넷 같은 무시무시한 AI의 등장을 걱정하곤 하지만 현재 AI 기술력으로 그만한 범용 AI가 탄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 앞으로도 빨라야 수십 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대신 지금의 AI는 특유의 학습, 추론 능력과 빠른 처리 속도를 극대화해 인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특히 가시적인 도입 성과를 보이고 있는 영역은 크게 분석과 예측, 프로세스 간소화 정도로 구분된다.

 

분석 – 영상의학 & 머신비전

먼저 AI 이미지 처리, 분석 능력을 극대화해 높은 생산성 개선을 이룬 분야로 영상의학과 머신비전이 있다. 영상의학에서 AI는 CT나 MRI 분석 영상 등, 기존에 인간 의사가 육안으로 직접 병변을 확인하던 판독 작업에 AI를 투입해 정확도를 보완하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증세가 미미해 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초기 병변의 진단에서 AI는 발군의 능력을 나타낸다.

2017년 구글은 인도와 미국의 안과 의사 54명과 협력해 12만 8000여 장에 이르는 망막 안저 이미지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당뇨병성 망막증’ 진단을 위한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성능 측정 결과 정확도 95% 이상으로, 안과 의사들의 평균 진단 확률인 91%보다 높은 진단률을 기록했다.

AI는 아주 작은 병변 하나로도 당뇨병성 망막증을 진단해낸다 (출처=구글 AI 블로그)
AI는 아주 작은 병변 하나로도 당뇨병성 망막증을 진단해낸다 (출처=구글 AI 블로그)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공신경망, 딥러닝 기반 AI 자체가 데이터상에서 공통된 특징을 추출하는 데 특화된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학습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정상과 비정상 이미지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식별하고 이를 기준으로 진단을 내리는 일에 있어 AI는 앞으로도 인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비슷한 예로 산업 현장에서 기계 부품의 불량을 빠르고 정교하게 검출해 내는 머신비전(Machine Vision) 역시 AI의 도입으로 큰 도약기를 맞이했다. 과거엔 정해진 규칙에 의한 불량 판독만 가능한 룰 베이스(Rule Base) 방식의 머신비전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AI 머신비전은 적은 양의 학습 데이터만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불량까지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AI 머신비전 스타트업 수아랩이 글로벌 머신비전 기업 코그넥스에 2300억 원에 인수된 사건이 좋은 사례다. 이는 당시 국내 벤처기업 매각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으로 기록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참조 - 기계는 눈보다 빠르다, ‘머신비전’ (테크월드, 2019.10)

AI 머신비전을 통한 미세 크랙 검출 (출처=라온피플)
AI 머신비전을 통한 미세 크랙 검출 (출처=라온피플)

예측 – 질병 & 일기예보

AI의 특징인 분석, 추론 능력은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분석 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일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나타낸다.

구글은 지난 2월 AI 기상 예측 프로그램인 ‘나우캐스트’를 발표했다. 나우캐스트는 미국 전역을 작은 타일로 나누고 최근 1시간 동안의 데이터를 2분 간격으로 수집한 뒤, AI를 활용해 5~10분 만의 분석으로 최대 6시간 이후의 날씨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예보에 6시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개선 결과다.

올해 코로나19 발발을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열흘 앞서 경고한 것은 캐나다의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 블루닷(BlueDot)이다. 블루닷은 각종 질병 네트워크나 언론 보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특정 질병이 발발하거나 유행할 가능성, 위험 지역 등을 사전에 판단해 경고해주는 서비스다.

블루닷과 같이 AI와 질병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알려지지 않은 질병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협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이를 응용한 AI 예측 서비스 규모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조 - 블루닷은 어떻게 WHO보다 빨리 중국 폐렴 사태를 예측했을까? (테크니들, 2020.01)

감염병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블루닷 서비스 (출처=블루닷 홈페이지)
감염병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블루닷 서비스 (출처=블루닷 홈페이지)

개발 단축 – 신약 개발

AI의 분석과 추론, 이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은 제품 개발 단축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보통 신약 개발은 질병에 효과가 있는 약물 요소를 찾고, 그것이 인간에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증명하기 위한 수만 번의 실험과 임상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그러나 AI는 이를 정확도 높은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며 신약 개발 기간을 대폭 줄여주고 있다. 지난 1월 일본의 100여 개 기업과 기관으로 구성된 연구 그룹은 자체 개발한 AI 신약 개발 기술이 비용을 기존의 절반, 기간은 30% 정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에서는 액사이언티아(Exscientia)와 일본의 다이닛폰스미토모 제약이 AI를 활용해 강박장애 치료제를 발견하고 임상실험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들 역시 통상 4.5년이 소요됐을 개발 과정이 AI 도입을 통해 1년까지 단축됐다고 발표했다.

 

분석, 반복 업무는 AI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

이처럼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크게 위협하지 않으면서 생산성 증대에 도움을 주는 영역은 아직 AI 단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분야들이다. AI가 도출해낸 결과를 2차 가공하고 다른 프로세스와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할 인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AI 단독으로도 최종 결과물의 대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라면, 이 영역은 향후 AI와 인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주로 예상되는 직군은 변동성이 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들이다.

자료=테크월드
AI의 특성을 파악하면 공존 가능한 영역과 경쟁하게 될 영역이 구분된다 (자료=테크월드)

통번역사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통번역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그리고 언어를 구성하는 요소의 의미는 변동성이 매우 낮고, 새로운 요소의 도입 빈도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는 AI의 안정적인 학습을 위해 최적화된 환경이다.

물론 문법과 단어만 안다고 제대로 된 번역이 이뤄지지 않는다. 수많은 문장을 학습하며 문맥에 따른 가장 자연스러운 번역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반복 학습과 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신 충분한 데이터와 시간이 주어질수록 정확도는 점점 높아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구글 번역이나 네이버 파파고 번역의 품질도 지속해서 개선되며 이제는 일상 대화 정도는 충분히 번역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또 일부지만 상대의 말을 듣고 즉석에서 번역된 음성을 들려주는 히어러블 액세서리들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다만, AI가 통번역사 전체를 대체할 순 없다. 특히 전문 기술 분야나 문학, 예술 등, 학습 데이터가 적고 해석의 범위가 넓은 분야에선 여전히 인간 통번역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영역에서는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오히려 인간을 고용하는 것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이들의 업 자체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AI 시대에서는 인간 전문가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줄고, 대신 일정 영역에 대해 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형태로 변해갈 것이다.

 

성우, 아나운서

아나운서나 성우 같은 직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AI를 활용한 음성합성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정 목소리에 대한 수십 분 정도의 녹음 데이터만 있으면 이후는 AI 단독으로 그 목소리를 매우 정교하게 합성해낼 수 있으며, 아예 새로운 특징을 지닌 가상의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또 TV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은 이미 3D 혼합현실 기술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수준이며, 실제 사례도 있다.

참조 - 머니브레인, 국내 최초 AI 얼굴 영상합성 공개 (테크월드, 2019.07)

머니브레인이 개발한 AI 뉴스 앵커
머니브레인이 개발한 AI 뉴스 앵커

AI와의 공존은 정해진 미래, 인간성에서 경쟁력 찾아야

이처럼 미래엔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이 AI를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들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AI를 경계하고 배제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AI와의 공존이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지금부터 AI에게 양보할 영역이 무엇인지, 또 시간이 흘러도 AI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은 무엇인지, 또 AI를 도구로 활용해 인간의 스킬을 보다 향상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향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모범 사례는 바둑이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AI 바둑 ‘알파고’에 패배한 뒤 바둑계의 분위기는 가히 초상집과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가 인간의 바둑은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사고를 전환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어차피 AI를 이길 수 없다면, AI 바둑을 배워 연구하자'는 것이 바둑계의 새로운 결정이었다. 이후 지금은 많은 프로바둑 기사가 자국의 바둑 AI와 대국을 나누며 기력을 상승시키고 있다. 독창적인 수도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으며, 바둑 리그 역시 존속되고 있다. 

AI와 함께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완전히 확신하긴 이르다. AI 기술 발전이 생각보다 더뎌, 우려하던 미래들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크든 작든 AI로 인한 영향들은 분명 생겨날 것이기에, 지금부터 AI의 특성을 파악하고 AI를 어떻게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테크월드 - 월간 <EMBEDDED> 3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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