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 갈등 이후의 대처 현황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2019년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걸어온 무역갈등의 시작으로부터 반년이 훌쩍 지났다. 당시 정부는 일본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 등을 구축해 신속히 대응했다. 반도체 부문에서의 소재·장비 자체조달수준은 27%, 디스플레이 또한 소재는 30% 장비는 70% 등의 시장을 유지해오던 정부가 이를 격파하기 위해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개발 주요 정책

정부는 작년 무역갈등 발생 당시 긴급 대응센터를 구성해 방어하고, 24시간 상시 통관 지원, 해외 대체 공급처 발굴 조사 비용 50% 지원 등 발빠른 대처를 보여줬다. 그러나 시설 증설, 세액 공제 대상 확대, 기술 개발 등의 시간이 필요한 작업을 한 데 모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2020~2030 소재·부품·장비 주요 사업 로드맵

올해 1월 초 2020년 부처합동 설명회를 통해 과기정통부(이하 과기부)는 일본이 표면적으로 외교 문제를 이용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재·장비 부문에서 전 세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이 불화수소, 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을 대상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걸어왔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다.

작년 7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수출제한 3대 품목을 포함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소재 100대 전략적 핵심품목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5년 내 해당 품목의 공급안정을 도모할 것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다.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는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 100개를 강소기업으로 지정·지원해 전략품목에 해당하는 제품을 빠르게 국산화하도록 지원한다. 지난 12월 55개의 기업을 최종 선정했으며, 나머지 45개 기업은 올해 내로 선정된다. 중기부는 해당 사업에 5년간 기업당 최대 182억 원을 지원한다.

‘12인치 반도체 공공 테스트베드 팹 구축’ 사업은 작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되며, 실제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환경의 공공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제품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45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은 2015년 시행돼 2024년 종료로 진행되는 과제로, 신개념 연구방법론에 기반해 미래소재를 확보하고 소재·부품의 핵심원천기술의 완성도를 실증함으로써 대외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외에도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신설, 안정적 재원 확보,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등 2019, 2020년 신설된 과제들은 대부분 2024년을 목표로 두고 있다. 정부는 크게 작년과 올해를 기초·원천기술 확보의 시기, 작년부터 2022년까지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그리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전반적으로 기초·원천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급 공정에 사용되는 해외 소재·장비·부품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기술력이 많이 부족해, 단기적으로는 2024년까지, 길게는 2030년까지 관련 원천기술을 확립하겠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인 테크-브릿지(Tech-Bridge) 사업,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융합2030은 각각 2637억 원, 4000억 원, 7000억 원이 투자된다. 각 사업은 테크브릿지 플랫폼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이전을 받은 중소기업에게 기술이전의 후속 상용화에 대한 기술개발자금을 지원, 나노·미래소재 기술 20건 이상 확보를 목적으로 시행되며, 나노·소재융합2030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자립화, 수입 다변화 현황은?

수출 규제 이후 국내 대기업의 인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국내외를 오가며 수입처를 찾아다녔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던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의 소재 수급 상황이 큰 이슈였다. 다행히 각 업체는 보유한 재고를 효율적으로 사용, 중국·대만 등으로 빠르게 수입처를 변경하면서 공장 가동 중지 없이 고비를 넘겼다. 또한, 일본도 규제를 뒀던 제품에 대해 하나씩 수출을 허가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JSR과 벨기에 반도체 연구개발 허브 아이멕(IMEC)의 합작법인을 통해 EUV 포토레지스트를 우회 수입하다, 일본의 수출 허가로 9개월분의 재고를 확보하게 됐다. SK머티리얼즈는 5N(99.999%) 수준의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의 국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을 400억 원에 인수해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월 내 포토레지스트 소재 사업 담당 자회사를 따로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산 원료를 수입, 재가공해 불화수소를 만들어내는 렘테크놀러지도 SK하이닉스의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국산 원료로 제작한 액체 불화수소를 제품에 사용하고 있으며, 소재·부품 전면 국산화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급 공정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고정밀 기술을 따라가기 쉽지 않아 수출규제와 같은 사태를 대비해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쓰고 있다.

 

듀폰 전자·이미징 사업부 존 켐프 사장(오른쪽)이 장상현 KOTRA 인베스타코리아 대표(왼쪽)에게 투자신고서를 제출하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가운데)도 함께 참석했다.

작년에 소재 수급에 위협을 느낀 정부는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제품을 공정테스트하고, 기업의 시행 자금을 지원했다. 한 차례 고비를 지나고 작년 말과 올해 초 국내에는 해외 기업의 협력, 국내 유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1월 엠이엠씨(MEMC)는 충남 천안에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생산 제2공장을 준공했고, 미국의 듀폰(DuPont)도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천안에 건설한다는 투자신고서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제출했다.

 

기술 격차 극복만큼 중요한 기업 간 중개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달성하더라도, 이를 취사 선택하는 건 대기업이다. 현재 국내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단기간 위기를 넘기기 위해 국내 제품을 사용할지라도, 무역 관계가 안정화되면 계속 국내 기업의 제품만 공급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국내 기술 제품은 비용적인 경쟁력도 약해, 수출규제 초기에도 대기업들은 중국이나 대만쪽으로 먼저 수입처를 바꿔나갔다. 이를 위해 주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대-중소기업 간 수요공급망이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품질인증제도, 기술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수요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을 고려, 시험해볼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중간에서 잘 조율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3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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