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소재 연구 현황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한국연구재단에 의하면, 재료과학 분야의 피인용 상위 1% 논문수 국가순위(2007~2017년)에서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한국이 논문 수 553개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피인용 상위 1%란 해당 논문이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가 상위 1%에 포함되는 논문을 의미한다. 소재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본은 6위에 그쳐있다. 한국은 다른 연구 분야에 비해 국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연구경쟁력은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당장은 산업 현장에서의 기술력이 뒤처질 수 있으나, 10~20년 뒤 중장기적인 미래에는 더 우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견고하고 투명한 웨어러블을 위한 그래핀

AB 적층 이충층 그래핀의 투과전자현미경 이미지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고분자 나노 복합소재인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구성되며, 2차원 물질의 육각 벌집 구조를 가진다. 강철과 비교해 200배 강하고, 실리콘(Si) 대비 전하이동성이 100배 우수하며, 98%의 투명도를 자랑한다. 또한, 신축성이 좋고 열 전도성이 뛰어나 투명한 전자소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고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ETRI, 기초과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등 연구기관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에는 쎄미시스코, 비나텍, 솔루에타 등이 있다.

그러나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의 소재로 적합해 보이는 이 그래핀은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밴드갭(Band Gap) 성질이 없어 전자 소자의 전원을 제어할 수 없다. 또한, 특수한 구조로 제작되거나 특정 환경에서만 반도체적인 특성을 보여, 단기간 내 상용화를 이루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노와이어(Nano Wire),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NF) 등의 소재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중 CNF는 나무와 같은 식물로 제작한 극세 섬유로 강도가 강하며, 물에 섞거 사용할 경우 끈기가 생겨 열을 가해도 잘 변형되지 않는다. 플렉서블 전극, 디스플레이 필름이나 시트 등을 적용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대비책 저전력 소재, SiC와 GaN

상용화가 좀처럼 쉽지 않은 그래핀에 비해 실리콘카바이드(SiC, 탄화규소)는 다이오드, 모듈, MOSFET 등 다양한 전자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SiC는 실리콘(Si)와 탄소(C)로 이뤄진 화합물로, 실리콘 대비 약 3배의 열 전도성을 가져 발열량이 많은 전기차에 적합하며, 밴드갭은 실리콘의 3배, 전기 저항성은 1/3로 전기적 손실을 최소화한다. 주파수 대역 또한 실리콘은 100~200KHz인데 비해 SiC는 300~500KHz 대역까지 사용할 수 있어 애플리케이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현재 SiC 시장은 인피니언, 울프스피드(Wolfspeed), 로옴(Rohm),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온세미컨덕터 등이 이끌어가고 있다.

 

작년 9월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을 전체 인수해 2020년 1분기 내에 국내 SiC 공정 최적화, 생산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그 외에 국내에서 SiC 분야에 대한 연구 상황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저전력 반도체 개발 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는 SiC 개발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랜 개발 기간과 성과 없이도 미래를 바라본 자금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제품부터 자율주행까지 향후 모든 분야에 저전력 반도체가 장착될 것이며, 현재 한국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SiC보다 더 높은 성능이 기대되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질화갈륨)은 SiC의 뒤를 이을 신소재로 주목된다. 현재는 SiC도 수율을 높이는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 SiC 제품 제조 비용이 높기 때문에, 아직은 GaN이 독자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대신 SiC나 실리콘 위에 GaN을 올려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도 실리콘위에 GaN이 입혀진 소재보다 SiC 위에 GaN이 올라갔을 때 열 전도성이 3배 더 높고 전압과 전력 밀도의 동작범위 또한 넓다.

GaN은 전력 손실을 더욱 낮춰 충전 시스템을 제작할 경우 전력 효율을 높여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SiC와 같이 낮은 스위칭 손실, 빠른 스위칭 속도, 높은 출력 밀도의 성능도 가진다. 그러나 전력 제어에 대한 신뢰성 문제나 수율 등으로 인해 아직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소재 강국은 중국?

[표 1] 재료과학 분야 피인용 상위 1% 논문수 국가 순위(2007~2017년)

각 국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 재료과학 분야의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의 국가 순위는 중국이 3092건, 점유율 38.8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이 확대되는 비율에 비해,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한 자국 내 수급률은 20% 정도로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고급 수준의 반도체 생산 라인으로의 공급이 전혀 없고, 중·저품질의 재료 공급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는 ‘국가 집적회로 산업 투자 기금’을 설립해 1단계로는 반도체 칩 디자인, 패키징, 측정 테스트, 제조 분야에 투자, 2단계로는 반도체 재료와 설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국가 제조업 전환·업그레이드 기금’을 설립해 ▲특수 품종 금속 기능 재료 ▲고성능 구조 재료 ▲기능성 폴리머 재료 ▲특수 품종 무기 비금속 재료 ▲선진 복합재료 등과 관련 기술 개발과 제품 제조 분야로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상하이신양(Shanghai Sinyang), 중환(中环股份), 장펑전자,(江丰电子) 우완신소재, 장화 마이크로(Jianghua Micro), 난다 옵토일렉트로닉스(Nanda Optoelectronics), 안지 테크놀러지(Anji Technology) 등이 있다. 재료연구소(KIMS)와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NNPC)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반도체 재료 판매액은 연평균 13%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 107.4억 달러(한화 약 12조 9000억 원) 규모의 판매액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2020년 나노·소재분야 기술개발사업계획

작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20년 나노·소재분야 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전략 소재·부품의 중점 요소 기술 개발을 우선 지원할 것을 발표했다. 이후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소재·부품, 첨단 연구·검사장비 등에 선제적 투자를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나노·소재원천기술 개발에는 올해 442억 원, 신소재를 개발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에는 409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으며, 전체 개발 사업에 총 2336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실리콘 공정 기술 영역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더라도, 차세대 소재로 변하는 순간, 시장의 상황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차차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는 시기에 맞춰, 국내 소재 시장도 신기술에 보다 집중해, 새로운 시장의 포문을 열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