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율 50%에 불과해 개선책 마련 시급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은 선진국 대비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투자비 부담이 커 기술 경쟁력이 낮고 핵심 부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도 진출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다. 이번 호에서는 국제적으로 반도체 소재산업의 국가별, 업체별 비중을 살펴보고자 한다. 

반도체 8대 제조공정

반도체 소재 산업의 국가별, 업체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기 전에, 각 소재의 활용용도를 알기 위해 반도체의 8대 제조공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제조공정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웨이퍼(Wafer)를 만든다.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Si, 실리콘)를 뜨거운 열로 녹여 고순도의 실리콘 용액으로 만들고 실리콘 기둥인 잉곳을 만든다. 이걸 정밀하게 횡으로 쪼개 둥근 원판 형태의 웨이퍼를 만든다. 

둘째, 웨이퍼 표면 위에 산화막을 씌우는 산화(Oxidation)공정이 있다. 이는 실리콘 표면을 보호하고 배선이 합선되지 않도록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철이 대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돼 녹이 스는 원리를 이용한다. 

셋째, 포토(Photo Lithography) 공정이 있다. 먼저 도면 검사를 한 회로 패턴을 석영을 가공해 만든 유리판 위에 그려 포토 마스크를 만든다. 이때 도면은 50~100m 정도에 이를 정도로 크게 만들어 세밀하게 회로도를 그린다. 산화막을 입힌 웨이퍼 위에 빛에 민감한 물질인 감광액(PR, 포토레지스트)를 균일하게 바른다. 감광액을 바른 웨이퍼에 노광장비를 사용해 회로 패턴을 그린 포토 마스크에 빛을 통과시키고 렌즈를 통해 축소된 회로를 감광액에 새기는 노광(Stepper Exposure) 작업을 하게 된다. 

넷째,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Ething) 공정이 있다. 이때 사용하는 소재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 수출규제를 한 불화수소다. 

다섯째, 웨이퍼 윗부분에 박막(Thin Film)을 입히는 박막 증착(Deposition) 공정이 있다. 웨이퍼 위에 원하는 분자 또는 원자 단위의 물질을 박막 두께로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게 한다. 전도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반도체에 전기적 성질을 띠는 입자를 회로 패턴과 연결된 부분에 주입하는 이온 주입 공정도 함께 실시한다. 

여섯째, 금속 배선(Metal Line) 공정이 있다. 회로패턴을 따라 알루미늄으로 전기 길을 만드는 금속 배선을 이어준다.

일곱째, 웨이퍼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테스트 공정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웨이퍼 완성 단계에서테스트하는 EDS(Electrical Die Sorting) 공정, 조립 공정을 거쳐 패키지화된 상태에서 테스트하는 패키징 테스트, 출하되기 전 소비자의 관점에서 테스트하는 품질 테스트가 있다. 

여덟째, 반도체 칩을 탑재될 기기에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패키징 공정이 있다. 칩 바닥에 놓는 리드 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실리콘 기판 사이 전기 신호를 전달하고, 외부의 습기나 충격으로부터 칩을 보호한다. 칩 위에 덮는 합성수지는 고온을 가해 젤 상태로 만든 후 원하는 형태의 틀에 넣어 완성하며, 칩을 습기와 충격, 합선 등으로부터 보호한다. 

반도체 8대 제조공정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점유율

반도체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은 웨이퍼 제작부터 회로를 인쇄하고 금속 배선까지 설치하는 공정이며, 후공정은 회로가 새겨진 웨이퍼를 개별 칩별로 절단해 금속선을 연결하고 조립, 검사, 패키징까지 진행하는 공정이다. 전공정과 후공정의 소재산업은 각각 58%, 42%를 차지해 전공정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업체들도 전공정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공정 소재 내에서는 실리콘 웨이퍼의 비중이 18%로 가장 높다. 그 뒤로 포토마스크(7%), 증착 재료(7%)가 뒤를 잇는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주목받은 포토레지스트는 3%에 불과하나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반도체 소재별 비중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일본이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신에츠가 30%, 섬코(SUMCO)가 27%로 각각 1, 2위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 뒤로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즈가 18%, 독일의 실트로닉이 15%, 한국의 SK실트론이 1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국내 웨이퍼의 수입규모는 4억 7000만 달러이며, 이중 일본산 비중은 39.7%에 달한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과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스텔라와 모리타가 상당부분을 생산한다. 

포토 마스크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호야가 삼성전자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이 회사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노광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일본의 5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JSR이 24%, 신에츠화학이 23%, 도쿄오카공업(TOK)이 22%, 스미토모화학이 16%, 후지필름이 9%로 글로벌 시장의 94%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광 공정을 진행하는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8%, 일본의 니콘이 10.3%, 캐논이 4.3%를 점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의 제품별 세계 시장 점유율은 반도체 차단재가 78%,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반도체 평탄화 공정) 슬러리가 53%, 반도체 봉지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공정 재료별 글로벌 시장 현황

반도체 소재 산업의 현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국의 반도체 소재산업은 수입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소재의 국산화율은 50%에 이르고 있으며, 전공정 소재(46%)보다 후공정 소재(56%)의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8년 기준으로 반도체 소재의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소재는 웨이퍼로 16억 1000만 달러를 수입했으며, 7억 5000만 달러를 수출해 무역수지 8억 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수입국은 일본으로 45%, 다음은 네덜란드(25%), 미국(24%) 순이다. 

우리나라의 소재 산업 발달이 미약한 이유는 원천기술이 부재한 점이 크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기술에 치중한 점이 주효하다 할 것이다. 반면, 일본은 이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개발해 끊임없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시장 규모는 작아도 성장성이 큰 시장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장인정신에 입각해 글로벌 1등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소재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만큼, 제품 개발 속도가 빠른 점도 장점이다. 라이프사이클이 짧다 보니 후발주자가 적기에 시장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기존에 진입한 국내 소재 기업이라 하더라도, 반도체 소자 기업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은 점은 고급인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4개 기업은 1~2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은 대부분 200~3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 소재 강국이 되기 위해선 선제적 기술개발과 함께, 소재 기업의 부족한 자금력과 인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정부와 반도체종합기업과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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