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은 사전협의 없이 우리나라의 수출주력사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연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세라믹 원료·소재 국산화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대일의존도가 높은 세라믹 원료로는 산화알루미늄(Al₂O₃), 지르코니아(ZrO₂), 이트리아(Y₂O₃), 티타니아(TiO₂), 실리카(SiO₂), 탄화규소(SiC), 질화규소(Si₃N₄), 질화알루미늄(AlN) 등이 있으며, 고순도, 고품위, 고성능의 세라믹 원료일수록 대일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특히 대표적인 세라믹 원료소재 중 하나인 산화알루미늄(Al₂O₃)은 기계적 특성, 화학적 안정성, 전기 절연성, 내열성, 유전 특성, 경도, 값싼 원료 등의 장점으로 인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고방열 부품 등의 고신뢰성·안정성을 실현하는 내열·내식·방열 특성이 우수한 세라믹 원료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리튬이차전지의 열적 안정성과 기계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산화알루미늄 입자를 슬러리 형태로 분리막에 코팅한 후 건조해 제조하는 세라믹코팅 분리막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화알루미늄 분말소재의 국산화를 위핫 첫 걸음

일반적으로 산화알루미늄 원료 분말은 분말의 용도와 특성에 따라 저소다, 이소결성, 활성알루미나, 구상알루미나 등의 종류로 개발돼 왔다. 국산 산화알루미늄 분말의 생산·공급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해 국산화율은 35%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반도체, 이차전지, 전자산업 등에 적용되는 고순도·고품위의 산화알루미늄 분말의 대일의존도는 오히려 확대돼 국내시장은 일본제품이 독과점한 상태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산화알루미늄 분말소재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국산 원료의 특성, 성능, 신뢰성을 수입 원료 이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산화알루미늄 분말의 상용화를 위해 국산 산화알루미늄 소재·응용부품에 대한 표준(Standard)과 인증(Certification)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산화알루미늄 분말소재의 상용화기술, 국산 산화알루미늄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표준화의 필요성, 국내외 연구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산화알루미늄 소재 상용화기술

산화알루미늄은 값이 저렴해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거의 불활성 상태로 존재해 일반적인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비해 물리적, 화학적, 기계적, 열적으로 높은 안정성을 가진다. 고온에서 소성되면 커런덤형 구조를 가진 α산화알루미늄상으로 최종 변화되나 여러 준안정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1] 산화알루미늄 소성온도에 따른 상전이 과정

산화알루미늄은 알루미나 금속염을 이용해 제조한 수산화물로부터, 산화알루미늄을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boehmite⟶γ⟶δ⟶θ ⟶α산화알루미늄과 같은 상전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성온도에 따른 상전이 과정은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화알루미늄 산업의 핵심원료인 α산화알루미늄은 약 1200℃ 이상에서 소성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그림 2], 이는 γ산화알루미늄에 비해 밀도가 높고 화학적 내구성과 기계적 강도가 우수해 연마재, 촉매 지지체, 단결정 사파이어, 세라믹 코팅 분리막 등의 제조를 위한 원료로 사용된다.

 

[그림 2] 다양한 소결 온도에서 제조된 산화알루미늄 입자들의 X-선 회절결과

산화알루미늄 분말원료 제조법에는 현재 보크사이트(Bauxite)를 원료로 하는 베이어(Bayer)법이 상용화돼 있다. 베이어법은 알루미늄 용출과정, 레드 머드 분리과정, 수산화알루미늄 결정화과정, 소성과정으로 구성된다. 베이어법으로 생산된 알루미나의 순도는 대략 99.6~99.8% 수준이며, 국내의 경우 KC만이 유일하게 베이어공정을 통해 연간 15만 톤 규모, 99.6%의 순도의 산화알루미늄 분말을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쇼와덴코(Showa denko), 스미토모(Sumitomo), 일본경금속, 알로카(Aloca), 찰코(Chalco) 등에서 알루미나 분말을 제조하고 있으며, 입도별로 분쇄해 내화물용과 3~5㎛의 파인세라믹용으로 생산·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베이어법은 고농도의 NaOH 용액을 사용하는 공정 특성상 제조된 산화알루미늄 분말에 다량의 나트륨이 불순물로 혼입돼 고순도 알루미나를 제조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베이어법으로 생산한 수산화알루미늄으로부터 고순도 알루미나를 제조할 경우, 별도로 고도의 정제공정이 요구된다. 고순도 알루미나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습식합성법인 알콕사이드 가수분해법, 암모늄 명반의 열분해법, 알루미늄탄산염 열분해법 등이 있다.

국내 고순도 산화알루미늄 제조업체로는 싸아이에스, 한국알루미나 등이 있으며 입자 크기에 따라 고순도 산화알루미늄 분말을 생산하고 있다.

이소결성 산화알루미늄은 산화알루미늄의 소결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불순물(Na2O, SiO₂, CaO 등)의 함량을 최소화 하고, 입자 크기를 서브마이크론 수준으로 낮추고, 소결조제인 마그네시아(MgO)를 첨가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는 프레스 성형, 테이크 캐스팅, 주입성형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성형 방법에 적용된다.

이로 인해 산화알루미늄의 순도, 분말의 분산성, 탈 바인더성, 수축률 안정성, α화율 등이 엄격히 제어된 분말로써, 소결 중에 발생하는 비정상 입성장을 억제해 산화알루미늄을 치밀하고 균일한 미세구조를 갖춰 고경도, 내식성, 고강도를 발현할 수 있는 분말로 개발됐다.

현재는 대한세라믹스에서 입자 크기과 형상에 따라 이소결 산화알루미늄을 생산하고 있다. 구상 산화알루미늄은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장 등 전자기기의 부품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열 부재로 사용된다.

제조방법으로는 졸겔법, 오일법 등이 활용되고 있으나 이 방법들은 1㎛ 이하의 구형입자 제조만이 가능하며 치밀한 조직을 얻기 힘들다. 그러나 방열시트의 충진률, 열전도성 향상을 위해서는 1~40㎛ 입자가 필요하다. 40㎛ 이상의 구상 산화알루미늄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화염형성을 위한 연료로 연소가스, 플라즈마, 산소버너 등을 사용하는 화염용융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 3] 산화알루미늄 산업계 적용분야

대한세라믹스에서는 산소버너를 사용한 화염용사공정을 통해 다양한 크기의 구상 산화알루미늄을 생산하고 있다. [그림 3]은 산화알루미늄 분말을 적용한 MLCC 산업용 소성 부재, 방탄소재, 방열소재, 이차전지 코팅분리막 등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상용기술들은 현재 일본기업인 쇼와 덴코, 스미모토, 덴카(Denka) 등의 산화알루미늄 분말을 사용하고 있어 산화알루미늄 국산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산 산화알루미늄은 일본제품에 비해 분말의 불균일한 입도분포, 소재 내부 결함 등으로 인해 고품질 제품 생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분말생산단계에서 물리적·화학적 물성 개선과 제조공정 최적화 기술이 요구된다.

 

산화알루미늄 소재 분야 표준화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수요기업들과 정부에서는 세라믹 원료·소재의 재고 물량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으로 수입국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 물량 확보와 수입국 다변화는 단기적인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세라믹 원료·소재의 국산화를 통해 지급률을 높여야 한다. 세라믹 원료·소재 중에 산화알루미늄 분말 부분에서 스미토모화학과 일본경금속은 전 세계 시장에서 13%의 점유율을 나타내며, 국내시장은 90% 이상을 차지해 일본 업체에 거의 전량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산 산화알루미늄 분말은 기존 수입 분말 대체 시, 추가공정 개발투자 소요와 대체에 따르는 리스크로 인해 수요기업(반도체, 전자산업 등)의 적용이 힘들었다. 한편 생산기업은 생산 분말의 기초물성분석, 공정기술적용, 최종제품 성능평가를 위한 시스템 부족으로 수요기업 요구 대응과 데이터에 기반한 시장 진입 활동에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산화알루미늄 분말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요기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생산기업의 관련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응용 관련 실증기술, 즉 제품생산 표준공정기술, 소재·부품·제품 연계 평가기술, 인증제도·인증을 뒷받침하기 위한 표준화 개발이 필요하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 따르면 ‘표준이란 재료, 제품, 공정, 서비스 등이 목적에 적합한지를 보증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활용될 수 있는 요구사항, 사양, 가이드라인, 특성(Characterist ics)을 제공하는 합의(Consensus)된 문서’다. 표준은 반드시 제조자, 소비자, 규제당국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그들 간 합의하에 제정돼야 하며, 낮은 거래비용, 가격, 제품의 안전성, 품질 향상 등을 통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특히, 국제표준은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성, 신뢰성, 우수한 품질을 보증하고, 생산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진입과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무역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표준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에 따라 하위 단계인 사내표준으로부터 단체표준(ASTM 등)과 국가표준(KS, JIS, DIN 등)을 거쳐 최상위 단계인 국제표준(ISO, IEC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국가표준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특히 국제표준 분야에서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에는 분야별로 기술위원회(TC, Technical Committee)가 있는데, 세라믹 분야의 국제표준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는 TC 206이다. 파인세라믹스(Fine ceramics) 제목의 ISO/TC 206은 1992년에 설립돼 분체(Powders), 모놀리스(Monoliths), 코팅(Coatings), 복합체(Composites) 등에 대한 평가기술들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고 있다.

 

[표 1] 산화알루미늄 분말소재 평가기술 관련 해외 표준화 현황

최근에는 전력반도체용 단결정 소재, SOFC용 소재, 에너지 하베스팅용 압전소재와 열전소재 등 세라믹의 응용분야들로 국제표준화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표 1]은 첨단산업용 산화알루미늄 분말소재 평가기술과 관련한 해외 표준화 현황을 나타낸 것이다.

반도체, 방열소재와 같은 첨단산업용 분말 소재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높은 만큼 평가기술에 대한 표준화 수준 또한 일본의 JIS 표준이 가장 앞서 있어, JIS를 토대로 ISO, KS 표준들이 제정·활용되고 있다. 성공적인 국산화를 위해서는 반도체산업용 이소결 산화알루미늄 분말과 전자산업용 고방열 구상 산화알루미늄에 요구되는 분체 특성, 성능 평가기술에 대한 표준화 연구가 필요하다.

 

산화알루미늄 소재 국산화 기술·연구 동향 ②로 이어집니다.

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재료기술센터 이동원 선임연구원
자료제공: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10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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