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별 특성과 현황 고려한 대책 필요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일본은 반도체 소재 분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을 넘는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중 2019년에 수출규제를 실시한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는 대일수입 의존도가 90%에 이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의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33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거래처 변경으로 인한 수율 급락 위험, 높은 개발비 등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오직 국산화가 능사는 아니며, 수입 다변화 전략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관련 다변화 현황에 대해 분석해 봤다. 

노광과 이온 주입 장비, 국산화율 0%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50.3%에 불과하다. 특히 노광과 이온 주입 장비의 국산화율은 0%다. 단 두 장비의 경우 일본의 비중이 크지 않다. 다만 이 두 공정에 대한 거래처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관계는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수급문제는 크지 않다. 한 반도체 제조업체 관계자도 “(노광 장비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과는 정치적으로든 다른 어떤 관계로든 크게 문제가 없어 공급차질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온주입 공정은 주요 생산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거의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엑설리스 테크놀로지(Axcelis Technologies)가 일정 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두 업체와는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당장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국산화 노력이 활발한 불화수소

수입다변화가 시급한 소재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큰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다. 불화수소는 대체가 어렵지만 불가능한 기술 수준은 아니어서 국산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비록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하면서 2019년 일본에서의 불화수소 수입이 전월 대비 10배 증가했지만, 언제 다시 수출규제 카드를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에 국산화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불화수소는 실리콘 웨이퍼에 새긴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산화막을 제거하는 식각공정에 쓰인다.

이와 관련해 솔브레인은 지난 1월 2일 순도 12나인(99.9999999999%)의 액체 불화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국내 수요의 70~80%를 담당할 수 있는 생산량을 갖추게 됐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 거래처다. 

IBK 기업은행은 2019년 11월 말 홍인화학에 175억 원을 투자금으로 조성해 지원했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고순도염화수소는 반도체 웨이퍼의 세정과 식각 공정 소재로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소재다. 

램테크놀러지는 액체 불화수소(HF)의 국산화를 위해 2월 6일 3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축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이 완료되면 회사의 액체 불화수소 생산능력은 5~6배 증가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후성은 2019년 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신뢰도와 정합성 테스트를 끝내고 자사의 불화수소를 D램 생산라인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화와 수입다변화 동시에 진행하는 포토레지스트

일본의 반도체 소재 주요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는 대체하기가 어려운 소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산화와 수입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빛의 노출에 반응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소재다. 포토레지스트는 그동안 불화크립톤(KrF)와 불화아르곤(ArF)가 많이 쓰였지만, 두 소재의 파장이 각각 248nm와 198nm로 길어 미세공정에는 사용하기 힘들다. 반면 일본이 수출규제한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13.5nm의 짧은 파장을 갖춰 미세공정에 적합하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기업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포토레지스트 규제는 결국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옥죄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월 7일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포토레지스트 소재 개발에 나서는 형국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불화크립톤과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해 왔으며, EUV용 포토레지스트 관련 자체 특허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 

동진쎄미켐은 포토레지스트 생산 기업으로 올해 1분기 중에 불화크립톤과 불화이르곤 포토레지스트의 생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내년 초 포토레지스트 생산량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지난 1월 13일에는 이준혁 대표이사가 벨기에 IMEC를 방문해, 15년간 지속해온 기술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EUV와 OLED 등 반도체와 차세대 미래 기술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벨기에 IMEC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의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조달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자회사인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3300만 달러를 출자해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미국 인프리아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에는 SK하이닉스와 TSMC, JSR도 함께 참여했다. 인프리아는 금속 산화물로 포토레지스트를 만들어 일본 업체보다 빛에 대한 흡수율이 4배 이상 높은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EUV용 포토레지스트 다변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지난 1월 9일 미국 실리콘밸리를 직접 찾아가 듀폰의 존 켐프 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을 한국 내에 구축하기로 최종 확정했으며, KOTRA에 투자신고서를 제출했다. 총 투자금액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280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공장 부지는 충남 천안으로 정했다. 

 

작지만 큰 역할하는 반도체 소재

일본의 수출규제로 주목받은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이외의 반도체 소재는 산발적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제작 단계 중 가장 앞부분에 속하는 웨이퍼(Wafer) 개발을 위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진행하기로 했다. 실리콘 기판인 웨이퍼를 제작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단계들을 거쳐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단결정 성장’ 단계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웨이퍼 제작에 있어 결정적인 단계다. 일본의 글로벌 웨이퍼 시장점유율은 57%에 이르며, 국내기업의 일본 의존도는 39.7%에 달한다. 

에스앤에스텍은 2001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블랭크 마스크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다. 블랭크 마스크는 포토 마스크의 원재료로, 일본의 호야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특히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 제품을 100% 사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개발 혹은 수입 다변화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 

SK머티리얼즈는 경북 영주시 본사에 통합분석센터를 구축하고 반도체 박막 공정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통합분석센터에서는 반도체 박막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인 육불화텅스텐(WF6) 제작, 박막 공정에서 박막을 웨이퍼 위에 균일하게 쌓는 전구체(Precursor), 반도체 공정용 세정액과 식각액에 대한 정밀 분석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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