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대기업 유튜버 3년 차의 브랜드 광고 전략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반도체도 특산품이 될 수 있나요?”

SK하이닉스는 어느샌가 반도체 기업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다. “반도체도 특산품이 될 수 있나요?”는 SK하이닉스의 광고 중 ‘이천 특산품편’에 나오는 대사다. 이 광고는 한 초등학생이 반도체 개발에 자부심을 가지는 엔지니어 아빠의 말을 믿고, ‘우리 고장 이천의 대표적인 특산품을 적으시오’라는 4점짜리 시험 문제에 ‘반도체’라고 썼다가 틀리는 사건을 시작으로 한다.

학생은 “아빠가 만든 반도체 세계적이라며!”하고 투정을 부리고 아빠는 이천 시청에 특산품을 물어보게 된다.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한 아빠는 ‘이천의 특산품, 반도체’를 알리고 결국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청주 직지와 연관 짓는 등 SK하이닉스는 꾸준히 개인을 향한 B2C 광고를 해오고 있다. 강조하는 것처럼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 B2C 광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SK하이닉스 B2C 마케팅 구성과 목표

 

“SK하이닉스는 뭐 하는 회사야?”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B2C 마케팅을 펼친 건 2018년이다. 당시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기업PR 광고를 선보였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 3가지를 대중에게 교조적이지 않으면서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 광고는 현재 아쉽게도 비공개 처리돼 있다.

이후 콘텐츠를 살펴보면 일상 속에서 반도체가 어디에 활용되는지 짧고 쉽게 알려주는 ‘생활 속의 SK하이닉스’부터 ‘안에서 밖을 만들다’, ‘테너시티 신드롬’, ‘이천 특산품편’, ‘세계적인 첨단 반도체 청주편’ 등이 있다. 지난 3월에는 ‘눈력자들’이라는 광고로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눈, 절대 색감을 가진 눈, 몸속까지 보는 눈, 멀리까지 내다보는 눈이 모여 SK하이닉스의 CMOS 이미지센서를 만들어낸다는 광고 영상이 공개됐다.

 

4명의 ‘눈력자들’이 모여 CMOS 이미지 센서를 구동시키는 콘셉트의 광고

SK하이닉스 브랜드 전략팀에서 광고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호언 TL은 “과거 현대 전자 시절에 B2C 제품을 판매하고 광고했었지만,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SK하이닉스는 브랜드 정인지율이 많이 높은 편은 아니었기에,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SK하이닉스를 설명해주면 ‘아~’하고 알지만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B2C 성향 광고로 얻은 효과에 관해 묻자 “일단 20년이 지나 반도체 회사로 광고에 등장한 모습 자체가 새롭다는 인식이 많다. 광고를 통해 SK하이닉스가 무엇을 하고, 어떤 철학을 가진 회사인지 인지도를 심어주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마케팅을 진행한 지 2~3년 정도 돼, 현재는 이런 효과가 강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내 건 슬로건은 ‘첨단기술의 중심,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이다. 이런 기업의 정체성은 매 광고 마지막에 ‘전 세계적인 기술 개발’임을 강조하는 것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눈력자들에서도 ‘디지털 세상의 눈이 되는 CMOS 이미지 센서를 만듭니다’라는 대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천의 특산품에서, 금속활자 개발 정신까지

앞서 소개한 ‘이천 특산품편’과 함께 ‘세계적인 첨단 반도체 청주편’ 광고는 SK하이닉스의 기업이 위치한 지역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특히, 청주에서의 광고는 72단 3D 낸드플래시, 96단 4D 낸드플래시, 128단 4D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내는 것을 강조하고, 이를 과거 금속활자 개발에 빗대어 소개한다. 등장 인물들의 ‘전생’을 콘셉트로 과거와 현재의 직장 내 ‘갑질’ 상황을 이야기에 녹여내 시청자의 공감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청주 직지 금속활자 제작에 반도체 개발을 빗댄 광고

이호언 TL은 “이런 지역기반 광고는 단순히 소재로 사용했을 뿐, 기업의 위치를 알리는 것 말고는 다른 의도가 없었다. 그러나 처음 제작했던 이천 특산품편이 좋은 반응을 얻어 지역 콘셉트의 청주편 광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주시는 SK하이닉스 측에 ‘청주편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전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 꿈이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신드롬’ 시리즈의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테너시티 신드롬’과 ‘큐리오시티 신드롬’ 광고를 통해 미래 인재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테너시티 신드롬은 SK하이닉스의 브랜드 정체성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집념(Tenacity)’을 모티브로 만든 콘텐츠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을 겨냥한 광고다.

이는 게임에 빠진 ‘한희수’라는 인물이 수능 100일 전에도 게임에 빠져있는 ‘집념’의 성격으로 SK하이닉스에 합격해, 반도체도 게임처럼 미션을 달성하듯 개발해낸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 기업이나 중국으로의 반도체 인력 이동 등을 고려한 기획으로 해석된다.

 

게임에 집념이 강했던 주인공이 반도체를 게임처럼 만드는 콘셉트의 광고

광고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실제로 반도체 인력 양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고려대학교와 2005년부터 산학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2009년부터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운영해온 데 이어 2021년부터는 ‘반도체 공학과’ 학부를 신설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런 시도는 ‘큐리오시티 신드롬’ 광고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기존 테너시티 신드롬의 ‘한희수’의 동생으로 ‘한익수’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꼭 직접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했던 ‘한익수’가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술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에 흥미를 느껴 고려대 반도체 공학과에 입학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기심이 많았던 주인공이 반도체에 꿈을 가지고 관련 학과에 입학하는 이야기의 광고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경력 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부 설문 조사 결과, SK하이닉스 브랜드 광고를 본 뒤 입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답변 수치가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또한, 취업 선호기업 순위도 과거 대비 많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언급한 광고 외에 최근에도 연재되고 있는 ‘반도의 반도체 썰’과 같은 SK하이닉스의 주력 기술인 CIS, D램, 낸드플래시에 대해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서로 질답하는 콘텐츠도 있다. 이 또한 이공계 인재와 취업준비생에게 반도체 정보를 전하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알기 쉽게 홍보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이호언 TL은 “모든 콘텐츠를 광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TV 광고의 경우 브랜드 가치 제고 의도가 강하지만, 그 외의 유튜브 콘텐츠들은 이에 앞서 회사를 알리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인재 유입의 선순환 기조를 만드는 것이 기획 의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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