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운대 구상모 교수, “지금이 반도체 소자의 패러다임 시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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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운대 구상모 교수, “지금이 반도체 소자의 패러다임 시프트”
  • 선연수 기자
  • 승인 2020.06.11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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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반도체의 기반, 차세대 경쟁력이 될 전력 반도체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시스템 반도체 강국을 위한 걸음은 계속되고 있을까? 작년 봄 정부와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한 이후 메모리 외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발전을 위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과제를 하나씩 진행해나가고 있다. 올해 진행되는 정부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제조 전문인력 양성 과제’ 중, ‘제조공정’ 분야에서 3개 대학의 기관책임자를 맡은 광운대학교 전자재료공학과 구상모 교수와 시스템 반도체의 기반이 되는 전력 반도체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광운대학교 전자재료공학과 구상모 교수

 

Q. 작년 시스템 반도체 관련 세미나에서 현재 국내 전력 반도체 산업은 열악한 편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한국이 전력 반도체와 소재 산업을 육성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은 대기업들의 생산 제품이나 시장점유율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산업 구조다.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다량 생산의 특성을 가지는 제품으로, 선행기술개발과 설비의 집중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러나 비메모리 반도체에 속하는 전력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성을 가진다. 응용분야별로 특화된 시장을 통해 다양한 설계와 공정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해당 분야의 수요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현재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며, 필요한 제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편중된 반도체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정확한 개념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도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점유해나갈 수 있는 산업 구조로 가야 한다.

 

Q. 인공지능(AI) 분야와 같이 각광받는 신기술에는 항상 인재 부족 문제가 뒤따른다.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의 인재 상황은 어떤가?

현재로서는 전력 반도체 전문가급 인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풍부한 경력을 가진 인력들의 재교육을 통해 관련 분야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전력 반도체 산업 전반이 활성화되면, 국내 기업체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석박사 전문인력 양성도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도 긴요한 상황이다. 올해 3월부터 국비 120억 원의 지원을 받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자제조 전문인력 양성 과제’가 진행된다. 이는 전력반도체 분야에 있어서는 첫 정부 과제다. 산학협력을 통해 매년 전력 반도체 전문 인력을 75명 이상 양성하고, 산업계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과제는 제조공정, 소자설계, 시스템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되며, 그중 제조공정 분야의 주관 대학으로서 광운대학교가 채택됐고, 기관책임자로서 임하게 됐다. 정부 과제인 만큼 아이에이 파워트론, 케이씨(KC), 예스파워테크닉스, 파워큐브세미, 큐알티(QRT) 등 다양한 중소기업과 산학협력을 진행하게 되며, 향후 업체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을 비롯한 전국 10개 대학이 총괄로 참여해 전력 반도체 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운대 반도체 나노소자 연구실에서 SiC 전력 반도체 웨이퍼를 측정·분석하는 모습

 

Q. 차세대 유망 전력 반도체 소재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실리콘 외 소재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궁금하다.

SiC(실리콘카바이드, 4족 반도체), GaN(갈륨나이트라이드, 3-5족 반도체), Ga2O3(갈륨옥사이드, 산화물 반도체), 다이아몬드(Diamond, 4족 반도체) 등은 기존에 사용되던 Si(실리콘)보다 넓은 에너지 갭을 가지는 ‘고에너지갭’ 반도체 소재들이다.

전력 반도체는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전압과 전류를 제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쉽게 말하자면, 온오프(On/Off)에 맞춰 전류가 크게 잘 흐르도록 하거나 확실하게 흐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저항이 낮아 온(On) 상태일 때는 전류 이동 시의 손실을 줄이고, 오프(Off) 상태일 때는 확실하게 막아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류가 흐르지 않을 때, 반도체 길이(Dimension)에 대한 전압 차이를 전계라고 한다. 실리콘, SiC, GaN 모두 같은 길이를 가지고 있을 경우, Si는 100볼트를 버틸 수 있다면 SiC와 GaN은 10배인 1000볼트를 버틸 수 있다. 이는 한 가지 변수를 비교했을 경우이며, 실제로는 여러가지 물성(물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높은 전압을 잘 버텨야 하는 분야에서는 SiC나 GaN이 실리콘 소재와 비교해 이점을 가진다.

실리콘과 비교해 3~4배 더 넓은 고에너지갭 특성을 가지는 SiC, GaN 등의 소재는 에너지갭이 큰 경우 고온에서도 반도체 성질이 유지된다. 발생되는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 냉각 시켜주는 열전도 특성 또한 전력반도체 소재에 요구되는 특성 중 하나다.

 

Q. SiC, GaN은 이미 일부 상용화되고 있다. 다른 소재 기술과 비교해 어떤 우수성을 가지는가?

SiC와 GaN은 기판 기술이 다른 소재에 비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SiC는 실리콘 수준만큼은 아니나 꽤나 다양한 크기·품질의 웨이퍼와 기판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GaN은 여타 소재에 비해 기술이 없지는 않으나, 웨이퍼·기판 기술이 굉장히 고난이도다. 실제로 GaN의 경우 실리콘이나 SiC 위에 에피택셜 성장(Epitaxial growth) 시키는 형태다.

이 소재들로 만들어진 웨이퍼들은 기존에 실리콘으로 진행되던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된 것이다. 특히, SiC는 기존의 유휴장비나 실리콘장비 공정을 굉장히 많이 이용할 수 있다. GaN은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하지만 비슷한 공정 패턴을 가진다. 갈륨옥사이드나 다이아몬드의 경우 아직 연구 레벨의 일부 실험용 기판 제작 정도만 이뤄지고 있으며, 양산 수준의 웨이퍼 공급 기술은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Q. 그렇다면 SiC와 GaN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SiC는 고전력 분야, GaN은 고주파 전력 소자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소개한 차세대 신소재들은 고에너지갭이라는 물성은 비슷하나, SiC는 실리콘과 같은 간접(Indirect)갭 반도체로서 전통적인 전력소자에 적합하고, GaN은 직접(Direct)갭 반도체로서 고주파 전력소자와 광소자에 적합하다는 차이가 있다.

적용 분야를 살펴보자면 SiC는 우수한 열특성으로 자동차, 고속철도, 우주·항공, 국방 등 일반적으로 실리콘이 많이 쓰이는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훨씬 큰 전류와 전압을 허용하는 분야에 활용된다. GaN은 고주파수를 사용하는 5G와 같은 통신 분야에 적합하며, LED와 같은 광소자에서도 물리적으로 큰 장점을 가져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포스트 실리콘’ 전력 반도체로서는 SiC가 SBD다이오드, MOSFET, BJT, IGBT 등을 일련의 품종들로 모두 사업화하려는 취지로서 개발되고 있다.

 

광운대 고에너지갭 반도체 연구센터에서 측정·분석 중인 SiC 전력 반도체 웨이퍼

 

Q. 해외의 연구·개발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이 참고할만한 사업 지원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미국, 일본에서는 SiC나 GaN과 관련한 인재 양성, 국가 과제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크리(Cree)는 미국 동부 지역을 포괄한 해안 지역에 ‘실리콘 카바이드 코리도(SiC Corridor)’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고, 뉴욕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주지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뉴욕 주립대와도 협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과거 메모리 반도체 강자였던 인피니언이 2000년대 글로벌 경기불황을 겪으며, 메모리 대신 전력 반도체 부분을 공략해 현재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업계가 국가의 전력 반도체 칩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학원생의 교육·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에서 SiC 기술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급증하는 전기차(EV), 5G 모바일, 신재생에너지로의 변환, 새로운 국방 산업 기술 등의 분야 내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각 국의 정책으로 판단된다.

IT 분야를 반도체, 통신, 디스플레이 등으로 나누고 있지만, 이 모든 분야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 반도체 부품이다. IT 분야에서 산업의 영향력이나 인력은 갖춰진 상황이지만, 전력 반도체만 놓고 봤을 때 글로벌한 경쟁력이 있는 고급 인재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과의 악순환도 존재한다. 인재를 뽑는 기업 측면에서는 고급 인재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고, 이에 석박사 수준의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측면에서는 유행을 타는 분야가 아니기에 학생들이 세부 전공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전기차,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등 전력이 필요한 곳에는 인버터가 필요하고, 전력 반도체가 집적되기 마련이다. 이런 전력 필수품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각국에서 긴 기간동안 노력하고 투자해오고 있다.

현재는 실리콘 소자에서 SiC, GaN으로 소자 비즈니스가 넘어가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다. 한국이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를 잘해왔듯 이 분야에서도 아직 가능성이 있는, 시작하기 괜찮은 시기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결국엔 전력 반도체 제품을 수입해서 쓸 수 밖에 없다. 이 패러다임은 결국 SiC와 GaN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디스플레이 인프라가 축적된 지금, 전력 반도체에 대한 적절한 투자만 이뤄진다면,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는 현 시점에 매우 전략적이고 시의적절한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은 코로나19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에 관한 질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강의 방식은 어떠한가?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공학 전체가 실습과 실험 수업의 특수성이 있어, 현재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산학협력이나 교류도 예년보다 제약이 많다. 해외의 협력 대학과 연구기관의 경우 전면 폐쇄, 전면 재택 근무인 경우도 있어, 국내는 상대적으로 교육과 연구 상황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대면 강의보다도 직접적인 교류의 한계로 인해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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