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특성에 기반한 차량용 IC, MCU, SoC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자율주행을 향해 달리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시스템 반도체의 집약체다. 기계부품의 자리를 대체한 전장부품들은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에 저전력 성능은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장치의 기능에 따라 크게 IC, 마이크로 컴포넌트, SoC(System on Chip)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와 시장 현황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림 1] 자동차에서 시스템 반도체의 역할

 

차량용 반도체의 기본, IC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중 주요 IC로는 구동(Driver) IC와 전원(Power) IC가 있다. 구동 IC는 엔진처럼 높은 출력의 전류가 필요할 경우 사용되며, 장치의 전류·전압을 관리한다. 전원 IC는 발전 장치에서 생성된 전류를 각종 장치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IC다. 특히, 기기 내부 열관리가 중요한 차량 시스템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2] 적용분야별 전 세계 IC 시장 성장률(2017~2021F CAGR) (출처: IC 인사이츠)

IC 부품은 차량에 집적되는 부품이 늘어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다. IC인사이츠(IC Insights)는 자동차 분야의 IC 시장이 지난 2018년 전체 IC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것에 이어, 2021년에는 9.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아날로그 IC가 전체 차량용 IC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그러나 점차 복잡성이 높아지는 시스템 설계와 부품 간 상호 연결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차량 제어의 핵심, MCU

내연기관 차량이 자동차 모양의 틀을 쓴 컴퓨터로 변신하고 있다. 냉난방, 온도 조절, 전력 관리, 차량 내 각종 서비스 등 수많은 일을 수행하는 자동차는 작업 종류 만큼의 컴퓨터 대수를 요구한다. 이처럼 자동차에 들어가는 컴퓨터를 ECU(Electronic Control Unit)라고 하며, 이는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를 연산하고 차량의 행동을 명령하는 자동차의 두뇌역할을 한다. 이 ECU의 핵심이 바로 마이크로 컴포넌트들이다.

마이크로 컴포넌트는 범용 프로세서로 MPU(Microprocessor Unit) MCU(Microcontroller unit), DSP (Digital Signal Processor) 등으로 구분된다. MCU는 전장시스템을 제어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개중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ECU에 하나의 MCU가 탑재되나, 최근 장치에 대한 요구사항이 고도화되면서 여러개의 MCU를 집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등이 주요 제품 공급처다.

 

[그림 3] 전 세계 MCU 시장 변화 추이(2016~2023년) (출처: IC 인사이츠)

IC 인사이츠에 의하면 MCU 시장은 작년 잠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올해부터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 MCU 시장의 30%가량을 차량용 MCU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ADAS 시스템을 적용한 차량이 다수 출시되면서 MCU 시장이 성장했으나, 참여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ASP(평균판매가격)이 연평균 3.7% 하락하는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32bit MCU 기술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내 ADAS 탑재 등으로 인해 ECU 집적 수가 늘어나면서 MCU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간단한 통합형 시스템, SoC

그러나 안전성과 효율을 위해 점점 더 늘어나는 부품들과 소프트웨어는 제조 업체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수많은 컴퓨팅 시스템을 일일이 설계하고, 서로 연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다시 통합형 시스템을 보급하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SoC는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기술로, 보통 MCU를 비롯한 주변 소자를 통합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연산 기능, 데이터의 저장·기억,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 변화 등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함으로써 시스템 복잡도를 최소화한다. 이런 통합적 제어를 맡는 ECU는 SoC로 보기도 하며, 최근 ECU의 개수도 늘어 아예 이를 통합한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하면 센서도 빠질 수 없다. 레이더, 라이다와 같은 시각 정보를 위한 센서뿐만 아니라, MEMS에 기반한 속도·유량·압력 센서와 신호처리부, 네트워크부를 합친 통합 센서용 SoC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연료전지 차량 등에서는 연비는 높이면서도 공해는 최소화하기 위해 액추에이터용 SoC도 사용되고 있다.

 

[그림 4] 전 세계 지역별 자동차 ECU 시장 규모 (출처: 마켓앤마켓 리서치)

마켓앤마켓 리서치(MarketsandMarkets Research)에 따르면, 차량 ECU 시장은 2018년 250억 8000만 달러의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5년 392억 8000만 달러의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성과 편의성 강화, 하이브리드 전기차(HEV)와 배터리 전기차(BEV) 등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른 성장으로 분석된다. MCU와 마찬가지로 ADAS 시스템 기술 성장과 도입 증가로 인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마켓앤마켓은 윈드실드 타입 HUD(Head Up Display), 카메라 모듈, 레이더·라이다 처리 기술 등 실시간 처리가 중요해지는 고급 텔레매틱스를 장착한 고급차량에 대한 수요가 64bit ECU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안전과 효율의 필수 요건 ‘저전력’

인피니언,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은 저전력 반도체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긴 투자기간이 필요하며 개발이 어려운 기술이지만, 전력 절감에 있어서 분명 이유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 모아 말한다.

저전력 반도체 기술은 회로 설계 이전의 웨이퍼 소재 선택부터 시작된다. 최근에 많이 채택되고 있는 소재 SiC(실리콘카바이드)는 기존의 실리콘보다 열 전도율이 우수하고, 저항성은 1/300 정도이며, 전기장에서의 강도는 10배 더 강력하다. 게다가 1/10의 크기로도 실리콘 제품과 같은 성능을 낸다.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은 신차 개발에 이미 SiC 반도체 제품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내에 더 많은 부품들이 집약되는 만큼 더 낮은 전력 소모 성능을 달성하는 제품이 필요하다. 라이다로 다른 차량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ECU가 연산한 뒤 제어 명령을 내리고, 기타 차량 환경 유지를 위해 작동하는 모든 부품들이 전장화되면서 자동차 1대가 소비하는 전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1회 충전 시의 주행거리가 짧은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나 전기차(EV)의 경우 배터리를 최대한 아껴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 많은 소형 컴퓨터들이 모인 차량 내부의 열관리와 함께 자율주행과 같은 안전성과 직결된 작업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수행하는 만큼 부품에 대한 보다 확실한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

 

차별화된 경쟁력 필요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자동차 부품이 아무리 늘어난다 해도, 자동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한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인수 합병을 거듭하며 고군분투하는 동안,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코로나19는 자동차 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NXP는 지난 달 27일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은 전년 대비 3% 줄어든 20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익은 10% 떨어진 5억 200만 달러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블룸버그NEF는 이 여파가 향후 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자동차 시장의 정체기를 딛고 올라서기 위해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소비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6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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