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IT 산업의 영향 분석 ⓛ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한장TECH는 테크월드 기자들이 주요 뉴스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테크월드만의 차별화된 독자 콘텐츠입니다.)

 

◎ 中의 中, 우한!! 물류와 반도체 굴기의 심장 도시

소설 삼국지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아마도 ‘적벽대전’이 아닐까? 조조의 100만 대군이 제갈공명과 주유의 화계에 쓰라린 참패를 당한 적벽의 근방에 우한이 있다.

 

우한(武漢)은 중국 허베이(湖北)성의 성도로 1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중국 7대 도시 중의 하나다. 우한의 중요성은 단순히 규모에 그치지 않는다. 우한은 물류, 경제적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 대전이 있다면, 중국에게는 교통과 첨단과학의 도시로 우한이 있다.

 

우선 교통적 입지다. 중국 지도를 내려다 보고 한 가운데를 짚으면, 바로 그 곳이 우한이 있다. 우한은 중국의 철도와 고속도로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게다가 양자강도 우한을 거쳐 흐른다. 중국 최대의 내륙항구 역시 우한에 있다.

그림 1. 우한 위치 (자료=구글 맵)
▲ 티벳 지역을 제외한 중국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우한

사람과 물자가 집결하는 곳이다 보니, 경제와 산업도 발전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마련한 마스터플랜인 ‘반도체 굴기’의 중심지가 바로 우한이다. 2018년 4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우한의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이하 XMC)을 직접 방문해 ‘반도체 산업의 중국몽(夢)’의 실현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물류 기업인 DHL의 레질리언스 360 (Resilience 360)의 분석에 따르면, 전자 및 하이테크 산업은 우한의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도시 내 전체 기업 중 약 25%가 전자 및 하이테크 기업이다.

 

기업의 면면도 화려하다. 일단 중국 유일의 플래시메모리 생산기업인 창장메모리(이하 YMTC)가 우한에 위치해 있다. YMTC의 메모리 기술을 지원하며 NOR 메모리를 생산하는 XMC도 우한이 근거지다. YMTC와 XMC는 모두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인하고 있는 칭화유니의 핵심 계열사이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의 쌍두 마차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HSMC 그리고 NXP의 범용 반도체 브랜드인 넥스페리아(Nexperia)를 인수한 윙텍(Wingtech)도 있다. 반도체 만이 아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선도 기업인 BOE 역시 중국의 물류, 산업의 중추인 이 도시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석영 부품을 생산하는 TKD와 같이 전자산업의 원천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우한에 밀집해 있다.

그림 2. 한장 TECH (자료=테크월드 자체 분석)
▲ 막연한 우려와 달리 우한 지역 내 중국 IT 기업들의 대응은 잘 이뤄지고 있다.

 

◎ 중국 IT 기업들 신속한 대응, 단기 여파는 높지 않을 듯

그러나 일부에서 막연하게 확산되고 있는 공포감과는 다르게, 우한의 주요 IT 기업들의 대응은 예상외로 신속했고 단기적 여파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은 소수의 생산 인원으로 1년 내내 가동이 계속돼야 하는 설비 산업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산업 특성 상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YMTC와 XMC는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춘절 이전에도 평상 시와 같은 가동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코로나 19의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의 핵심 어젠다인 ‘반도체 굴기’의 선봉 기업들이기에 물류 측면에서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우한 전체에 봉쇄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 글로벌 전자산업 전문 매체인 EE Times에 따르면 YMTC와 XMC는 특별 허가를 받은 별도의 물류 채널을 통해 원자재와 제품을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핵심 소재인 석영을 공급하는 TKD 역시 신속하게 대응을 마쳤다.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 이미 전 생산라인 전체에 걸쳐 대단위 방역과 소독 절차를 마무리했고 별도의 물류망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OE의 경우는 다소 간의 여파가 예상된다. 10.5세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팹인 B17이 우한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사태 발생 이전 램프업을 계획 중이었고, 대량 생산 단계는 아니라 생산 차질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파운드리 업체인 HSMC는 하지만 사정이 조금 다르다. 20년 상반기, 빠르면 3월에 생산 시설을 확대하면서 도입하려 했던 차세대 생산장비가 도시 봉쇄와 함께 수령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기기 도입 이후, 실제 라인 적용을 위한 R&D 그리고 양산에 이르는 일련의 단계에서는 충격파가 누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단기적으로는 감내 가능, 오히려 중장기 여파에 주목 필요

 

그러나 IT 업계의 전문가들과 EE Times의 요시다 준코 (Yoshida Junko) 수석 기자 등은 코로나 19의 여파는 지금 당장의 문제보다 중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해서 요시다 준코는 ‘사태 발생 이후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 대응은 단기적 충격파를 감내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이런 처방이 중기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현재 중국기업들이 취한 대부분의 조치는 단 기간 동안 생산 역량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코로나 19의 확산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사태는 훨씬 더 악화 될 수도 혹은 예상 외로 빠르게 진정될 수도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 문제는 우한 내의 중국 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역의 가치사슬 연계 그리고 전/후방 수요 산업 간의 관계로 확장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19에 대한 현재까지 중국 기업들의 성적표는 ‘양호’ 수준이다. 그러나 학생을 예로 들면, 전체 성적을 판단하기에는 이제 고작 중간고사 두어 과목 정도가 끝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목과 시간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코로나 19 사태의 시나리오별 분석에 따른 장기적 여파는 다음주 한장 TECH의 2편으로 이어집니다.

- 해당 기사는 <월간 전자부품(EPNC)> 2020년 3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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