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플레이어 기술 격차 분석

[테크월드=양대규 기자]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업계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하지만 아직 중국 반도체 굴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이나 점유율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진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중국의 자본이 비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만, 메모리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3D NAND 제품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돼, 이에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RAM, 중국 업체들 생산성 확보까지 3년 이상 필요

반도체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RAM 부분은 NAND보다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이 요구되면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3개 업체의 벽을 넘고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 키몬다와 엘피다 등의 대형 DRAM 회사가 파산하면서 2011년부터 유지된 3개 회사의 독주체제는 4~5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임지용 연구원은 2017년 말 현재 중국에서 DRAM 공정 개발을 진행하는 업체는 허페이 창진(Hefei Changxin) 루이리(RuiLi)와 JHICC, 유니그룹(Unigroup) 등 세 곳이라고 밝혔다. 허페이 창진은 2017년 말 12인치 FAB 장비를 셋업한다고 했으며, JHICC는 2018년 말까지 30nm대 제품 양산, 유니그룹은 심천에 R&D용 FAB을 2017년 말 완공해 2019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임지용 연구원은 “가장 빨리 완공된 로컬 DRAM FAB은 2018년 초”라며, “장비 셋업과 설치, 시운전만 1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수율을 올리고 공정 최적점을 찾는데 최소 3년 이상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2010년도 4분기 DRAM 46nm 주력 생산에서 25nm까지 업그레이드하는데 4년이 소요됐다. 2018년 말 JHICC가 30nm대 제품을 계획대로 성공하더라도 삼성전자와 1GB당 원가 차이는 4배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생 업체가 처음부터 19nm DRAM 생산을 2019년 말까지 의미 있는 수율로 양산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근 TSV(Through Silicon Via) 공정 기술을 이용한 HBM(High Band Width) 제품이 DRAM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며,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AND, 2020년까지 중국과의 격차 좁혀질 가능성↑

NAND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은 DRAM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YMTC(창장메모리)와 이노트론, JHICC 등의 중국 기업들이 2018년 하반기 NAND 제품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YMTC는 새로운 독자 기술의 개발로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에 반도체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NAND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위협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NAND 생산 업계에서는 기술적으로 제품의 크기를 줄이며 용량을 늘리는 적층형 3D NAND 기술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48단과 72단 NAND 제품이 시장의 주력 제품이며,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96단 NAND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도 2019년에 96단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YMTC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현재 3D NAND 양산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YMTC가 2018년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으며, 이노트론과 JHICC는 22나노 공정의 NAND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일부는 실제 양산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은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업체들의 NAND 개발 상황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계획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계획은 2018년 36단 양산을 목표였으며,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에 투자와 인력 보강을 진행했다. 칭화유니그룹과 중국국가 IC 기금, 후베이성 지방 IC 펀드가 총 240억 달러(약 24조 원)를 YMTC에 투자해, 후배이성 우한에 3D NAND 공장을 지었다. 또한, 마이크론 출신 메모리 전문가 50여 명과 국내 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가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YMTC는 계획에 맞춰 2018년 하반기 32단의 3D NAND 양산을 발표했으며, 현재 62단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YMTC 양스닝 CEO (출처: www.xmcwh.com)

앞서 YMTC 양스닝 CEO는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에서 진행된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와 64단 적층 기술과 Xtacking 기술을 소개했다. 양스닝 CEO는 Xtacking 기술에 대해 “이 기술은 NAND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의 3D NAND 입출력 속도는 1.4Gbps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 업체는 1.0Gbps 이하의 속도를 제공한다. Xtacking 기술을 사용하면 I/O 속도가 DRAM DDR4와 비슷한 3.0Gbps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D NAND 생산과 함께 독자적인 기술 개발로 YMTC는 새로운 NAND 생산 플레이어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은 총 886억 1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8%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산 수입이 전체의 52.3%에 달하는 463억 4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1.3%나 늘어난 것으로,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48.2%에서 50%를 넘어섰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은 2018년 1분기에만 146억 7200만 달러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75.4%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금은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2년 이내에 중국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드러날 경우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반도체 공급을 집중한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중국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2020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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