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데이터센터, IoT 3축 성장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첨단 기술로 뒤덮일 줄로만 기대했던 2020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AI)이 침투할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즉각적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AI 칩이 필요한 곳도 늘어나고 있다. AI칩은 누가 만들고,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아직은 사진 보정만…스마트폰 속 AI 칩

스마트폰의 촬영 기능은 특히 프리미엄 기기에서의 치열한 경쟁요소다. 더 좋은 화질만큼 중요한 건 더 예쁜 사진으로, 이를 위해 화웨이, 애플,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작년 12월 공개된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 플랫폼 칩

AI 칩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곳은 바로 퀄컴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AI 칩(AP)인 엑시노스 개발을 이어왔지만, 최근 갤럭시 노트20, 노트20 울트라, Z폴드2 등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를 탑재했다. 이는 작년 12월 공개된 것으로, 스냅드래곤 865 플랫폼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X55 5G 모뎀-RF 시스템이 최대 7.5 Gbps 속도와 함께 5세대 퀄컴 AI 엔진 기능을 제공한다. 퀄컴 스펙트라 480 ISP(Image Signal Processor)를 탑재해 초당 최대 2 기가픽셀에 이르는 속도로 모바일 사진 촬영 사양을 지원한다. AI 성능은 더 뚜렷한 음성 감지, 더 빠른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준다.

 

작년 9월 공개된 화웨이의 AI 칩 기린 990

화웨이 또한 스마트폰 AI AP 칩의 선두주자다. 작년 스마트폰에 집적되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기린 990(Kirin 990)’을 공개한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 40(Mate 40)’에 탑재되는 기린 ‘9000(Kirin 9000)’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칩 생산이 중단된 상황이다. 화웨이의 칩은 대만의 TSMC가 제조해왔으나, 지난 5월부터 화웨이로부터의 신규 주문 처리를 멈췄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의하면, 화웨이는 오는 9월 기린 프로세서 생산이 중단되며, 올가을 선보일 메이트 40이 화웨이의 기린 9000 칩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점점 고조되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화웨이의 AI 칩 개발 진척도는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작년 아이폰11 출시와 함께 해당 기기에 탑재되는 ‘A13 바이오닉(Bionic)’ AI 칩을 공개했다. 이는 7nm FinFET 공정으로 제작됐으며, 이전 칩 대비 트랜지스터 수는 23% 늘어나 성능을 개선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에 최적화된 칩을 만들어 경쟁력을 가진다. 이 칩은 CPU 처리 속도 개선과 함께 획기적인 야간 모드 촬영 성능 향상을 선보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의 AI 기술 활용은 여전히 촬영 보정 기능 정도에 머물러있다. 이미지센서와 렌즈 개수가 더블, 트리플이 기본이 돼 가면서, 스마트폰 업체들은 무엇보다도 촬영 기능에 주력하고 있다. 게이밍 등 AI 칩이 활용되는 넥스트 킬러 분야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차전은 스피드 게임, 데이터센터용 AI 칩

엣지 단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무거운 데이터들은 데이터센터로 넘어오게 된다. 데이터센터는 이 데이터를 최대한 빠르게, 의미 있게 가공해 내보내야 한다. 특히, 기업·연구 기관의 데이터 처리, 영상·음악·게임 스트리밍 분야에 많이 사용된다.

 

IBM의 파워10 칩 모듈

지난 8월 IBM은 파워10(POWER10) 서버에 들어가는 파워10 신형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이는 7nm 공정으로 제작돼, 14nm 공정을 채용한 기존 파워9 대비 3배가량의 용량과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 IBM은 트랜잭션과 분석 워크플로우에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AI를 내장하는 경우가 늘면서 AI 추론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파워10은 이를 위해 별도의 전문 하드웨어 없이도 인코어 AI 추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행렬 연산 가속기(Matrix Match Accelerator)를 탑재해 기존 대비 FP32, BFloat16, INT8 연산에서 각각 10배, 15배, 그리고 20배 빠른 AI 추론을 지원한다.

 

인텔의 Xe GPU

인텔은 지난해 11월 AI 데이터 처리용 프로세서 시리즈 ‘너바나(Nervana) 신경망 프로세서(NNP)’를 공개했다. 이는 너바나 칩인 NNP-T와 추론을 수행하는 칩 NNP-I로 구성되는데, 올해 초 돌연 NNP-T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인텔은 하바나 랩스를 인수하면서 하바나의 AI 가속기인 Goya, Gaudi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에 제공해오던 NPP-I의 테스트 제품도 하바나 시리즈로 전환 조치된다. 인텔은 NPU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잡고 있는 GPU 프로세서 위치도 넘보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Xe 아키텍처에 기반한 GPU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인텔은 Xe GPU가 테라플롭스(TF)에서 페타플롭스(PF)의 성능으로 연산 범위를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활용 범위보다는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AI 칩의 특성에 주목하는 게 좋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처리되는 데이터의 분야는 전 분야라 봐도 무방하며, 이런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더 빠르게,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AI 칩 개발 업체들은 데이터 처리 속도 높이기에 일차적으로 몰두하고 있다.

 

판단은 엣지가 먼저, IoT 속 AI 칩

데이터센터의 반대 지점에 혹은 상호 보완적인 위치에 놓인 것이 IoT에 적용되는 엣지 AI 칩이다. 현재는 IoT 단에서 어느 정도까지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가볍고도 최적화된 성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단계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클로바 프렌즈 미니’

IoT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마트 스피커, AI 스피커에 대해 살펴보자. AI 스피커는 아마존의 알렉사에 이어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계 속 목소리는 단순한 말동무를 넘어 실제로 스마트홈의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불을 켜고, 전자레인지를 끄고, 에어컨을 미리 틀어놓는 등 그야말로 홈 자동화를 돕는다. 그러나 손으로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편리하게 음성으로 시행한다는 것 말고는 효과적인 장점을 찾기 어렵다.

 

엣지 AI가 활용될 것으로 기대가 큰 분야 중 하나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운전자 대신 주변의 모든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려 운전해야 하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엣지 AI 칩의 활용 절정 분야로 볼 수 있다. 차량이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5G를 통해 데이터센터로 간 뒤, 유의미한 분석을 거쳐 다시 차로 돌아오기까지의 지연시간을 0초로 만들기는 어렵다. 게다가 전파 영역이 좁은 5G는 사용자 주변에 기지국도 촘촘히 구축돼 있어야 하고, 통신이 일시적으로 단절된 경우에도 교통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바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위험을 고려해 최근 자동차 업계는 차량에 엣지 AI 칩을 탑재하는 쪽으로 개발 방향을 굳히고 있다.

현재 모회사가 앤씨앤인 넥스트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엣지 인공지능 프로세서 플랫폼 기술’을 총괄 주관하며, 오토모티브 분야에서 NPU를 국산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 기대되는 분야인 엣지 AI 칩은 한국이 하루빨리 경쟁력을 키워 초석을 다져야 할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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