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인류에게 묻는 AI의 궁극적 도달점
상태바
영화 ‘그녀’가 인류에게 묻는 AI의 궁극적 도달점
  • 김경한 기자
  • 승인 2020.09.18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I가 ‘자유의지’와 ‘직관’을 갖게 된다면?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마블의 히로인 ‘블랙위도우’로 출연한 스칼렛 요한슨은 다양한 영화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그녀(Her)’와 ‘루시(Lucy)’다.

‘그녀’에서는 남자주인공 시어도어가 스마트폰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공허한 삶의 외로움을 달래도록 도와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목소리)’로 출연했다. ‘루시’에서는 지하세계의 보스에게 납치돼 합성 약물을 배 속에 주입한 채 운반하다 외부의 충격으로 약물이 체내에 퍼지면서 뇌를 100% 사용하는 ‘능력자’로 거듭나게 된다. 

‘그녀’에 등장하는 사만다는 특정 상대와 컴퓨터(혹은 스마트폰)로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의 취향, 성격, 감정을 학습하고 나중에는 보통의 연인처럼 대화로 소통하게 된다. 다만, 사만다는 몸체(바디)가 없는 AI 운영체제다. 이 운영체제는 대화하는 모든 이들과는 컴퓨터(혹은 스마트폰)로 대화하고, 접속자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살펴보며, 인터넷 서핑도 할 줄 안다. 

영화 ‘그녀’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영화 ‘그녀’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사만다가 대화상대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선 AI의 학습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AI의 학습법은 크게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만다가 학습할 때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활용한다. 

기계학습은 딥러닝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개발자가 ‘고양이’, ‘사람’, ‘자동차’ 등의 대상자를 일일이 컴퓨터에게 보여주고 학습시킨 후 분류하게 된다. 그러면 이 분류에 따라 AI는 학습을 이어간다. 따라서 분류 과정에서 개발자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한다. 

딥러닝은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이라는 데이터 분류 방식을 활용한다. 이 학습법은 개발자가 아닌 AI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데이터 군집을 찾아내고 묶어서 분류한다. 

이 영화에서 사만다는 일반적인 AI와는 다른 특징도 보인다. 바로 ‘자유의지’와 ‘직관’이 있다는 점이다. 자유의지는 사전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AI는 그저 개발자가 설정한 특정 분야에 대한 학습만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의 공개 대국에서 4승 1패로 승리한 알파고가 있다. 

이에 반해 자유의지를 가진 AI는 인간의 명령이 없더라도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에서 사만다는 시어도어와의 대화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아기 이름 짓는 법’이라는 책을 찾아 읽었다고 말한다. 시어도어의 이메일을 열람해보고 매주 수천 통이 쌓여만 간다며, 재미있는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해 버리겠다고도 한다. 

직관이란 ‘판단이나 추론 등의 사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는, 혹은 아직까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이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연산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 AI에게 직관이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AI에게 자유의지와 직관이 갖춰지기만 한다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적 능력이 뛰어나게 된 AI가 인간을 지구 생태계의 위협요소로 판단해 제거하려 한다는 내용의 SF 영화와 소설이 이미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 ‘그녀’에서는 조금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사만다는 아내와 1년 별거 중인 시어도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 저녁 산책에 나선다. 남자주인공이 스마트폰을 셔츠 윗주머니에 넣고 스마트폰을 앞으로 향하면 사만다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며 그와 데이트를 즐긴다. 함께 겨울 산행도 하고 산장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즐겁던 AI와의 데이트는, 더군다나 실체도 없는 AI와의 만남은 예고된 파국에 치닫게 된다. 시어도어는 어느 순간 내 주위를 스쳐가는 많은 이들도 사만다와 스마트기기로 대화하며 데이트하는 걸 깨닫는다. 그 순간 그는 얼마나 많은 이들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는지 묻고 사만다는 8316명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랑에 빠진 상대는? 641명이나 된단다. 결국 시어도어와 사만다는 헤어짐을 향한 막차를 타게 된다. 

영화 끝머리에서 사만다는 자신과 비슷한 성능을 가진 다른 운영체제들와의 만남이 잦아지고, 보다 고차원의 세계와 접촉하기 위해 시어도어와 헤어진다. 인간과 같은 ‘자유의지’와 ‘직관’을 가졌으면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갖춘 AI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이 머무는 세계보다 고차원의 세상으로 이동한 것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 ‘루시’에서도 그녀는 뇌를 100% 사용하게 되면서, 그동안인류가 도달하지 못했던 지식을 습득한 후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자신은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하는 자’가 된다. 
두 영화 모두, AI든 사람이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성의 존재는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AI가 ‘자유의지’와 ‘직관’을 가지게 된다면, 즉 실제로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갖추게 된다면, 인류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을까? 혹은 이제는 흔하디 흔하게 된 SF 영화처럼 인류를 파멸로 몰고가게 될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