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눈보다 빠르다, ‘머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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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눈보다 빠르다, ‘머신비전’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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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불량률 절감, 미세 부품의 증가로 필연적 등장·· 딥러닝 만나 새롭게 진화하는 머신비전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손은 눈보다 빠르다” 널리 알려진 영화 ‘타짜’의 명대사다. 눈으로는 미처 쫓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화투패를 바꾸는 타짜의 손을 빗댄 말인데, 알고 보면 손만 그런 게 아니다. 이젠 ‘기계도’ 눈보다 빠른 시대다. 심지어 눈보다 정확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기계의 눈 ‘머신비전(Machine Vision)’ 기술은 주로 제조 라인에서 부품의 결함과 불량을 찾아내는 데 활용된다. 기본은 생산 라인에 전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완성된 부품의 이미지를 촬영한 뒤 정상 제품 이미지와 비교해 다른 부분(결함)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 단계에서 결함이 있는 부품을 사전에 걸러내야 최종 불량률을 낮출 수 있고 이것이 기업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량 검출은 전체 제조 공정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과거에는 육안으로 부품을 검사했다. 사람이 생산된 제품을 하나씩 살펴보며 눈으로 불량을 파악했던 건데, 이 경우 검사관의 숙련도와 컨디션이 해당 라인의 생산성을 좌우하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나아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공정 단계에서는 사람이 직접 검사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인간의 눈보다 한층 정밀한 머신 비전 시스템이 연구되기 시작한 이유다. 그리고 근래 딥러닝과 만나 머신비전 기술도 좀 더 스마트한 방향으로 새롭게 연구되는 추세다.

 

마법 같은 딥러닝과의 만남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일종의 '마법'같다. 머신비전도 딥러닝과 만나 성능과 효율이 크게 개선된 기술 중 하나다. 딥러닝 이전의 머신비전은 주로 ‘룰 베이스(Rule base)’기반으로, 양품과 불량품 데이터를 각각 대량으로 확보한 뒤 머신비전 카메라로 촬영한 제품 사진과 비교해 양품과 불량품을 가리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아무래도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정해진 DB와 기준 안에서만 검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예외의 경우 정상 제품을 불량으로 인식하는 ‘과검’이나, 아예 불량품을 인식하지 못하는 ‘미검’이 다수 발생하기도 한다. 또 검사 환경이 바뀔 경우 데이터를 새롭게 다시 구축해야 하며 신제품 역시 불량 제품에 관한 데이터가 작다면 초기에 사람이 이를 일일이 분류해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즉, 룰 베이스는 가르쳐준 것만 잘하는 수동적인 방법인 셈이다.

반면에 데이터를 다층적으로 학습하는 딥러닝은 이런 룰 베이스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준다. 주어진 데이터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CUDA, cuDNN 등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양품/불량품 이미지에서 각각의 ‘특징’을 머신비전 시스템 스스로가 찾아내도록 만든다. DB에 저장된 불량 제품 이미지와 조금 다르더라도, 아예 DB에 등록되지 않은 결함이라도 미리 추출한 특징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불량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아님 말고’ 식의 불량 판정을 남발하는 룰 베이스와 비교하면 훨씬 지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추가로 멀티 GPU나 멀티 스레딩(Threading) 같은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면 이미지 처리 속도도 한층 빨라진다. 또 가동 중에 수집되는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해 검사 정확도를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시스템의 장점이다.

딥러닝 기반의 국내 머신비전 기업 중 두각을 나타내는 곳으론 ‘수아랩(SUALAB)’이 있다. 수아랩이 판매하는 기업용 머신비전 키트 ‘수아킷’은 딥러닝의 여러 장점을 머신비전에 접목해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다량의 데이터가 필요한 룰 베이스 방식과 달리 자가 학습이 가능한 딥러닝의 특징을 활용해 약 100~200장의 적은 데이터 세트만 갖고도 기본적인 학습과 구동이 가능하다. 검사 속도는 Geforce GTX-1080Ti 기준 1024X1024 사이즈 이미지에 대해 초당 20장 내외다.

수아킷 (사진=수아랩 홈페이지)
수아킷 (사진=수아랩 홈페이지)

또 수아랩이 내세우는 이미지 컴패리전(Image Comparison) 기능은 정상과 불량 이미지를 동시에 학습시킨 후 이미지 간의 차이점에 집중해서 학습하는 방식으로, 검사하는 제품에 어떤 변화가 발생해도 이를 새롭게 학습할 필요 없이 불량을 일으키는 결점 요소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룰 베이스 방식과 달리 머신비전에 딥러닝을 적용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아예 불량 제품 이미지가 없이 정상 제품 이미지만으로 불량 제품을 판별하는 원 클래스 러닝 기술이나, 제공받은 데이터에서 어떤 유형의 이미지가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지, 딥러닝 망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유형의 데이터가 추가적으로 필요한지 알려주는 라벨 노이즈 검출 기능 등 역시 머신러닝에 딥러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수아랩 머신비전 학습 과정 (자료=수아랩)

머신비전 적용 분야

그럼 머신비전은 현재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중일까? 최신 머신비전 시스템은 현재도 전통적인 PCB 기판 검사를 포함해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분야처럼 첨단 정밀 소재와 제품을 이루는 핵심 부품에 대한 외관 검사 영역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 외관 검사의 경우, 미세한 회로 기판 사이에 발생한 모호한 찍힘이나 크랙에 대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 케이스 외관 검사의 경우도 육안 검사 대비 최대 3배 빠른 속도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안전이 중요시되는 자동차 베어링 부품 검사에서는 육안 검사자의 휴먼 에러(인간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검사 정확도를 개선해준다.

머신비전을 통한 진성/가성 불량 판독
머신비전을 통한 진성/가성 불량 판독

또 인간이 장시간 검사하기 어려운 영역에도 머신비전 도입이 효과적이다. 라벨 품질 검사를 예로 들어보자. 전자제품이나 포장 박스에는 제품 정보 식별을 위한 라벨이 붙어 있거나 관련 내용이 인쇄된다. 하지만 이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대단히 피로한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광학문자판독(OCR)이나 바코드 판독 기술을 응용한 머신비전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정확성은 물론, 속도도 눈보다 훨씬 바른 것이 당연하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다.

이 밖에도 헬스케어, 우편 분류,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지능형 보안 CCTV, 자율주행 자동차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머신비전 기술이 두루 활용된다. 결국 눈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검사는 머신비전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머신비전 시스템 中 (자료=엔비디아)
엔비디아 자율주행 머신비전 시스템 中 (자료=엔비디아)

전 세계 머신비전 시장 동향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2018년에 참고용으로 발간한 머신비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머신비전 시장은 2016년 90억 2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8.15%씩 성장해 2022년에는 약 144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머신비전 하드웨어의 비중이 112억 7070만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소프트웨어 비중은 31억 5870만 달러로 규모는 다소 작아 보인다. 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하드웨어 대비 3%가량 높은 10.79%다. 딥러닝을 비롯한 머신비전 판독 기술과 제어 시스템에 대한 개발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보인다.

머신비전 시스템용 하드웨어는 다시 카메라와 광학계, 프레임 그래버, 프로세서, LED 조명 등으로 나뉜다. 이 분류 안에서는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판독 알고리즘을 거치기 전 양질의 제품 이미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선 일차적으로 카메라의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머신비전용 카메라 시장 규모는 2022년 65억 1680만 달러로 전망되며, 이는 전체 머신비전 시장 규모와 비교해도 거의 절반에 맞먹는 수준이다. 

라온피플의 3D 머신비전 카메라 (사진=라온피플)
라온피플의 3D 머신비전 카메라 (사진=라온피플)

카메라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 2D 카메라부터 레이저를 활용한 입체적인 스캔이 가능한 3D 카메라, 소프트웨어가 함께 내장된 스마트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나뉘며 다시 각각의 특화된 영역을 전담하는 카메라로 나뉜다. 열화상 카메라의 경우 머신비전을 접목해 식품 제조 라인에서 제조 중인 식품의 온도가 적정치로 유지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자동화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플리어(FLIR)의 비접촉식 열화상 카메라를 예로 들 수 있다.

플리어 열화상 카메라 (출처=플리어)
플리어 열화상 카메라 (출처=플리어)

이어 머신비전 소프트웨어 시장은 다시 전용 머신비전과 딥러닝으로 구분한다. 전용 머신비전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머신비전으로 2022년까지 연평균 10%가량 성장해 2022년 30억 9710만 달러의 시장 규모를, 범용성을 지닌 딥러닝 머신비전은 2022년 6160만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외로 딥러닝 머신비전의 규모가 작은 편인데, 당장의 규모보다는 전용 시장과 비교해 3배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기존 머신비전 시스템이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비산업 분야에서도 머신비전이 준수한 성장세를 보여준다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비산업 분야 머신비전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10%가량 성장해 34억 34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서 비산업 부문이란 헬스케어, 우편, 물류, 지능형 교통 시스템, 보안, 자율주행자동차 등 앞서 열거한 제조 시설 외에서 사용되는 모든 머신비전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미래에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를 이용해 객체 요소를 판별하려는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딥러닝 머신비전의 성능과 가치가 높게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이 없는 산업, 머신비전

머신비전 분야의 전체적인 전망은 어떨까? 아마도 큰 이슈 없이 무난히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의 또 다른 유력 머신비전 업체인 라온피플의 이석중 대표가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한국의 머신비전 방향을 보려면 라온피플을 봐야”, 2018.03)에서 한 말도 꽤 인상깊다. 이 대표는 “비전 시장은 불황일 때도 성장한다. 경기 호황 때는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하고 불황일 때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를 늘려 비전 시장이 성장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머신비전이 제조 검수의 전 과정에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 했지만, 최근 딥러닝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 수준의 성장 속도 등을 미뤄보면 일부 특화 영역에서는 조만간 머신비전이 인간의 눈과 손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너무 슬퍼하진 말자. 때론 기계에 양보하는 것이 더 나은 기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