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TECH] 나노미터 두께로 우주선을 지키는 페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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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TECH] 나노미터 두께로 우주선을 지키는 페릴렌
  • 선연수 기자
  • 승인 2020.05.2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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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우주과학 ⑭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사람은 미세먼지, 황사, 코로나19 등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 진공의 뜨거운 우주에서도 외부로부터의 보호와 함께, 선 내 부품들이 내뿜는 물질들로부터 우주선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NASA는 우주선의 마스크가 되어 줄 안전한 코팅 물질을 위해 1967년부터 다양한 물질들에 대해 테스트를 시행하고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자기장과 방사선을 버티는 페릴렌

페릴렌(Perylene)은 분자 레벨에서의 중합(Molecular-level polymerization)으로 핀홀이 없는 초박형 형태를 띈다. 코팅은 분말 형태 페릴렌이 열에 의해 증발된 후 피사체에 증착해 nm~μm 두께 수준의 필름 코팅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기 절연, 화학적 절연, 유기 용매와 습기로부터 보호 등 우수한 성능으로 NASA에서 우주선 내 부품에 사용되는 코팅 기술로 인증받은 물질 중 하나다.

페릴렌 코팅은 우주선 주노(Juno)의 주노캠(JunoCam)에 적용됐다. 주노는 2011년 미국에서 쏘아올린 우주 탐사선으로 2016년 목성의 궤도에 안착해 지금까지 목성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주노캠은 페릴렌 코팅 덕에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과 방사선대에도 코팅이 벗겨지지 않았으며 목성의 구름, 극지방, 오로라 등의 대기와 표면을 안전하고 선명하게 촬영해내는 중이다.

2014년 일본에서 발사된 탐사선 하야부사2호(Hyabusa2) 속 20개의 회로보드에도 페릴렌 코팅이 적용됐다. 작년 하야부사2호는 소행성에 두 차례 착륙해 표본 데이터 수집을 시도한 바 있다.

 

페릴렌 C와 N의 구조 (출처: 파라 테크 코팅)

 

뜨거운 자동차 속 전지도 안전하게

페릴렌은 우주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유지되는 코팅 특성으로 인해 방위, 운송, 의료 기기, 해양 등 다양한 산업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 파라 테크 코팅(Para Tech Coating)은 1968년 페릴렌에 대한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제품 출시를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2017년 커티스 라이트(Curtiss-Wright)에 인수됐다.

페릴렌 컨포멀 코팅 필름은 모서리와 틈새 등까지 균일한 코팅을 형성하며, 우수한 인장 강도로 인해 유리,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 등 다양한 기판 보호에 활용된다. 파라 테크 코팅은 하니웰, 보잉, 에어버스, BAE 시스템즈, 노스럽그러먼, 레이시언 등에 기술과 코팅 서비스를 제공해 제조, 자동차, 항공, 가전 등 업역을 불문하고 페릴렌 코팅이 사용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여름이면 100도를 거뜬히 넘기는 차량 환경 속에서 연료 전지 등의 부품을 열과 각종 물질로부터 보호해준다.

 

주사바늘로부터 안전하게

신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에도 페릴렌 코팅이 사용된다. 무독성으로 FDA의 생체 적합성·안정성을 충족하며, 살균 처리에도 코팅이 벗져지지 않는다. 얇은 코팅으로 차지하는 부피도 작으며, 뾰족한 바늘 끝 등 세밀한 코팅 성능으로 보다 높은 안정성을 보장한다. 주로 보청기, 바늘, 카테터, 보철기기, 가이드 와이어, 캐뉼라, 경막외 프로브 등 신체에 닿거나 삽입되는 의료 기기 코팅에 활용된다.

 

지구 곳곳에서 우리를 지킨다

이 외에도 전자 기기 내부 회로의 기반이 되는 PCB를 비롯해 LED 디스플레이, MEMS 등 일상 속 다양한 곳에서 페릴렌 코팅이 활용되고 있다. 페릴렌은 C, N, F, D, AF-4의 5가지 유형이 주로 사용되며, 최근 NASA는 새롭게 페릴렌 HT 유형에 대한 테스트를 완료했다. NASA는 이 기술이 해양 탐사나 고온의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설명했다. 페릴렌 코팅은 손으로 느끼기도 어려울 정도의 얇은 두께지만, 고도화되는 기술 사회에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가장 얇은 인공 보호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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