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본지는 코로나19,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점검해보기 위해 정계, 학계, 업계 인사들을 모아 지난 8월 5일 라마다서울 호텔에서 반도체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기사는 총 6편으로 나눠 연재된다.

좌담회에는 (가나다 순으로) ▲지파랑 창업자 겸 서울대학교 박영준 연구교수(좌장)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전략기획단 김동순 PD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우 이사가 함께했다.

 

’중국 반도체 추격, 기우일까 실체적 위협일까?’ 주제 좌담회 현장 영상

 

◆ 좌담 주제

2.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속 한국은?
(2) 중국 반도체 추격, 기우일까 실체적 위협일까?

 

박영준 좌장=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한국엔 여러 기회가 있는 것 같다. 산업 기술 쪽에서는 중국의 기술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하지만, 학계에서 볼 때는 어떤가?

유회준 교수= 중국의 원천 기술은 대부분 미국과의 휴먼 네트워크로 확보되는 것 같다. AI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공부한 인재가 중국에 긴밀히 협조하는 방식이라 미국보다 앞선 측면도 많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설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중국 시안 공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시 공장처럼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1990년대 한국 기업이 많이 빠져나왔기에 다시 재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의 부풀리기 식 홍보에 낚여 중국으로 넘어가 기술을 뺏기고 나오는 것도 문제다. 많은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주축 세력이 한국 엔지니어들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대만과 일본의 움직임도 의미가 있다. 대만의 반도체 학회 TSIA는 기존에는 대부분의 대만 사람들과 미국 사람이 일부 참석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참석 인원의 절반 정도가 일본 사람이다. 일본은 사실상 반도체 산업이 거의 와해돼 있어, 일본 교수들은 대만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TSMC도 동경 대학교에 연구소를 짓는 등 일본과 대만이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일본을 설득해 협력체를 만드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파랑 창업자 겸 서울대학교 박영준 연구교수(좌장)

김동순 PD= 중국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이미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에서는 양산이나 수율을 떠나 100단급의 NAND 플래시를 발표한 상황이다. D램도 10nm 후반대의 기술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과거에 비슷한 패턴이었다. 중국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수율 손해를 감수하고도 판매하는 것이다. 기술력은 2~3세대가 뒤처져 있으나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듯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기에, 기술 보호를 비롯한 중국에 대한 모니터링을 유지해야 한다.

박영준 좌장= 중국의 반도체 기술 중 메모리 반도체 부분은 어떤가?

이승우 이사= 언론을 통해 과장 보도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중국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2015년도에 중국이 마이크론을 인수한다는 중국발 보도가 뜨면서 큰 반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미국의 자존심과 같은 아이다호주에 위치한, 정치적으로도 보호를 많이 받던 기술 기업인지라 당시의 인수 소식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후 2016년부터 중국 D램 양산 초읽기, NAND 양산 몇 단 본격화, 투자 상황 등 중국 언론 인용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김동순 PD= 첨언을 하자면, 중국 기술이 과장된 부분은 있으나 NAND 플래시의 경우 작년부터 USB 메모리에 일부 납품되기 시작했다.

이승우 이사= 중국의 기술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아직 반도체 분야에서는 늦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SMIC도 TSMC의 조력으로 인해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분야 등에서의 정부 보조금, Arm 인수 이슈 등 중국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국제적으로 문제화해, 불공정 게임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도 승부 가능성이 있다.

유회준 교수= 중국에 방문했을 때 반도체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니 택시 기사도 중국을 도와달라고 말하더라. 그만큼 정부와 국민이 함께 반도체 산업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왜 중국은 한국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것은 중국이 반도체를 기술이 아닌 돈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해 회사를 키운다는 생각이 아닌,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이다. SMIC도 근 20년간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지 못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들 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영준 좌장= 첨언을 하자면, 과거 일본 언론도 지금 우리가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로 인텔마저도 발을 물리는 수준이었다. 이런 격차에도 한국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사람’이었다고 한다.

약 20년간 인재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일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엔지니어 집중도도 여전히 놀랍고 초인적이다. 중국에도 이런 모드가 형성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환경이 조성돼 있다면 중국이 따라잡는 건 금방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파랑 창업자 겸 서울대학교 박영준 연구교수(좌)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전략기획단 김동순 PD(우)

유회준 교수= 한국은 D램을 기술로 생각했다. 인재들이 모여 세계적인 기술을 만들기 위해 똘똘 뭉쳐 밤을 지새우며 산업을 성장시켜왔다. 그러나 중국은 월급을 조금 더 주면 바로 이직하고, 실제 기술력을 부풀리는 등의 일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시스템 IC 분야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개발해 제품의 가치를 올리고 시장과 기술을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런 특성이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메모리는 많은 인원이 기술을 위해 집단적으로 매진해야 하는 부분이다.

김동순 PD= 중국은 개발과 관련해 큰소리를 내지만, 실제로 시장 출시는 계속 밀리고 있다. 이는 결국 집중력의 차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많은 것 중 하나(One of them)일 뿐이지만, 한국은 당시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전투적으로 임했다.

유회준 교수= 우주선, 항공모함과 같은 분야는 정부의 조직적인 지원으로 하나만 잘 만들어도 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메모리는 몇백만 개를 제작해도 에러가 없어야 하는 기술로 중국의 성향과 조금 다른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박영준 좌장= 메모리 산업에서 한국의 성공은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문화와 국민성까지 해석해야 한다. 중국 또한 이런 차원에서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다음은 [반도체 특별좌담회] ⑥ 글로벌 선두를 위한 정부-산업-학계 협력 방안은?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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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지성 기자 park.jisung@techworld.co.kr
영상 촬영·편집: 김경한 기자 khkim@techworld.co.kr
기사 정리: 선연수 기자 sunys@tech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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