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LS엠트론·PTC, 5G와 AR 결합한 스마트 트랙터 공개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휴대폰 통신 외에도,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지닌 5G를 접목할 수 있는 산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스포츠 중계 같은 B2C 소비자 서비스부터 자율주행, C-ITS(지능형 교통체계), 스마트팩토리의 네트워크 인프라로 활용되는 B2B 영역에서도 5G는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5G를 융합한 시너지 산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5G와 농업의 결합이다.

요즘 농가의 상황이 좋지 않다. 1995년 485만 명이던 국내 농업 종사자 수는 2018년 231만 명으로 급감했다. 식량 자급률도 세계 평균인 102.5%에 한참 미치는 23.8%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사를 생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

이는 열악한 농사 환경에 대한 민간의 부정적인 인식 확산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증가로 농사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최근 농가 인구 유입을 장려하기 위한 스마트 농장, 스마트 농기계 개발 정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인공지능(AI)과 5G 등의 첨단 기술을 농업 분야에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하나인 LG유플러스도 작년 10월경 LS엠트론과 손잡고 5G 스마트 농기계 개발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10월 29일, LG유플러스는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의 한 농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와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스마트 트랙터를 시연하며 그간의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LG유플러스가 공개한 5G 스마트 트랙터

LG유플러스가 제시한 미래 스마트 농기계의 핵심 비전은 ▲무인경작 ▲원격제어 ▲원격진단 3가지다. 이번에 공개된 스마트 트랙터도 바로 이 부분에 중점을 뒀다. 트랙터는 LS엠트론의 ‘XP7012’ 모델이 활용됐으며, LG유플러스는 트랙터의 자율주행과 원격제어를 위한 5G 기술을 제공했다. 여기에 미국 PTC와 손잡고 뷰포리아 AR 플랫폼 기반의 실시간 유지보수가 가능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솔루션을 탑재해 생산과 제어, 유지보수의 삼박자를 구현했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실시간 AR 유지보수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AR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이 눈에 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존재하는 기기의 정밀한 3D 구현체와 내부 데이터를 디지털 공간에 실시간으로 동기화함으로써 기기 모니터링과 예지보전(고장/부품교체 예측), 수리 효율 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공개된 스마트 트랙터는 내부에 탑재된 여러 센서로부터 운행 데이터, 엔진정보, 변속기 정보, 소모품 정보, 정비/수리 이력 등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U+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전송하며, 이를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에서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트윈을 통한 진단 모델

또한 단순히 측정 정보를 받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전문가도 직접 기기를 정비할 수 있도록 AR 글래스인 MS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이를 트랙터와 연동하면 글래스 내부에 트랙터의 현재 정보와 정비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알림, 고장 부위 분해와 교체, 조립 방법 등을 실시간 AR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AR 유지보수 기능을 함께 구현했다. 

이를 통해 간단한 정비와 부품 교체는 기술자를 부르지 않고도 사용자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이번 간담회에서도 관계자가 직접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주어진 AR 매뉴얼에 따라 내부 정비를 실시하고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모습을 서너 차례 시연했다. 

 

5G 원격제어, RTK 기반의 무인경작

실제 트랙터 운용에서의 핵심은 원격제어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경작에 있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 트랙터는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거리 제한 없이 원거리에서 트랙터를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5G가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영역도 바로 이 부분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다소간의 지연 시간이 있는 기존 LTE는 상용 주행 환경에서 원격제어에 활용하기엔 다소 부적합하다. 반면, 통신 지연이 거의 없고 LTE보다 속도가 빠른 5G는 실시간 원격제어와 고해상도 화면 송출 환경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기술이다. 

시연용으로 제작된 트랙터 원격제어 조종관

LG유플러스는 이를 통해 원격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트랙터를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연 현장에서는 현장감 극대화를 위해 실제 트랙터 조종석을 본뜬 별도의 캐빈(조종관)을 활용한 원격제어 모습이 공개됐는데, 실제 서비스 출시 후에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트랙터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원격제어 중 Full HD 카메라로 촬영된 실시간 주행 영상은 5G 망을 통해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돼 실제 트랙터에 탑승해 조종하는 것과 같은 시야를 제공한다.

자율운행 중인 트랙터

이어 5G 기반의 초정밀 측위 시스템인 RTK(Real Time Kinematic)에 기반한 자율주행 기능도 함께 시연됐다. RTK는 정밀한 위치 정보를 지닌 기준국에서 송출하는 반송파 위상에 대한 보정치를 이용해 약 3~10cm 오차 범위 내의 정확도로 실시간 위치를 측위하는 기술이다. LG유플러스는 트랙터에 탑재된 RTK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사전에 설정한 영역에 대한 운행 오차를 최소화하고, 사용자는 트랙터가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농가 유지에 필요한 다른 일들을 함으로써 노동 효율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가격과 접근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

이번에 공개된 5G 스마트 트랙터는 분명 여러 측면에서 사용자의 노동력을 보존하고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임이 분명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우선 가격이다. 아직 정확한 가격이 정해진 것은 아니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시연한 제품의 대당 가격을 약 8000~9000만 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평균 2000~3000만 원에 불과한 농가의 연평균 소득, 그리고 2000만 원 중반대의 실속형 트랙터 가격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소규모 농민들의 경우 도입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이에 유플러스 측은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각종 부대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는 번들 정책 등을 통해 가격을 점차 낮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농업계에 자금력을 갖춘 대규모 기업농의 숫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우선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보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신 기술이 접목된 트랙터 운영에 대한 고령 사용자들의 접근성 문제와 관련된 질문도 여러 차례 나왔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원격제어나 AR 정비 기능 같은 최신 기능들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유플러스 측에서 상세한 대안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관련 앱의 인터페이스를 쉽고 직관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무리 없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시연장에서도 몇몇 아쉬운 점들은 있었다. 5G 스마트 트랙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시연을 위해 LTE를 일부 혼용한 점, 트랙터 문제로 인한 다소간의 운행 지연, 제한적으로 진행된 자율주행과 경작 도구 제어 등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제품의 상용화는 내년도 시범 사업을 거쳐 2021년 이후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기술적 기반은 충분히 마련된 것으로 보이며, 보완을 위한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유플러스 측에서도 “이번 시연은 개발된 제품을 조금 더 빨리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실제 출시 단계에서는 불안정했던 요소들과 가격, 접근성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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