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우주과학 ⑬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인스타그램 디엠(DM, Direct Message)을 통해 미국에 사는 친구와 사진을 주고받는 일은 단 몇 초면 충분하다. 더 이상 행성은 아니지만 여전히 태양의 친구인 명왕성으로부터 사진 1장을 받는 데에는 5시간가량 소요된다. 현재, 지구 안팎에서는 무선 통신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으며, 올해 4월 국내에서는 밀리미터(mm)파 주파수를 이용하는 5G 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제는 우주에서도 새로운 통신 기술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태양계 통신타워, DSN

 

DSN의 모습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출처:NASA

태양계 내 통신에는 1958년에 설치돼, NASA 산하의 제트추진연구소(JPL, Jet Propulsion Laboratory)가 운영하는 심우주통신망(DSN, Deep Space Network)이 큰 공헌을 해오고 있다. 이는 광선이 잘 퍼지지 않는, 즉 직진성이 강한 초고주파인 마이크로파를 사용한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송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지는 문제, 길면 수개월씩 소요되는 데이터 전송 기간, 태양계를 벗어나면 더 이상 통신할 수 없는 점 등 한계에 다다라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우주를 관통하는 레이저 통신

DSN의 느린 통신 속도를 개선하고자 시작된 연구 기술이 바로 ‘우주 공간 광학 통신(FSO, Free Space Optical communication)’이다. FSO는 레이저를 활용해 통신하는데, 이는 장애물이 거의 없는 텅 빈 우주 공간에서 전파를 주고받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또한, 기존에는 8.4~8.5GHz 마이크로파 대역(X밴드)을 사용해왔으나, 레이저 방식을 이용하면 3THz~3PHz까지 훨씬 높고 다양한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더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레이저 통신에서 장애물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지상에서처럼 건물이 빽빽한 곳에서 레이저 방식으로 통신할 경우엔 금방 빛이 산란되고 말아, 통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름이나 비와 같은 일상적인 대기 현상에도 쉽게 산란돼 사실상 지상에서는 이용이 어려운 단계다. 우주 상에도 운석과 같은 예기치 못할 장애물들이 있으나, 이들이 우주 공간에서 차지하는 밀도가 극히 낮아 우주에서의 통신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레이저 통신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 해커가 아예 통신을 단절시킬 수는 있지만, 레이저를 반사시켜 빼돌리게 되면 이는 산란됨으로써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우주 통신과 양자 세계의 만남

 

다양한 레이저 통신의 이점이 결합된 양자암호통신 또한 주목받는 통신 기술 중 하나다. 양자암호통신이란 기존의 연속적인 신호와 달리, 광자라는 입자 단위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이는 0 또는 1로 데이터가 이분화되는데, 외부에서 해커가 이 신호를 건드리면 순식간에 데이터가 랜덤하게 변해 해킹을 시도할 수 없게 만든다. 우주의 데이터 또한, 중대한 정보로 이를 위한 보안성, 그리고 양자 컴퓨팅을 통한 빠른 연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주 산업에서도 양자암호 레이더 통신 기술에 꾸준히 개발,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카이스트는 레이저 광 통신의 대기 영향 문제까지도 해결해냈다. 주파수 중 한 개의 채널(보상채널)을 대기 왜곡 정보를 측정하는데 활용함으로써 다른 채널의 주파수를 대기 환경에 맞도록 최적화하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강현재 연구원은 “대기의 영향을 받더라도 레이저 특성을 유지함으로써, 차세대 항법 장치 성능 개선이나, 위성과 지상 간 초고속 광통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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