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바뀐 산업, M&A로 살아남거나 개척하거나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자율주행 시대로 접어들면, 자동차 한 대에 집적되는 반도체 개수만 수천 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중 30%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마이크로컴포넌트다. 그러나 미래차로 그려지는 모빌리티는 굴러가는 역할만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넓은 디스플레이, 지연 없는 네트워크 연결 등 자율주행 기술과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기능이 도입되면서 요구되는 반도체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이 나눠 갖게 될 기술 영역을 하나씩 살펴봤다.

 

 

자율주행 운전대는 SW와 AI가 잡는다

자동차 안에 운전자는 없고 ‘탑승자’만이 있는 시대가 온다면, 자동차라는 공간은 게임, 스포츠,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현대자동차의 서정도 팀장은 “완성차 업체도 향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기술을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경계가 허물어지는 틈을 타, 소프트웨어 설계와 고성능 칩 제작에 강점을 갖는 인텔, 퀄컴, 구글, 삼성전자 등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17년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술력을 가진 모빌아이를 인수, 삼성전자는 전장 제품 업체 하만을 인수하는 등 각 글로벌 칩 기업들이 개발에 새로운 투자를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차에서 차량의 각종 센서들이 취합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 후,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더 똑똑하고 잽싸게 작동하는 칩이 필요하다. 인텔은 모빌아이의 비전 프로세서에 네트워크, 컴퓨팅 기능을 통합한 칩을 개발 중에 있다. 작년 11월에는 로보택시 부문을 미래 기술 시장으로 낙관하며, 다양한 디자인의 로보택시를 개발해 탑승 공유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M&A 줄 잇는 라이다 센서 시장

AI 컴퓨팅 분야는 큰 규모의 기업이 계속 참전하고 있다면, ECU(Electronic Control Unit) 분야에서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과 관련한 센서, 각종 부품들을 제작하는 업체들을 끊임없이 인수하고 있다. 이런 경쟁적인 M&A가 특히 두드러지는 기술 시장이 바로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센서 분야다. GM은 라이다 기술을 구현하는 스트로브를 인수했고, 포드는 벨로다인에 투자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몸집 불리기식의 경쟁은 완성차 업체뿐만이 아니었다. 토요타의 부품 공급 업체인 덴소는 레이더 시스템을 제작하는 후지스텐을 인수했고, 콘티넨탈은 ASC(Advanced Scientific Concepts)의 라이다 사업부를 인수했다.

라이다 센서 기술을 활용하면 200m 범위까지도 주변 상황을 탐지할 수 있으며, 이는 가까운 거리 내 물체를 감지하는 물체감지센서용, 100m 내외를 인식하는 단거리 탐지용, 그리고 200m 이상의 장거리 탐지용 라이다로 주로 나눠진다. 이때 라이다 센서를 통해 어느 정도 크기의 물체까지 구분·인식할 수 있느냐가 정밀성의 기준이 된다. 작년 9월 KETI는 30m 거리에서 10cm 크기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될 ECU는 MCU를 비롯한 각종 전자 부품들이 집약되는 통합형 임베디드 시스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늘어나는 센서와 부품을 부드럽게 네트워킹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HS 마킷에 의하면 현재 차량 1대 당 ECU는 150개 정도가 탑재되나, 이런 많은 부품들을 단일화하는 추세에 따라 CDC(Cockpit Domain Controller)라는 중앙제어형 아키텍처가 ECU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전력으로 승부 보는 기존 부품 시장

액추에이터(Actuator)는 전장장치를 통해 받아들인 데이터가 AI 컴퓨팅을 통해 처리된 결론을 입력받아 실제 행동에 옮기는 부분이다. 기존의 인피니언, NXP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은 이쪽으로 투자를 굳히는 모습을 보인다. 액추에이터는 높은 기능을 요하지 않아, 주된 기술력은 최대한 낮은 전력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다. 센서 데이터로 인해 생겨난 빅데이터를 전송, 처리함으로써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돼, 다른 부분에서 최대한 아껴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도 Si(실리콘)이 아닌 SiC(실리콘카바이드), GaN(갈륨나이트라이드) 등 신소재를 활용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율이 낮고, 신뢰성 검증 단계에 놓여 Si 만큼 보급률이 높지는 않다. 인피니언 관계자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은 오랜 개발 기간을 필요로 하는 기술력이다. 당장 투자한다고 해서 단기간 내에 실적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성장은 따로지만 협력은 필수

위기의식을 느낀 완성차 업체나, 시장 진출을 노리는 칩 기업들이 업체 인수와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각자가 최대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분야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분야의 구분은 명확하다. 2020년 자동차 시장은 현대모비스, 덴소, 보쉬와 같은 전장 부품 업체들이 임베디드 시스템을 제공하고, 구글이나 인텔과 같은 IT 칩 기업이 AI 컴퓨팅 칩을 제공하며, 그리고 이를 잘 연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완성차 업체가 구현하는 삼분 형태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1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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