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의 차량용 프로세서 중원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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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업의 차량용 프로세서 중원 다툼
  • 김경한 기자
  • 승인 2019.1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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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와 자율주행 수요 급증으로 기회의 문 열리다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과거에 자동차는 기계장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차량용 프로세서 시장은 자동차의 전기화(Electrification)가 급진전됨에 따라, 차량 운행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 네트워킹 반도체, 인포테인먼트 반도체 등 차량 운행 외의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의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인수합병, 혹은 기술경쟁을 통해 치열한 수싸움을 펼치고 있는 차량용 프로세서의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4월 1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차량용 반도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8.6% 증가한 539억 달러(약 64조 원)으로 나타났다. IHS 마킷의 리서치 전문가인 루카 데 암브로기(Luca De Ambroggi)는 2025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655억 달러(약 7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수합병 통한 중원 다툼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파워트레인, 계기판, 샤시 등 전통적인 전장 반도체가 전체의 51%를 차지했으며, 상위 5위 기업이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했을 정도로 상위 그룹의 시장주도권은 상당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기술의 내재화, 인포테인먼트 기술의 고도화, IoT와 5G 기반 네트워킹 기술의 탑재 등으로 신기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상위 기업들에게도 연구개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위 그룹의 선택은 단 시간 내에 시장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인수합병이었다. 이들 기업이 인수합병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사항은 자사만의 특화된 기술과 인수 대상 업체만의 기술력을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였다. 

인피니언의 사이프레스 인수 전후, 차량용 반도체의 시장점유율 변화추이  * 출처: IHS 마킷
인피니언의 사이프레스 인수 전후, 차량용 반도체의 시장점유율 변화추이  * 출처: IHS 마킷

지난 6월 5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2위 업체였던 인피니언이 14위였던 사이프레스(Cypress)를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에서 강점을, 사이프레스는 차량용 낸드플래시와 SRAM 제품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인피니언은 사이프레스 인수로 ADAS와 인포테인먼트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피니언의 사이프레스 인수 이전에는 NXP 반도체 역시 인수합병으로 업계 1위를 고수해 왔다. 2014년까지 NXP는 업계 4위 업체였으나, 5위 업체인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면서 2015년 1위로 등극한 바 있다. NXP는 CMOS 기반 단거리 레이더, 프리스케일은 장거리 레이더 기술에 강점을 갖춰 당시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했다고 평가된다. NXP는 2018년 9월에 자동차용 이더넷 서브시스템 기술 공급업체인 옴니PHY(OmniPHY)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기회의 땅을 향한 국내 기업의 질주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수합병과 기술개발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며,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015년 12월에는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으며, 2017년 3월 미국의 ADAS,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분야 전문업체인 하만(Haman)을 인수했다. 이듬해인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는 하만과 공동 개발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전방 영역에 설치된 아날로그 계기판과 오디오 등의 제어장치를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하는 장치다. 

삼성전자의 디지털 콕핏 시연장면
삼성전자의 디지털 콕핏 시연장면

2018년 5월에는 아우디 차량에 적용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MIB)인 ‘엑시노스 오토 8890’을 출시했다. 이 프로세서는 8개의 CPU 코어와 12개의 GPU 코어를 탑재했으며, 차량 상태 제어,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원활히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K하이닉스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도전도 거세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9월, 기존의 차량용 전장사업 TF팀을 ‘오토모티브 전략팀’으로 정식 승격하며 차량용 프로세서 개발을 본격화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 1월에 열린 ‘CES 2019’에서 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AP(Application processor)를 뛰어넘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의 핵심 프로세서인 NPU, GPU와 같은 제품임을 시사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그동안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아왔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취약한 마이크로컨트롤러 센서와 아날로그 전력반도체, ADAS 센서 등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장 반도체는 설계부터 인증 생산까지 평균 4년이 걸려 진입장벽도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5G 기반 네트워킹 반도체와 초기 단계로 진입장벽이 낮은 자율주행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꾸준한 연구개발과 다양한 사업전략을 추진해 간다면, 이세돌 9단이 78수와 같은 ‘신의 한수’로 알파고라는 난공불락의 요새에 급소를 찔렀던 것처럼 기회는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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