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 현황과 기술동향 분석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그동안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D램과 NAND 플래시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D램 분야에서는 중국의 양산이 감지되고, NAND 플래시 분야에서는 타국 기업 간 연합전선이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시장을 걱정하는 동시에 경쟁업체의 맹추격도 경계해야 하는 다급한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선두국의 위상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9년 1000억 달러(약 125조 원)를 넘어섰고, 2026년에는 2500억 달러(약 3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은 13.8%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스마트 기기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이 확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료: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2018년 글로벌 모바일 가입자 수는 전 세계 인구의 67%에 달하는 51억 명이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의 기술적 발전은 높은 데이터 성능을 필요로 하기에 D램에 대한 수요가 가속화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설립이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비즈니스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 관리, 스토리지에 대한 메가 시설의 수요 증가로 인해 선진국에서 콜로케이션(Colocation, 웹 사이트 소유자가 컴퓨터 서버를 IPS 구내에 설치 운용하는 것) 데이터센터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의 채택이 증가함에 따라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DAS, 에어백,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와 같은 자동차의 첨단 안전 시스템의 채택이 증가하는 점도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증가요인으로 꼽힌다. 차량 내 통신 시스템에는 NAND 플래시와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에 대한 몇 가지 요구사항도 있다. 이를 통해 여러 보안 인증서를 저장하고 효율적인 무선 연결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자동차 시스템의 향상과 차량 내 전자부품의 증가와 통합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점유율에서 꾸준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TendForce)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삼성전자는 46.1%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가 28.6%, 마이크론(미국)이 19.9%로 뒤를 이었다. 세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94.6%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한국 업체만 따져도 74.7%에 이른다. 

IHS마킷(IHS Marki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시장점유율이 47%에 육박했으나 2018년 4분기에 39.9%로 하락한 후 2019년에 40%대를 회복했다. 2018년 30% 대로 하락한 요인은 D램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가 원인으로 파악됐다. 반면, 2018년에는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2018년 4분기에 31.9%를 차지해 전년 대비 13.1% 상승했으며, 마이크론이 24.0%를 차지해 7.9% 상승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2019년에 시장점유율을 회복한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공격적으로 출하량을 늘렸고 서버 시장 수요가 점차 회복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AND 플래시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2019년 3분기 33.5%로 1위를 유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키옥시아(일본, 전 도시바메모리)가 18.7%, WDC(미국)가 14.7%, 마이크론(미국)이 11.3%, 인텔이 9.7%, SK하이닉스가 9.6%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43.1%로 1위, 미국은 WDC, 마이크론, 인텔을 합쳐 35.7%로 2위, 일본은 키옥시아가 18.7%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업체의 2019년 3분기 시장점유율은 그해 2분기 45.2%보다 2.1%p 낮아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언제 순위다툼에서 밀릴지 알 수 없는 무한경쟁 시대라는 걸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에 D램과 NAND 플래시 산업의 위협요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무시할 수 없는 복병 ‘중국’의 D램 양산

D램 분야에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 뒤를 2, 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중국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노트북용 10nm급 32GB DDR4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 모듈 2개로 64GB를 구성한 노트북은 16GB 모듈 4개로 64GB를 구성한 것보다 동작모드에서 최대 39%, 대기모드에서 최대 25%의 소비전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노트북을 통해 고사양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전자의 16GB DDR5 모바일 D램

삼성전자는 2019년 7월 12GB DDR5 모바일 D램을 양산했으며, 올해 2월 25일에는 16GB DDR5 모바일 D램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DDR5 모바일 D램은 풀 HD급 영화(5GB)의 약 9편 용량인 44GB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대비 용량은 2배 높이면서도 소비전력은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 초고속, 대용량, 저전력의 차세대 시스템에 최적화된 D램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16일 국내 IT 전문 유통사인 대원CTS를 통해 Crucial DDR4 PC4-25600(3200MHz) 노트북용 D램을 출시했다. 지난 2월 6일에는 12GB DDR5 모바일용 D램을 샤오미의 신형 스마트폰 미10(Mi 10)에 탑재했다. 마이크론의 DDR5는 처리속도가 DDR4보다 2배 빠른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10월 16GB DDR D램을 개발해놓고도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SK 측은 연내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으나,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정확히 발표하지 않아 3위 업체인 마이크론보다도 뒤처져 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내 모바일용 DDR4 소개 페이지

D램에서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해 국내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D램 양산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중순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창신메모리가 2019년 12월 19nm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EE타임즈의 인터뷰에 따르면, 중국의 창신메모리는 ‘공식적’으로 중국의 유일한 D램 생산업체가 됐다. 창신메모리는 2019년 12월 현재 월 2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 중이며, 컴퓨터용 8GB DDR4와 모바일용 2·4GB DDR4를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까지 국내 기업에게 몇 세대 뒤처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양산을 시작하면 기술 향상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특성상 이 소식은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라 하겠다.

 

NAND 플래시, 과점기업간 치열한 순위다툼

NAND 플래시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128단 4D NAND 플래시를 삼성전자보다 먼저 양산하며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 4D NAND 플래시는 셀 주변부 회로를 셀 아래로 옮겨 면적을 줄인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 제품의 면적을 20~30% 줄인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월 128단(6세대) 4D NAND 플래시를 개발하고 2019년 6월에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128단 NAND 플래시와 솔루션 제품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128단 V낸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 양산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공정으로 만들면서도 속도, 생산성, 절전 특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특히 단일공정을 통해 세 번만 쌓아도 200단 이상의 초고적층 차세대 V낸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글로벌 2, 3위 업체의 공동 기술개발은 국내 업계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다. 현재 2위 업체인 키옥시아와 3위 업체인 WDC는 미에현 욧카이치와 카타카미 메모리 생산라인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업체는 지난 2월 4일 112단 3D NAND 플래시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 일본의 공동 제조시설에서 신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5위 업체인 인텔도 올해 4분기에 133단 NAND 플래시 양산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99.3%를 과점하고 있는 상위 5개 업체들이 100단 이상의 NAND 플래시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창을 겨누고 있다. 다섯 업체의 시장점유율이나 기술경쟁력에서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어느 한 업체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 요인에 멈칫하는 사이 다른 업체가 치고 나갈 수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국면에서 미리 기술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전략이나 연구개발이 절실한 때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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