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년 S&P 500과 견줘 4배 가까운 수익률
- 지역적, 산업적 한계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

[테크월드뉴스=박지성 기자]  임금 성장률은 정체돼 있는데, 부동산은 폭등하고 유동성은 한없이 풀리면서 갈 곳을 잃은 돈들이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증시의 대장주 역할을 수행하는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오르는 주가에 따라 삼성전자의 애칭 역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며 ‘팔만전자’에서 ‘구만전자’로 변화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실물경기와 달리 세계 증시는 이례적인 상승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한장TECH」는 이런 주식시장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 Semiconductor Sector: SOX)에 대해 알아본다. 

 

ㅇ 소재부터 장비까지, 모든 반도체 기업을 한 눈에…

 

1993년 12월 1일 미국 필라델피아 거래소는 미국이 선도하고 있던 반도체 업종 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로 한다. 그리고 반도체의 설계, 제조, 판매, 유통 등 전 가치사슬에 참여해 있던 대표기업들을 묶어 하나의 주가지수로 표현했다. 이렇게 탄생된 지표가 바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emiconductor Sector Index: SOX)다.

 

SOX는 반도체 전체 업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지표이다 보니,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선별해서 지수화해야 했다. 그래서 SOX는 ⓛ 미국 증시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중 ② 시가총액이 최소 1억 달러 이상 ③ 발행 주식 수가 1.5백만 주 이상인 종목 중 ④ 시가총액 선도 기업 30개 종목을 선정해 지수를 구성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매번 변동하기 때문에 SOX는 매 분기 구성되는 종목과 비중에 대해 조정 작업을 거치고 있다. 더불어 특정 기업의 주가에 지수가 편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당 비중이 최대 8%를 넘지 않도록 하며, 관습적으로 매년 9월 3번째 금요일에 해당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들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30여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SOX의 운영 수칙에도 일부 변화는 있었다. 최초에는 16개의 기업들로 SOX를 구성했으나, 기업의 수를 30개로 조정하며 시장 상황을 보다 폭 넓게 반영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는 조건에도 유연성이 더해졌다. 최초에는 직접 상장한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미국 예탁증권(American Depositary Receipt: ADR, 미국 은행이 해외 증권을 예탁받아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 방식으로 미국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도 지수에 편입시키며 대만의 TSMC와 네덜란드의 ASML SOX 포함됐다.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그림 1] 한장TECH ⓛ (자료=테크월드 뉴스)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그림 1] 한장TECH ⓛ (자료=테크월드 뉴스)

 

결과 오늘날 SOX [그림1]과 같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눈에 파악할 있는 일종의 신호등과 같은 지표가 됐다.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2월 현재 전체 30 기업 약 60%인 18 업체가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 포진해 있다. 영역은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영역으로 인텔과 같은 종합반도체(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기업 혹은 퀄컴이나 AMD,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뒤를 이어 소재·장비 분야에 10 업체가 포함돼 33%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에서 주목할만한 기업은 바로 ASML이다. ASML슈퍼 불리며 나노 공정의 핵심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독보적 지위로 인해 ASML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된 기업은 아니지만 SOX 지수에 편입돼 있다. 이외에도 반도체 생산·소재 부분의 선도기업인 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역시 포함돼 있다.

 

가장 얇은 층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업계 분야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인 마이크론과 대만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기업) 1 업체인 TSMC 기업만이 SOX 포함돼 있다. TSMC 역시 현재 미국 시장에 ADR 방식을 통한 간접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ASML 같이 예외적으로 지수에 포함돼 있다.

 

이런 일종의 쏠림 현상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파운드리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대만의 UMC 등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쇠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SOX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2조 8400억 달러, 한화로 무려 3132조 원에 육박하며, 매출 총액은 1조 1184억 달러(한화 약 1천 304조 원)에 이른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SOX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 중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만으로 주가 지수를 구성함으로써, 반도체 업황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ㅇ 4차 산업혁명 기조 속, 시장 대비 압도적 성과 창출

 

SOX 지표는 우등생들이 모인 우수 학급과 같은 모양새다. 그렇다 보니 타 학급 대비 평균 성적이 높은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이 학급의 성적은 단순히 우수한 수준을 넘어 타 학급을 압도하고 있다.

 

위축된 실물경기 속에도 유례 없이 풀린 유동성 덕분에, 국내 증시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비단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이런 랠리는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SOX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 SOX는 지난 1년간 S&P500은 물론 코스닥 등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창출했다[그림 2] 한장TECH ② (자료=테크월드 뉴스)
▲ SOX는 지난 1년간 S&P500은 물론 코스닥 등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창출했다.[그림 2] 한장TECH ② (자료=테크월드 뉴스)

 

SOX를 추종하는 상장지수 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인 SOXX와 미 증시의 주요 대표지수인 S&P를 비교해 보면, 이런 성과는 명확해진다. [그림2]와 같이 테크월드 뉴스가 구글 파이낸스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보게 되면, 2021년 2월 15일 현재, SOXX의 최근 1년간의 수익률은 +62.69%로, S&P 500 지수의 +16.20%를 3.8배 이상 압도하고 있다. 평가 기간을 최근 5년으로 설정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SOXX의 수익률은 416.31%, S&P 500은 101.99%로 4배 이상 벌어진다.

 

S&P 500 지수가 성과가 안 좋은 지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버핏이 자신의 아내에게 미리 쓴 유언에 “재산의 90%는 S&P 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할 정도로 견고한 성장성을 자랑하는 지표다.

 

이와 같이 SOX의 성과가 높은 이유는 IoT(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조 속에서, 반도체의 위상이 하나의 제품에서 산업의 기반으로 재정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연산GPU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근 수익률은 203%에 달한다. 인텔의 오랜 경쟁자인 AMD는 지난 10월 자일링스를 인수하며 인AI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했고, AMD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70%를 달성했다. 이런 모든 반도체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 대만 TSMC의 수익률은 무려 291%에 달한다. 그리고 이 TSMC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장비를 만드는 ASML은 최근 1년간 189%의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최근 이례적인 성장률을 보여줬던 국내 코스닥의 수익률이 141%임을 감안할 때, SOX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가 사용될 영역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 공급 부족은 예상보다 심각해서 미국 GM 등은 감산 조치에 들어갔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美 바이든 행정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병목을 일으키는 전략 물자, 즉 반도체를 수급하기 위한 행정 명령을 준비 중에 있다. 더 나아가 이 공급 부족 현상은 단순히 차량용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바일과 PC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2021년 2월 15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219.87를 기록하며 종가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듯, 반도체 수급은 이내 다시 균형을 찾을 것이고 SOX 역시 상승만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디지털 가속화와 4차 산업혁명 속 반도체 역할 확대를 고려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SOX의 우상향 가능성은 매우 높다.

 

ㅇ 지역적 그리고 산업적 개방성은 보강 필요

 

이처럼 SOX는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지수로서, 업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향후 반도체 산업이 맡게 될 높은 위상을 대변한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도 분명히 한계는 있다. 우선 첫 번째 한계 요소는 지역적 폐쇄성으로 인해 산업 대표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SOX가 대만의 TSMC와 네덜란드의 ASML 등을 예외적으로 종목에 편입시키긴 했으나, 여전히 SOX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기업들이 압도하던 반도체 산업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파운드리 영역에서는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오히려 미국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과 같은 체계 속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등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담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 애플은 최근 출시한 자사의 맥북 제품에 기존 인텔 반도체를 버리고 자체 칩셋인 M1을 탑재했다[그림 3] 애플의 실리콘 M1 칩샛 (자료=애플)
▲ 애플은 최근 출시한 자사의 맥북 제품에 기존 인텔 반도체를 버리고 자체 칩셋인 M1을 탑재했다[그림 3] 애플의 실리콘 M1 칩샛 (자료=애플)

두 번째 한계는 반도체 수요 산업의 높은 성장성과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사가 사용할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있는 애플, 인공지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설계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 같은 하이퍼 스케일러(Hyper Scaler: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용하는 사업자)는 이제 더 이상 반도체 산업의 단순한 고객이 아니다. 이미 그들도 반도체 생태계의 ‘참여자’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현실의 SOX는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반도체 산업이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적 한계와 장벽을 지속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거에는 상상의 산물이었던 자율주행, 가상현실들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이런 혁신의 DNA를 가진 산업을 대표하는 진정한 지수라면, 이와 같은 한계 극복의 노력들 역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산업적 관점에서 작성된 기사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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