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가속화된 디지털화, 투자 여력 높은 기업들의 M&A 가속화 전망
II. 글로벌 투자 여력 4000억 달러 추정
III. 상시 프로그램화된 M&A 전략 추진 필요

[테크월드뉴스=박지성 기자]  참전 군인들의 수기를 읽다 보면, 전투 중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 중 하나로 ‘소강상태’를 꼽곤 한다. 한창 치열한 전투가 있고 난 이후, 갑자기 찾아온 적막함. 어색한 고요함 속에서 모두가 더 큰 격변이 올 것을 직감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닥쳐 올 사태의 크기와 방향을 알 수 없기에 그들의 공포감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2020년이 끝났다. 백신 접종 등으로 한숨을 돌리고 있는 2021년의 전반부. IT 산업 관계자들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이 시기를 ‘소강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강상태 이후에는 대단위의 M&A가 이뤄지며 시장이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이번 「한장TECH」는 코로나 19 이후 IT 업계 내 M&A 시장 트렌드와 전략을 알아본다.

▲  전투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사들 (자료 = Gerald H. Gay)

 

ㅇ 코로나가 가속화한 변화로 IT 업계 격변 더 빨라진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불확실성은 2020년 글로벌 M&A 시장을 위축시켰다. 미래를 확신할 수 없게 된 기업들은 유동성을 비축하기 위해 노력했고 계획된 딜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코로나는 그간 IT 기업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메가 트렌드의 도래를 앞당기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 이후 새롭게 개화될 시장의 잠재력은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가 촉발한 주요한 변화는 크게 3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디지털화(Digitization)

수년 전부터 IT 기업들은 디지털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전통적 산업군의 디지털 이식 속도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도래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당위가 됐다. 재택근무를 지원하기 위한 화상회의는 기본이고 서로 간의 데이터 공유를 위한 인프라 확대 등도 급격하게 추진됐다. 오죽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앞당긴 최고임원(CxO)은 최고경영자(CEO)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아닌 코로나19(COVID19)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디지털화의 필요성은 이미 업계에 많이 설파가 됐었다. 다만 수요기업들이 이를 절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요기업들은 코로나가 촉발한 필요로 인해 디지털화를 도입했고, 이제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화된 기업들은 평균 4~7%, 많게는 최대 9%의 EBITDA (상각전영업이익)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사라져도 디지털화에 대한 긍정적 경험은 남아 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② 공급망 재정비

지난 20~30년 동안 경제 시스템의 글로벌화는 원재료와 부품의 조달 체계 범위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시켰다. 기업들은 공급체인을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시스템 전반에 걸친 약간의 느슨함은 용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공급망은 글로벌 기업 CEO와 이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디지털화는 증가하고 있으며, 공급망의 엔드 투 엔드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은 핵심 부품의 전략적 소싱 방안과 근접 권역 내 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결속력 강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③ ACES로의 전환

ACES(Autonomous: 자율화, Connectivity: 연결성, Electrification: 전기화, Shared Mobility: 공유 모빌리티)는 지난 수년 동안 IT 업계의 핵심 화두였다.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상당한 혁신을 가져왔지만 아직 하드웨어와 글로벌 인프라 확충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 ACES 산업의 개화 시기도 앞당겼다.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을 해결하고자 막대한 재원을 마련했고, 이 재원의 투자가 미래 유망산업으로 몰리면서 ACES의 사회적 인프라 확충 역시 한결 속도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을 위시한 유럽 국가와 중국은 코로나19로 위축된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서 전기차로의 급속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르노에 대한 금융지원을 실시하며 르노를 압박해 프랑스-독일 공동 전기차 배터리 개발 계획을 성사 시켰으며, 2023년까지 프랑스 전국에 10만 개의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ㅇ 투자 여력 4000억 달러, M&A 시장이 꿈틀댄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충격만을 던져 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영역도 함께 열어줬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를 위시한 IT업계는 M&A를 통해 ‘소강상태’ 후의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주요한 성장 축인 M&A는 코로나 이후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그림 1] 한장TECH ⓛ (자료=테크월드 뉴스)
 ▲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주요한 성장 축인 M&A는 코로나 이후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그림 1] 한장TECH ⓛ (자료=테크월드 뉴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그림 1]과 같이, 북미 시장에서 반도체, 첨단전자, 오토모티브 등 영역의 M&A 거래 건수는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인 2019년 사상 최고치였으며 총 거래 가치는 1670억 달러(한화 190조 원)에 달했다.

 

이후 코로나의 영향으로 2020년 거래 건수와 금액은 다소 감소했으나, 맥킨지의 예측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정상화가 뚜렷해지면서 첨단 IT 산업에서의 M&A 활동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 반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2020년 2분기부터 3분기 사이에 발표된 거래 건수는 약 70% 증가했고, 3분기에는 총 거래액이 300억 달러(한화 34조 원) 이상에 도달하며 이미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반도체를 위시한 첨단 IT 산업이다. 해외 IT 전문 매체 컴퓨터월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한 해 동안, 총 19건의 M&A가 이뤄졌다. 이 중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는 총 400억 달러(한화 45조 2000억), AMD의 자일링스(Xlinx) 인수는 350억 달러(한화 39조 6000억)에 달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 인수는 10조 원을 훨씬 상회하는 메가 딜이었다. 이는 코로나로 시장 상황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상황에 조기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화 등 기술적 환경 외에도 저금리 기조의 유지 등 경제적 여건을 바탕으로 맥킨지는 이런 움직임이 코로나 이후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자금을 통해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국내에서도 디지털 뉴딜과 같이 IT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IT 첨단 산업에 대한 글로벌 추가 투자 여력은 4000억 달러(한화 452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 프로그램화 된 M&A는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양호한 경영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그림 2] 한장TECH ② (자료=테크월드 뉴스)
▲ 프로그램화 된 M&A는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양호한 경영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 2] 한장TECH ② (자료=테크월드 뉴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간 2회 이상의 중소형 딜을 지속적으로 체결하는 프로그램형 M&A 전략을 추진한 기업의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위기 중, 호황기 등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모두 양(+)의 주주수익률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타 유형 대비 높은 평균 주주 수익률을 달성했다.

 

반면, 중소형 딜을 선택적으로 추진하거나 소규모의 대형 딜에 집중했던 기업은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 전체 기간의 평균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분석됐다. M&A보다는 내재적 성장을 중시했던 그룹의 경우, 전반적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하긴 했으나,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아 높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맥킨지는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상시화 된 M&A 프로그램의 도입이야말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며 IT 업계의 경쟁 심화와 함께 이런 추세들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궤를 같이해 실제로 이미 국내에서도 삼성, LG, SK, 롯데 그룹은 상시적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M&A를 추진하는 전문팀을 편성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ㅇ 앞으로 도래할 6가지 M&A 트렌드

더 나아가 맥킨지는 앞으로 IT 업계에 도래할 M&A의 전략 트렌드를 크게 6가지로 예측했다.

  1. M&A를 통한 규모의 확장

코로나 19 이후,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은 브랜드 제조업체와 공급망을 통합하는 M&A를 통해 고정 비용 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 하강 경기에서의 탄력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 봤다.

  1. 제품 및 서비스 포트폴리오 재정비

코로나는 글로벌 기업에게 사상 유례없는 스트레스 테스트 기회가 됐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디지털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도록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매력적인 제품과 사업군을 추가하는 M&A를 단행할 것이다.

  1. 서비스의 확장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급격한 하강 경기를 체험하며 경기하락 저항력을 높이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제품, 솔루션 판매를 벗어나서 유지보수와 기타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영역에 진출함으로써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전통적 오토모티브 사업자들의 공유 모빌리티 사업 진출이다. 자동차 제조 기업들은 이제 제품의 1차원적 판매가 아닌 구독, 유지보수, 애프터 마켓에 이르는 과정을 수익화함으로써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디지털 인프라의 강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기업들에 대한 경쟁력 평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비대면 채널에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과 부가 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이 급부상했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 확충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단기간 내 이를 확충하기 위해 M&A라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CRM 솔루션 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2020년 말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슬랙(Slack)을 277억 달러(한화 31조 3000억 원)에 사 들이며 이런 기업들의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1. 기술 습득과 트랜스포메이션

코로나 이전에도 각광을 받던 영역이었지만,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IIoT, 모빌리티 등 미래 유망 시장에 대한 투자는 지속 강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2020년 9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했고 10월에는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하며 넥스트 코로나 상황을 위한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 지역 공급망 강화 및 정비.

유례없는 공급망 붕괴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전략적 채널 관리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됐고, 비용 우위 관점에서 주류를 차지하던 해외 생산기지를 우선시하던 관점에서 탈피해 권역 내 예비 채널 등을 확보하는 등의 재정비 노력들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 프로그램화된 M&A는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양호한 경영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그림 3] 한장TECH ③ (자료=테크월드 뉴스)

맥킨지는 “과거의 M&A는 [그림3]과 같이, 기존 사업을 보호하거나 결합을 통해 일부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M&A를 통해 모기업의 사업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이런 트렌드를 요약했다.

 

▲ 코로나 이후의 경기변동에 대한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그림 4] 무한도전 박명수 어록 중 (자료=MBC 무한도전)

사실 기업들에게 M&A는 매력적이지만 매우 부담스러운 경영 수단이다.

우선 적합한 대상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하고, 천문학적인 인수 비용이 소모되며 체계적 통합 프로세스가 가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담스럽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가 촉발한 디지털화 트렌드는 이 소강상태 이후 더욱 빨라질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선진 기업들은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정말 늦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 해당 기사는 <월간 전자부품(EPNC)> 2021년 4월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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