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휘발성 메모리에 거는 기대감 점점 높아져

[테크월드뉴스=신동윤 기자] 메모리는 컴퓨팅 환경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연산과 저장, 입출력이라는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3가지 역할 중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CPU나 GPU와 같은 프로세서의 멀티코어화와 동작 속도 향상에 발맞추기 위해 항상 성능 향상에 대한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더구나 더 많은 용량을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등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현재의 메모리 기술은 공정 미세화 등의 기존 기술의 개선만으로는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모리 기술은 현재의 DRAM을 개선한 DDR5나 HBM(High Bandwidth Memory)3, 그리고 3D NAND나 3D XPoint와 같은 기술의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런 기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에서의 접근, 즉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기술인 FRAM, MRAM, PRAM, ReRAM, PoRAM 등의 다양한 기술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DDR5의 등장과 HBM의 대중화, 그리고 인공지능 메모리

지난 2020년 7월 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은 기존 DDR4에 비해 용량은 4배, 속도는 2배 빨라진 차세대 DRAM 규격인 DDR5의 표준 규격을 발표했다. DDR5 메모리는 64GB의 반도체 다이 집적밀도를 지원해, 16GB였던 기존의 DDR4에 비해 4배의 용량 확대가 이뤄졌다. 이는 일반적인 단일 DIMM으로 최대 128GB의 용량을 지원해 일반 소비자용 PC에서도 256GB 혹은 512GB라는 대용량 메모리 지원이 가능해진다.

또한 DDR5의 대역폭은 6400Mbps로 기존 DDR4에 비해 두 배 향상됐다. 이는 모듈당 32bit로 이뤄진 듀얼 채널 64bit 구성을 갖춤으로써 가능해졌으며, 동작 전압을 낮춰 전력 효율도 개선했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형성되면 바로 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버와 PC 시장의 플랫폼 전환과 DDR5 메모리 모듈의 가격 안정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2022년경에나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DC의 예측에 의하면 DDR5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에서 2022년에는 44%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DRAM을 여러 겹으로 쌓아 대역폭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한 HBM은 지금까지 인공지능이나 HPC 등에 주로 적용돼 왔으며,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고성능 그래픽카드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HBM은 현재 HBM3 표준화가 아직 진척이 더딘 가운데, HBM2E나 HBM-PIM과 같은 변형된 규격이 등장하고 있다. 

HBM2E는 지난 2019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발표한 규격으로 2020년 7월 SK하이닉스가 양산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2021년 2월 HBM-PIM(Processing-In-Memory)라는 인공지능 기능이 추가된 HBM 메모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주장에 의하면 이 메모리는 기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변경없이 인공지능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시스템 성능을 2배 향상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HBM2E 메모리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HBM2E 메모리

NAND 플래시에서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로의 이동

SSD로 대표되는 NAND 플래시는 빠르게 기존의 HDD를 대체하면서 서버에서부터 PC 등 거의 모든 스토리지 분야를 점령해 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속도에 초점을 맞춰 빠른 속도만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용량 측면에서도 기존의 HDD를 쫓아가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양산이 시작된 6세대(128단) 3D NAND 플래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0년 더블 스택이란 기술이 적용된 7세대 NAND 플래시를 발표했다. 더블 스택은 기존의 싱글 스택으로 설계된 3D NAND 플래시 두개를 겹쳐 적층 단 수를 높이는 기술로, 삼성전자는 현재의 128단을 더블 스택으로 쌓을 경우 바로 256단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20년 12월 176단의 4D NAND 플래시를 공개했다. 4D NAND는 기존 3D NAND의 CTF(Charge Trap Flash) 구조에 PUC(Peripheral Under Cell) 기술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셀의 동작을 제어하는 회로를 셀 아래에 위치하도록 설계해 집적회로의 면적을 줄임으로써 공간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이 4D NAND 기술과 비슷한 방식은 마이크론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업체들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적층 방식의 3D NAND도 곧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메모리에 대한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면, 현재와 같이 적층 구조를 쌓아 올림으로써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 그리고 미세 공정을 통해 공간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적층 방식에도 한계는 분명 다가올 것이며, 미세화 공정 또한 DRAM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계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SCM(Storage Class Memory)다. SCM은 DRAM과 같은 빠른 속도와 플래시 메모리가 갖는 비휘발성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제공하는 메모리를 말한다.

현재는 인텔의 옵테인(Optane) 삼성의 Z-NAND,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에 발표한 PUC와 더블 스택을 적용한 PRAM 정도만이 SCM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킬 정도의 성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특허청에 따르면 2018년까지 SCM 관련 특허 출원은 연평균 46건으로 그 이전 5년(2009~2013) 연평균 출원 건수인 11건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SCM은 현재 SSD와 같은 보조기억장치나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 사이의 병목을 개선하기 위한 캐시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SCM을 주기억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관련 특허 출원 건수를 살펴보면, 주기억장치로 사용하는 기술이 58%로 주를 이루고 있으며, 보조기억장치로 사용하는 특허가 19%, 캐시로 사용되는 경우가 17%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를 주기억장치로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인텔은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인 3DXpoint를 활용해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의 데이터 처리 속도 차이에 따른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직은 SCM이 SSD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활용은 무리가 있지만, 향후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통합함으로써, SSD가 차지하고 있는 보조기억장치의 자리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텔의 옵테인 기술은 SCM의 대표적인 예이다
인텔의 옵테인 기술은 SCM의 대표적인 예이다

비휘발성 메모리가 진정한 세대의 벽을 부수는 차세대 메모리가 될 것

반도체 소자의 세대 구분을 어떻게 하느냐는 상당히 모호하지만, 현세대의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기술적 도약을 의미한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아직 명확한 다음 세대의 메모리 소자는 개발 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이런 다음세대의 기술의 후보로는 몇 가지가 이미 연구, 개발 중이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차세대 메모리로 부각되고 있는 기술로는 MRAM(Magnetoresistive RAM, 자기저항 메모리)과 PRAM(Phase-change RAM, 상변화 메모리), FeRAM(Ferroelectric RAM, 강유전체 메모리)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ReRAM(Resistance RAM) 등 다양한 방식의 메모리 소자가 연구되고 있다.

아직 시장에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지 못하며,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외에 이 기술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NVRAM(Non-Volatile RAM, 비휘발성 메모리)라는 점이다. 기존의 DRAM과는 달리 별도의 전원이 공급되지 않더라도 저장된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DRAM의 리프레시라는 동작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전력 효율성과 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DRAM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속도를 제공하는 것은 MRAM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기술들은 기존의 NAND 플래시에 비하면 매우 빠르지만, DRAM과 비교할 수준의 속도는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분간 SCM이나 SSD를 대체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MRAM을 개발 중이며, 이미 사용 제품을 선보인 상황이다. 욜 디벨롭먼트의 예측에 따르면 MRAM 시장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54%의 성장을 거듭해 2024년에는 6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하며, 주로 기업용 스토리지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SK하이닉스도 MRAM 개발에 뛰어들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PRAM의 경우는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3DXpoint 기술을 기반으로 양산이 시작돼, 현재 시장에서 인텔 옵테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인텔은 SK하이닉스에 NAND 플래시 사업을 팔면서도 옵테인만은 제외함으로써, 인텔이 옵테인 기술에 거는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인텔의 옵테인 기술은 SCM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은 MRAM의 양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을 준비 중이다
삼성은 MRAM의 양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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