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명확한 시너지 구현에 초점 맞춰야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한장TECH는 테크월드 기자들이 주요 뉴스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테크월드만의 차별화된 독자 콘텐츠입니다.)

 

인공지능(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대면 면접을 선호하는 경향에 더해 객관성과 비용절감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AI 면접은 이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인사 채용의 한 단계로 점차 자리를 굳혀 나가는 모양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을 했던 2016년만 해도 아직 AI는 일반 대중들과는 거리가 있는 최첨단의 영역처럼 느껴졌으나, 이제는 어느새 우리 개개인의 취업 당락을 AI에게 맡길 정도로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AI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어떤 AI 산업에 투자를 해야 할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처에 AI가 적용되고 있는데 반해, 기업들의 가용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장 TECH에서는 글로벌 컨설팅펌 커니(Kearney)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AI의 세부 산업별 매력도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ㅇ 언뜻 같은 AI로 보여도, 세부 산업별로 성숙도는 천차만별

 

AI 산업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시장의 성장성을 보나 산업 내 서비스의 표준 정립 정도 등 여러 면에서 AI는 초창기 산업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AI 라고 하더라도 세부 산업별로 보게 되면 성숙도는 차이를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커니는 총 13개의 세부 AI 산업을 3단계의 성숙도로 나눠 분석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높은 성숙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는 산업에는 총 5개가 포함됐다. 산업 자동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길게는 수십 년 전부터 부분적인 노력들이 진행돼 왔고 기술적 진보를 거듭하며 업계에서 많은 사용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 부문의 심화 분석도 이미 우리 삶 속에 많이 파고들어 있다. 타깃 프로모션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의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숙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커니는 자율주행 차량과 채팅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봇, 업무 자동화 영역, 그리고 가상현실 시스템 (XR System)도 AI 세부 산업 중에서는 높은 성숙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정적인 네트워크를 자동화 된 동적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어댑티브 네트워크(Adaptive Network),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정보/물리보안 시스템, AI칩 등 AI 하드웨어/펌웨어, 스마트 로봇, AIaaS 등은 중간 수준의 성숙도로 분석했다. 이런 시장의 특징은 실제 다양한 서비스 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나 아직 업계 내에 주도적 기술적 표준이나 유의미한 시장 규모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퀀텀 컴퓨팅 기술, 스마트 헬스 등도 시장의 많은 관심 대비 시장 성숙도는 매우 낮아, 시장의 틀이 형성되는데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일례로 사람의 뇌 내 명령을 직접적으로 이해, 실행하기 위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경우에는 수십에서 수백 조 원 이상의 기술 투자가 있어야만 실질적인 서비스와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림1. AI 세부산업별 기술 성숙도 구분 (자료=커니)

▲ 이미 다양한 산업 내에 AI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세부 AI 산업별로는 상이한 기술 성숙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ㅇ 재무적 매력도와 전략적 정합성을 고려한 AI 사업 진출 판단

 

그러나 커니는 AI 투자가 이런 시장 성숙도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숙한 시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정적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해당 산업이 가지고 있는 재무적 매력도와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전략적 연계성이야말로 AI 산업 진출과 투자의 핵심적인 두 평가 축이라고 언급한다.

 

우선 재무적으로 높은 매력도를 갖기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시장의 규모가 커야 하고, 투자와 제품 생산 단계 상에서 경쟁 강도는 낮되, 기술에 대한 투자가 현금화되는 시점은 짧고 명확해야 한다.

 

더불어 단순히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AI 사업 진출을 통해 본원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투자라면 기존 사업과의 적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해당 사업에 진출을 하게 될 경우, 이런 전략적 정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기존 사업과는 어떤 그리고 어느 수준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기존 영위 사업 포트폴리오와의 관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기업들은 이런 재무적 매력도와 전략적 정합성을 축으로 2X2 매트릭스를 그리고([그림 2] 참조) 그 위에 해당 AI 사업 아이템을 위치시켜 봄으로써 사업 진출의 타당성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재무적 매력도가 높고 전략적 정합성도 높은 영역은 소위 골드러시(Gold Rush)에 속한다. 해당 기업은 이 영역에 속하는 AI 세부 생태계 투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반면 재무적 매력도도 낮고 전략적 적합성도 낮은 영역, 즉 멍청이의 금(Fool’s Gold)은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벌기 힘들며 투자했을 때 본원 사업에 큰 혁신을 가져다 주지도 못하기 때문에 진출을 보류해야 한다.

 

우수한 대안은 재무적 혹은 전략적 영역 중 하나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다. 단순히 재무적 매력도가 높은 영역이라면 온전한 ‘투자’개념으로 접근해 ‘금’은 아니더라도 ‘구리’는 캘 수 있는 구리광산(Copper Mine) 전략도 검토 가능하다. 역으로 재무적 매력도는 낮지만, 기존 사업에 파괴적 혁신을 동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다소 고되고 힘들더라도 시장 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역시 고려할 수 있다. ‘골드러시’와 ‘멍청이의 금’ 영역이 당위적 의사결정이라면 ‘구리광산’과 ‘다이아몬드 원석’ 영역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전략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통해 합리화될 수 있다.

 

그림2. 한장 TECH (자료=커니, 테크월드 재가공)
​​​▲ 재무적 매력도와 전략적 정합성을 기준으로 AI 산업 진출 타당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ㅇ IT 하드웨어 업체, 산업 자동화 영역 등에 역량 집중 필요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재무적 매력도와 달리 전략적 정합성의 여부는 해당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기존 사업과 전략 방향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IT 하드웨어 업체에게 매력적인 AI 신사업 영역은 어디일까?

 

커니의 분석에 의하면 IT 하드웨어 업체의 골드러시 영역에는 산업 자동화, 자율주행, 스마트로봇, XR 시스템이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산업 자동화 영역은 전략적 정합성과 재무적 매력도 모든 측면에서 13개 AI 사업 아이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 자동화 영역은 높은 수준의 온보드 프로세싱 역량을 요구하는데 이 경우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던 역량들과 결합해 높은 수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 자동화 영역은 다른 AI 산업 중에서도 현재 기술 성숙도와 시장 형성 자체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있어 재무적 매력도 면에서도 높은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의 경우에는 낮은 재무적 매력도에도 불구,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BCI는 인간의 뇌와 연계가 된다는 기술의 특성 상 높은 수준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마치 CPU 분야에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가 그랬던 것처럼, 다목적 BCI 플랫폼이 단일 애플리케이션 목적의 BCI들을 압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승자 독식과 같은 지배적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BCI산업 특성 상 기존에 반도체 칩 등을 설계하며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경험해 본 반도체 사업자들에게 BCI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커니는 내다봤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의 경우에는 뉴로모픽 컴퓨팅과 같은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등 관련 IP 역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BCI 시장은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 관망이 필요하지만 소위 시장에서의 ‘한 방’을 만들기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투자라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스마트 헬스는 하드웨어적 기술 역량 외에도 생체 신호 등 병리학적 이해 등을 복합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퀀텀 컴퓨팅 등과 함께 IT 하드웨어 사업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 사업 영역으로 분석됐다.

 

그림3. 골드러시 (자료=위키피디아)

▲ 캘리포니아에서도 알래스카에서도 골드러시가 있었지만, 정작 돈을 번 사람은 송금업자와 청바지 제조업자였다.

 

ㅇ 골드러시 시대에 정작 돈을 번 사업은 청바지였다?!

 

최근 들어 AI 에 대해 관심이 몰리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연구개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을 1000명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추진하며 ‘AI 분야 최강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IT 업계에는 삼성전자나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중소/중견기업들은 항상 기술적, 재원적 벽을 마주한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것이 냉엄한 경쟁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커니가 산업 자동화, 자율주행, 스마트 로봇과 같은 영역이 IT 하드웨어 플레이어들에게 최적의 골드러시라고 분석한 커니의 이 결과 또한 중소/중견기업들에게는 ‘이미 다 알고 있는,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당초 커니와 같은 글로벌 컨설팅 펌의 주요 고객은 중소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분석이 아예 틀렸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매트릭스상에서 언급됐던 ‘골드러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많은 이들이 앞 다퉈 미국의 서부로 향했고 그렇게 태어난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였다. 그러나 골드러시에도 불구하고 금으로 일확천금을 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다소 엉뚱하게도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채굴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옷인 청바지 리바이스를 만든 리바이와 데이비스였다.

AI 골드러시 시대에 산업 자동화, 자율주행과 같이 의미 있는 금맥을 찾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금맥을 찾는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AI 청바지’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을 진화시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 해당 기사는 <월간 전자부품(EPNC)> 2020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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