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수준, 책임, 윤리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이야기 나눠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엔비디아가 7월 18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 타워에서 오토모티브 Q&A 세션을 열고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 현황과 관점을 공유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대니 샤피로(Danny Shapiro) 엔비디아 오토모티브 시니어 디렉터가 참석해 기자들과 함께 질의응답을 나눴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대니 샤피로 디렉터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의 기술 수준은 대체로 레벨 2~3에 머물러 있다. 레벨 2와 3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발표한 자율주행 6단계 기술 분류를 기준으로, 걸음마 수준의 초입 단계라 할 수 있다.

레벨 2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도움을 받아 고속도로 등 제한된 환경에서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고, 레벨 3은 한층 다양한 환경에서의 자율주행을 지원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운전자는 수초 이내에 운전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자율주행 시스템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도 아직은 레벨 3에 근접한 수준이다. 진정한 자율주행으로 접어드는 레벨 4 이상의 시스템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일부 업체가 로봇 택시나 트럭 등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엔비디아의 경우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을 토대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AI 칩셋(Xavier SoC)과 슈퍼컴퓨터(DGX Super POD), 시뮬레이터(Drive SIM, DRIVE Constellation) 등의 기반 플랫폼을 개발한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생산하진 않지만, 이를 파트너 기업이 설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DGX Super Pod

엔비디아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오픈 플랫폼으로 공유한다. 현재 수백 곳의 기업이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에 참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올해 1월 CES 2019에서 콘티넨탈, ZF와 함께 레벨2+로 명명한 자율주행 솔루션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토파일럿(NVIDIA DRIVE Auto Pilot)을 공개하기도 했다.

AI 기술로 차량의 비전 인식 수준, 제어 인터페이스, 조종석 환경 등을 강화한 솔루션이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SoC인 자비에(Xavier, 30W 초당 30조회 연산)와 드라이브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차량 내 자율주행 AI 연산 능력과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3월에 열린 GTX 2019에서 다시 드라이브 오토파일럿과 드라이브 AGX를 통합한 ‘드라이브 AP2X’를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하는 대니 샤피로 디렉터가 기자들과 나눈 질의응답 내용이다.

자율주행 테스트 환경 데모 (자료=엔비디아)

▲레벨 3 이후는 언제쯤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미 모든 레벨에서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업체가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레벨 2+는 1~2년 이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 이상의 레벨로 올라가려면 기술적인 문제에 앞서 각국의 관련 규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한편, 레벨 4 이상의 로봇 택시도 이미 개발되고 있고, 이는 지오펜스(Geo-fence)나 학교 캠퍼스 등, 안정적이고 제한된 환경에서는 충분히 운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길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자유롭게 타는 것은 아마도 몇 년 더 걸릴 것이다. 현재 이를 위한 국가별 테스트나 검증에 많은 나라와 협력하고 있다.

 

▲VR 등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한 AI 학습이 실제 도로 학습을 대체할 수 있는가?

물론, 가상현실이 실제 환경을 100% 대체할 순 없다. 실제 도로 주행을 하다 보면 VR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에서 미처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사고 요인이 계속해서 발견된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주행 환경과 결합해 새로운 사례를 시나리오에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가상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를 노출함으로써 사고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도로에 뛰어든 사슴의 이동을 감지하지 못한 경우엔 동물인지에 대한 약점을 파악하고 관련 부분을 보완한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상환경에서의 테스트가 안전하다고 검증되면, 실제 도로 환경에서 테스트가 진행된다. 또한 새로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더라도 이전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있으면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 최적화가 가능하다.

 

▲자율주행에서 5G 무선통신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5G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AI 연산은 차량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5G는 저지연성과 빠른 속도가 특징이긴 하지만 5G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한 차량제어는 자체 연산 방식과 비교해 아무래도 느릴 수밖에 없다. 가령 5G를 통해 주행할 도로에 대한 상황(보행자, 장애물 여부 등)을 미리 전달받아 최적화된 경로를 채택하는 등 일부 참고를 할 수 있겠지만 자율주행을 5G에 전적으로 의존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율주행 해킹 등의 보안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차량 시스템 초기 단계부터 보안 프로토콜 탑재와 최적화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에서 검증된 보안 기술을 우선 적용하려 하고 있으며, 가상화 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 만약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해킹되더라도 이를 가상화 기술로 분리해 놓으면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해킹의 영향은 최소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AI 분석으로 이상 징후를 예측할 수도 있다.

 

▲레벨 3은 차량 제어권 전환(Hand-Off) 문제가 있어 몇몇 기업은 바로 레벨 4를 준비하기도 한다. 또 이와 관련된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에 대한 논란도 많은데, 엔비디아의 입장이 궁금하다.

일부 고객사가 레벨 3에 대해 미온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사실 제어권 전환은 그리 즉각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이용자의 행태를 감지해 미리 충분한 여유를 두고 경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사고 책임 소재에 대해선 볼보의 경우 차량을 제조한 볼보가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이런 모델은 차후 다른 제조사들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택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택시를 타다 사고가 났을 때 법적인 책임은 탑승자가 아닌, 운전을 담당한 택시 기사가 지는 것처럼 말이다.

 

▲’트롤리 딜레마’처럼 최악의 경우, 엔비디아 자율주행의 윤리적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는 AI 센서에 의사결정과 관련된 직접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해두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환경 고려해 AI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에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도록 하는 SFF(Safety Force Field)란 기술도 있다. 우리는 모든 차량에 SFF가 적용된다면 차량 충돌 사고의 가능성이 사실상 ‘0’에 수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서울의 부산처럼 지역 특성이 뚜렷한 운전 환경에 대한 자율주행 시스템의 최적화도 가능한가?”란 다소 재치 있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니 샤피로 디렉터는 부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듯 “사람의 운전습관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AI는 그런 모든 것도 학습해 예측할 수 있다”며, “다양한 파라미터 값을 입력해 ‘터프(Tough)’하거나 ‘캐주얼(Casual)’한 운행 세팅을 선택하는 일 역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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