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지형 변화로 엔드투엔드(End to End:E2E) 경쟁력 확보 필요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한장TECH는 테크월드 기자들이 주요 뉴스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테크월드만의 차별화된 독자 콘텐츠입니다. 

코로나 19 사태, 미중 갈등 등 2020년에 있었던 사건들은 우리의 ‘평범’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파는 반도체 산업에도 전달되고 있다. 정책과 기술, 산업적 측면에서의 경쟁 지형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기술과 경쟁 전략은 그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2020년 8월 글로벌 컨설팅 펌 맥킨지가 발간한 보고서 ‘반도체 설계와 생산: 최선도 역량의 확보 (Semiconductor design and manufacturing: Achieving leading-edge capabilities)’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의 뉴노멀(New Normal)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알아보자.

 

ㅇ 반도체 산업… 견고한 분업 구조에 균열이 보인다.

 

비단 ‘산업의 쌀’과 같은 은유를 끌어 들이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 모두 반도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이제는 더 쉬울 정도로, 디지털화의 물결 속에서 반도체의 위상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생활 필수품이 돼 버린 반도체를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그동안 글로벌 시장은 저마다의 역할과 위치를 나눠 분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불현듯 찾아온 코로나 19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은 이런 견고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깊은 균열을 만들었다. 경제 패권을 지키거나 뺏기 위해서 각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들을 속속 발표했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 19로 삐걱대는 글로벌 공급망을 목격하며 현재의 분업구조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업계는 확인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겪으며 다수의 반도체 기업들은 기존의 특정 영역에서의 경쟁력이 아닌 엔드 투 엔드(End To End, E2E) 설계, 생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각국 정부 역시 이런 노력들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반도체 산업의 경쟁지형은 이런 열망들이 달성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 미중 간의 힘겨루기는 무역 분쟁에서 반도체를 위시한 IT 패권 경쟁으로 확전됐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는 중국의 삼성이라 불리는 화웨이 제재가 있다. 이제는 전선이 화웨이를 넘어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 SMIC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림 1] (자료=게티이미지)

 

ㅇ 반도체 산업 경쟁 지형 변화

ⓛ 승자독식 구조의 뚜렷화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승자독식 구조(Winner Takes All)가 뚜렷해지고 있다. 맥킨지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추적조사가 가능한 총 254개 반도체 기업의 연 평균 수익을 분석했다. 해당 분석에는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와 자재공급업체들이 총망라됐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상위 5개 기업 삼성전자, 인텔, TSMC, 퀄컴, 애플 5개사의 수익은 약 355억 달러, 한화로 38조 8015억 원에 달했다. 이는 나머지 249개사의 수익을 모두 합한 287억 달러(31조 3691억 원)보다 높은 수치였다[그림 1].

맥킨지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중심 산업의 특성상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 내 경쟁업체보다 약간이라도 우수하다면 시장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특징을 지적하며, 이들 상위 기업들은 모두 R&D 혹은 제조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집중하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승자독식 구조는 상위 기업들에게는 우호적인 시장환경이겠으나, 중위권 기업들에게는 기존과 같은 경쟁 모델만으로는 시장 상황을 뒤집기 어렵다는 명징한 경쟁지형 변화로 읽혀진다.

▲ ‘15~’19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연 평균 이익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산업은 승자독식형 산업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한장TECH 1: 세계 반도체 기업의 연 평균 수익 분위별 비교 (자료=맥킨지, 테크월드 재가공)

반도체 산업의 분산된 가치사슬, 올라운드 절대강자는 아직 부재

 

더불어 반도체 산업 내 광범위한 연구 개발 영역과 급속한 기술 발전은 기업들로 하여금 높은 수준의 R&D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별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특정 가치 사슬 내 입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쟁 전략을 수립해 왔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영역별 강자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인텔(Intel): 데스크톱과 노트북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지배
  • 퀄컴(Qualcomm): 스마트폰 시스템 온 칩과 AP 시장의 지배적 지위
  •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도
  • 엔비디아(NVIDIA): 그래픽카드 시장 주도
  • TSMC: 반도체 생산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력 확보
  • ASML: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극자외선(EUV) 시장 독점
  • 일본: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특수화학 물질은 일본에서 생산
  • 일본과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활용되는 웨이퍼의 대부분이 2개 국가에서 생산됨
▲ 반도체 산업의 가치 사슬은 미국, 대만, 한국과 일본 등 가치사슬 별로 역할이 명확하게 배분돼 있다. 이런 분업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절대 강자보다는 영역별 챔피언 전략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림 2] 한장TECH 2: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별 권역 점유율 (자료=맥킨지, 테크월드 재가공)

[그림 2]와 같이 반도체 산업은 거의 전 가치 사슬에 걸쳐 서로의 분업 지형이 명확하다. 그러나 이런 영역별 전문화와 경쟁우위 모델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담보돼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상호 간의 높은 의존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 모델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상황은 이런 전략 방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긴밀한 분업 구조에서 특정 가치사슬이 천재지변으로 붕괴될 경우, 전체 산업이 어떻게 와해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반도체 기업들이 특정 매출처 혹은 부품 공급원을 상실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미중 갈등 만이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의 긴장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불화수소 등 필수 원자재 수급처를 급히 다변화해야만 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 속에서, 맥킨지는 최근 반도체 기업들과 각국 정부가 E2E 설계, 생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③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은 급속히 상승 中

그러나 E2E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이런 노력들이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비용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3].

▲ 반도체의 소형화, 정교화로 인해 반도체 설계/생산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기업들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은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다. [그림 3] 한장TECH 3: 반도체 사이즈별 설계와 생산 비용 (자료=맥킨지, 테크월드 재가공)

 

이와 같이 반도체 설계와 생산 비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nm 칩을 설계하기 위한 비용은 1억 74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최근 5G, 에지 컴퓨팅 등 최첨단 산업이 요구하는 5nm 칩의 설계 비용은 무려 5억 4000만 달러로 10nm 칩과 비교하면 무려 3배에 달한다. 설계가 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을 위한 비용도 가파르게 증가한다. 10nm 칩을 설계하기 위한 팹 모듈 건설 비용은 170억 달러였으나, 5nm 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초고가의 EUV 생산장비 등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540억 달러, 한화로 약 60조 원에 달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지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이 지형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역시 시시각각 상승하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의 기업들은 과연 어떤 대응 전략을 통해 성장을 추진해야 할까?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한장TECH] 반도체 산업, 뉴노멀 전략의 방향은? ②" 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볼 예정이다. 

 

- 전체 기사는 <월간 전자부품(EPNC)> 2021년 1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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