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코로나19는 지난해 전 세계인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 반면, 컴퓨터와 가전기기, 스마트팩토리와 같이 비대면 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 첨단 IT 제품의 소비에는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을 국가 차원에서 접종하는 일이 증가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D램은 올해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더군다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위축된 미국의 위상과 동맹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중국에 대한 제재는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4년간 7000억 달러의 재정을 투입할 것을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만큼 올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산업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호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분석하고, 이것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하고자 한다. 

 

중국 압박 유지 속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

지난해 12월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며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미국 50개 주 선거구별로 진행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총 538명 가운데 302표를 얻으며 최종 승리가 확정됐다. 원래 선거인단 투표는 대선 이후 형식적으로 치뤄져 관심 밖의 영역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탈표가 없어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된 것이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출처: 위키백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은 향후 4년간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끌 것인 만큼 그 어느 것보다 눈 여겨 봐야 할 조항이다.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바이든 후보의 주요 공약은 크게 통상정책, 경제정책, 기후변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통상정책에서는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 전략으로 요약되는 대중 통상정책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에 대해선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환율 조작, 반덤핑, 국영기업 불공정거래 관행, 국가에 의한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 등의 관행을 중지시킬 수 있는 강제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 또한,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통한 강제 기술이전과 사이버 공격에 의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트럼프 시대의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약화된 한국의 대미국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에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소폭 증가한 반면, 대중국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 나라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18년 상반기 14.8%에서 2019년 12.8%로 하락했다. 그런데 미국 수입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 하락분은 우리나라가 아닌 주로 아세안 국가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트럼프 정권기에 주로 철강과 조립금속 제품을 중심으로 급증했던 미국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면으로 따져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대비 7.8% 성장한 13.4억 대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이후 5년 만의 턴어라운드라고 강조한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못 미치겠으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축소로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 3사(샤오미, 오포, 비보)의 성장세는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사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축소 영향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바이든 정권 하에서도 강경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진리서치는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전년 대비 16.6% 증가한 3.10억 대로 전망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제품 포트폴리오, 가격대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자사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 부문을 분할해 선전시 즈산정보기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아너의 R&D 역량, SCM(공급망 관리) 등 아너의 모든 자산을 매각해 이에 대한 지분을 일체 보유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2019년 기준으로 화웨이의 글로벌 평균 판매단가는 308달러, 삼성전자는 342달러였다. 그런데, 화웨이가 중저가 브랜드 아너를 매각함에 따라 화웨이의 평균 판매단가는 340달러로 상승하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수요층과 가격 측면에서 유사하게 됐는데, 화웨이의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므로 이와 관련한 글로벌 수요가 고스란히 삼성전자에게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아직 경쟁사가 기술력을 쌓지 못한 폴더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공고히해 화웨이의 점유율을 뺏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여타 교역국으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리쇼어링과 한국판 뉴딜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정책에서 7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 편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재건을 위해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추가 경기부양안과는 별도로 7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미국산 제품 사용 확대, 혁신 촉진,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 연구개발 지원 등에 사용할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2월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던 법인세율을 다시 28%로 높여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면서도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조달(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4년 동안 4000억 달러 지출, 새로운 기술과 청정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위한 연구개발에 30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전기자동차, 경량 소재, 5G,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3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기술 분야에서 300만 개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브로드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산 제품 사용에 대해 강조하긴 했으나, 5G 네트워크 장비와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우리 기업이 첨단 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 주도 하에서 160조 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모든 산업 분야가 디지털로 탈바꿈하는 스마트X 시대를 맞아, 스마트팩토리 관련 사업과 이동통신사의 성장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팩토리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자국 내 산업시설 구축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인건비 절감이 가능한 스마트팩토리 건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는 11조 원에 달하며, 로봇 등 고가의 해외 장비를 제외하면 국내 SI(시스템통합) 업체의 시장 규모는 5~10%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 박정원 연구원은 올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5.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3사의 본업인 무선 사업이 5G 가입자 비율 확대로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영업이익은 추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이 KT 19.7%, SKT 15.2%, LG유플러스 9.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말 5G 가입자수는 보급률 37.1%로 1878만 명, 2022년에는 보급률 51.8%로 265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사업은 향후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의 5G B2B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5G를 접목한 B2B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2022년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 올해는 기반을 다지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KT는 중소기업 대상 자체 클라우드를 확대할 것으로 여겨지며, 지난해 연 1000억 원 수준인 자체 클라우드 매출이 올해 10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T와 LG유플러스는 5G의 초저지연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과 서비스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상존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될 경우 여전히 재고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경기 회복 조짐이 보여도 생산 재개와 투자 확대보다는 추가적인 재고 조정 여지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의 집중적 재확산과 일시적 안정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 이전의 경제상황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는 올해 하반기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조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확보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은 기후변화 관련 공약은 청정에너지와 인프라에 4년간 약 2조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경제정책에서 내세운 7000억 달러와 비교해 약 2.86배에 해당하는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청정에너지 확보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진심을 가늠할 수 있겠다. 

청정 에너지 혁신 부문에서는 기후 관련 총괄 연구기관인 ARPA-C(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Climate) 신설과 함께, 에너지 저장과 차세대 건축자재 등의 기술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 혁신 기술 상용화 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도로, 철도, 다리, 녹지공간, 수도, 전력망, 광대역 통신 등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추진한다. 

바이든의 기후변화 분야는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각 부문별로 양국간 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뉴딜의 3대 추진 방향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으로 기후·환경 안전망을 공고화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과 공정한 에너지 전환 지원 ▲녹색산업의 혁신과 신성장 동력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 등이며, 2025년까지 국고 총 42.7조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환경 규제 강화와 탄소세 부과 등으로 내연기관차의 수요 위축이 예상돼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친환경 자동차로의 빠른 공급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선언한 우리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제3차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함에 따라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기존 3%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해 오염원 인자의 책임을 강화한다. 배출권 유상할당은 기업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료로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생산활동에서의 친환경에너지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전기차 판매 증가로 전세계 배터리의 수급밸런스(수요/공급)가 처음으로 70%를 돌파해 가장 가파른 성장을 보이는 해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58% 수준임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배터리 업체의 고정비 절감이 본격화하는 시기가 도래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2024년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현상이 발생해 전기차 업계 전반에 긍정 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슈퍼 사이클이 기대되는 2021년 반도체 산업 전망은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2021년 산업 전망과 국내 IT 산업의 영향"에서 이어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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