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TECH]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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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TECH]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분석
  • 박지성
  • 승인 2019.06.04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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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이 빠진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한장TECH는 테크월드 기자들이 주요 뉴스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테크월드만의 차별화된 독자 콘텐츠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대한 삼성전자와 정부의 의욕적인 비전 발표가 있었다. 133조원을 투자해서, 2030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선도국가가 아니라 종합 반도체 강국이 되겠다는 이 목표는 매우 의욕적이다. 그러나 의욕적인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은 매우 정교하고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 목표들의 실제 달성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바로 전략의 핵심인 '선택과 집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테크월드 뉴스가 금번에 발표된 시스템 반도체 2030을 한장 TECH로 분석해 봤다.

[그림 1] 한장 TECH 시스템 반도체
[그림 1] 한장 TECH 시스템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크기 때문에 확장한다?

시스템 반도체와 관련된 비전을 발표하면서 항상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선도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대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1.5~2배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메모리 반도체 보다 더욱 큰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크기가 큰 시장이라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제품군들로 시장이 이뤄져 있다는 뜻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수만 가지의 품목으로 구성된 방대한 시장이다. 크게 마이크로컴포넌츠(Microcomponents), 아날로그 IC, 로직 IC 등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시장은 또 다시 크게 구분해도 3~4개의 시장으로 세분화 된다. 즉,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소위 ‘퉁 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큰 시장의 크기만큼이나 정교하고 세밀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장이 바로 시스템 반도체다.

 

[그림 2]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는 문제인 대통령 (자료: 청와대 제공)
[그림 2]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는 문제인 대통령 (자료: 청와대 제공)

어떤 영역의 반도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것인가?

앞서 말한 광범위한 시장 규모로 인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마이크로컴포넌츠 분야에서는 CPU 시절부터 강력한 영향력과 입지를 구축해 온 인텔이 약 6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통신용 반도체인 AP 등이 포함된 로직 IC 부분에서는 브로드컴과 퀄컴, 인텔이 10% 중초반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아날로그 IC 분야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TI)와 아날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 ADI) 등이 존재한다. 해당 시장마다 선도 기업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요구역량과 생태계 구성이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광센서와 전력용 반도체 시장까지 더해지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절대강자가 없는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삼성전자와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2030의 비전을 보면 이 방대한 시스템 반도체의 산업 영역 중 정확히 어떤 영역을 우선 순위로 두고 공략하겠다는 것인지 파악이 힘들다. 반도체의 가치사슬 영역 중 설계 역량이 중요시 되는 팹리스(Fabless)와 생산 및 공정 단계 중심인 (Foundry)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인데, 사실 이 두 영역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반도체 전 영역을 전부 다 잘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쉽게 비유하자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전교 1등이 되겠다”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팹리스를 강화하겠다는 세부 계획에서도 우선 순위는 안 보인다. 주요 수요처로 에너지, 안전 인프라, 국방, 교통, 5G가 타겟 애플리케션이션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파운드리 육성 방안에서는 대기업은 하이테크(High Tech), 중견 파운드리는 틈새 시장인 미들테크(Middle Tech)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하이와 미들의 기준은 어디인지, 해당 기술은 어떤 것들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비전의 내용을 기반으로 추정 시, 5G용 AP 등을 포함하여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중 약 85%가 우리의 타깃 마켓이다. 이쯤되면 타깃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기시감이 드는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계획, 이번에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사실 비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이런 야심찬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6월, 월간 전자부품의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시에도 LSI를 중심으로 MCU와 통신용 AP를 중심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한국과 삼성전자는 다시금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99년의 계획이 2018년에 비해 사업 영역의 명확성이나 시너지 차원에서 훨씬 더 분명해 보이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림 3] 러시아에서 후퇴하는 나폴레옹 (1814년의 프랑스 군대, 장 루이 에른스트 메쏘니에)
[그림 3] 러시아에서 후퇴하는 나폴레옹 (1814년의 프랑스 군대, 장 루이 에른스트 메쏘니에)

나폴레옹과 히틀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몰락이 바로 러시아 침공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둘은 모두 서유럽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었고, 압도적 군사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광대한 러시아 영토로 들어간 이들은 우리 모두가 알 듯이 실패하고 말았다. 광대한 전선에서 명확한 전략적 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자원과 보급으로 궤멸하고 말았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라는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혹시 우리가 비슷한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런 우리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삼성전자와 그리고 한국 정부가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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