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본지는 코로나19,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점검해보기 위해 정계, 학계, 업계 인사들을 모아 지난 8월 5일 라마다서울 호텔에서 반도체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기사는 총 6편으로 나눠 연재된다.

좌담회에는 (가나다 순으로) ▲지파랑 창업자 겸 서울대학교 박영준 연구교수(좌장)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전략기획단 김동순 PD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우 이사가 함께했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정부의 지원 정책 점검’ 주제 좌담회 현장 영상

 

◆ 좌담 주제

1. 2020 상반기, 코로나19에 의한 반도체 업계 변화는?
(2)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정부의 지원 정책 점검

 

박영준 좌장= 산업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대응 자세, 전략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반도체 분야에서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 산학연 협력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는가?

유회준 교수= 미국은 반도체 산업 초창기 트랜지스터 하나를 만들 때부터 지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AI 프로세서를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을 추진해왔다. 그래서 재료, 장비, 캐드 툴, 설계 칩, 응용 분야 까지 전 사이클에 대한 선순환 구조가 발달해온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과정을 다 뛰어넘고 양산 기술부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계 단계로 확대하려고 해도 R&D를 위한 제조 시설도, 응용 개발을 위한 환경도 구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제대로 된 시장도, 받쳐주는 원천 기술도 부족한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통해 내는 세금을 생각해보자. 세금이 이윤의 30%라면 수십 조 이상은 될 것이다. 이 중 10% 정도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더 진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의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뿐만 아니라 응용 분야에서의 원천 기술 등에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 대한 전략을 따로 구성해 해외와의 관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

이승우 이사=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 분위기는 최근 극우 성향이 강한 국가 원수들이 늘어난 것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역사적 배경도 함께 고려해보자면, 한때 일본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지만 미국에 의해 좌절됐고 이 와중에 한국이 수혜를 본 측면이 있다.

미일 반도체 협정 체결 당시 일본에서는 외무장관이자 지금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였다. 해당 협정으로 인해 언론의 질타를 맞고 결국 정계 은퇴까지 이어지게 된다. 과거에 이런 경험이 있는 아베 총리는 이번 기회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눌러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결론적으로 원하는 대로 되지는 못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우려됐다. 100% 소부장 국산화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출구 전략을 마련해 놓는 게 좋다는 입장이나, 상황은 계속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경제가 다운 톤이라 공정을 100% 풀 가동하지 않아도 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소부장과 관련해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 유지되면 양국 모두 얻는 것이 없고, 어부지리로 중국에 좋은 기회를 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박영준 좌장= 좀 더 현실적인 측면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리스크가 있는가?

김동순 PD= 작년,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계속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나가겠다는 발표를 통해 볼 때 반도체의 턴 어라운드를 만드는 전략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80년대 미일 반도체 분쟁의 틈에서 자리를 잡았고 당시의 공정 쪽으로 특화하면서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산물이 메모리 반도체다. 그러나 이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에 굉장히 민감해 다른 방향으로 확장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렇게 변화를 도모하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정부는 해외 마케팅을 위한 무역금융, 비대면 수출 등 안정 자금이나 펀드를 통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첨단 공정이다. 현재 EUV로 광원 자체가 바뀌는 공정으로 인해 해당 기술을 안정화하고 개선해야 하는 타이밍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이 한국에 방문할 때 검역을 보다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자가 격리를 배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 셋업이 느려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전략기획단 김동순 PD(좌)와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우 이사(우)

김대중 정권에서도 소재·부품 국산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업들이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 정부에서도 대기업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등 다양한 참여 형태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소재·부품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많이 성장했지만, 이번 정부는 지원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글로벌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까지 기대한다는 것 또한 달라진 점이다.

연구나 기술 개발은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기에 아직 더 지켜봐야겠으나, 단기적인 성과는 예측대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일본을 보지 말고 글로벌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으로 넘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나라별 상황을 분석하고 경제성을 고려해 우선 투자할 기술을 선별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려고 한다.

박영준 좌장= 작년 일본의 공격에 대응해 국내 소부장 업체들이 일 년간 잘 대응해왔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는 눈이 많은데, 국내 업체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가?

이승우 이사= 관련 업체들에서는 중국 쪽으로 기대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해외에 신경 쓰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틀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양면성으로 인해, 당장은 국내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유의미한 성과를 낸 후,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방향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중국은 한국보다 늦게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금 한국이 소부장 방면으로 개발하게 되면, 앞으로 중국 쪽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연구소나 공장에서 유럽 쪽과 장비 계약을 체결한 경우, 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존재했다. 어려운 장비도 아닌 경우가 많아 이 틈새시장을 노리기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박영준 좌장= 한국 소부장이 다시 한번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나,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이 다소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반도체 특별좌담회] ③ 포스트 코로나19와 디지털 뉴딜… 반도체 업계의 과제와 전망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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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지성 기자 park.jisung@techworld.co.kr
영상 촬영·편집: 김경한 기자 khkim@techworld.co.kr
기사 정리: 선연수 기자 sunys@tech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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