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본지는 코로나19,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점검해보기 위해 정계, 학계, 업계 인사들을 모아 지난 8월 5일 라마다서울 호텔에서 반도체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기사는 총 6편으로 나눠 연재된다.

좌담회에는 (좌장 외 가나다 순으로)▲지파랑 창업자 겸 서울대학교 박영준 연구교수(좌장)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전략기획단 김동순 PD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우 이사가 함께했다.

 

’글로벌 선두를 위한 정부-산업-학계 협력 방안은?’ 주제 좌담회 현장 영상

 

◆ 좌담 주제

2.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속 한국은?
(3) 글로벌 선두를 위한 정부-산업-학계 협력 방안

 

박영준 좌장= 급변하는 디지털 반도체 산업 환경에서 한국이 더 잘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정부, 산업, 학계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유회준 교수= 이상하게도 한국은 반도체 산업이 잘 되고 있으니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온 것 같다. 그러나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해야지, 서 있는 말에 채찍질을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현재 잘하고 있는 D램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 IC 시장도 확대하면 좋겠지만, 우선은 D램과 같은 메모리 위주로 추진하고, 시스템 IC는 수비 경쟁력 정도로 밀어도 반도체 산업은 충분히 유지되리라 본다.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

중국은 5G, 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활용한 기획을 잘하는 국가다. 미국보다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 분야에 있어 기술을 많이 선점하고 있다. 한국도 더 과감한 기획을 통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 연구자들에게는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물리, 화학, 생물에 지원하는 돈에 비해 반도체 분야로의 투자는 1/10도 되지 않는다. 상을 주고, 지원하는 등의 연구자들을 북돋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시스템 반도체 회사들까지 있어 내부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에코시스템을 구성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준 좌장= 잘해온 메모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성된 듯하다. 국민들이 지금처럼 반도체를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동순 PD= 사실 반도체 쪽 투자 상황은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맞다. 빌붙는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예산을 받아 근근이 투자해왔고, 이런 투자의 결과가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하나 반문하고 싶은 것은 ‘과연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 맞는가?’하는 것이다. 일본이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우리에게 원천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잘한다고 하지만, 한국에 램리서치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같은 글로벌한 장비 회사가 있는가? 소재, 부품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진정한 메모리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 공급 체인을 고려한 균형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원천 기술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고급 반도체 인력 육성 정책은 필수적이며, 허들이 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핀펫(FinFET)과 같은 기술은 우리가 먼저 개발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들이 한 것을 보고 따라 개발하는 건 충분해 해왔다. 새로운 걸 미리 제시하고 트렌드를 만들고 글로벌한 인프라를 꾸리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우 이사

이승우 이사= 기획재정부 측 사람이 “반도체 산업은 돈을 잘 버는데, 정부가 왜 지원해야 하는가? 게다가 고용도 얼마 되지 않는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돈을 더 벌게끔 해 법인세가 늘어나면 결국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하나는 정부 지원에 함께하는 평가 전문가들이다. 예전에는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보니 기술 평가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평가단을 많이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많이 강조하는데 반도체 분야에서 이 부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 측에서 보자면, 누가 뭐라 해도 가장 중요한 회사는 삼성전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투자해온 시간과 비용 대비 성과는 매우 미미하다. 2012년도의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13조 원이었고, 2019년에는 14조 원이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삼성전자가 뛰어난 공정 기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유일무이하게 고객과 경쟁하는 회사라고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TSMC는 IR에서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We don’t compete with our customers)”라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100% 생산하던 애플의 AP 칩도 결국 TSMC에 뺏겼다. 스마트폰 경쟁사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텔도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기고 싶어도, 엑시노스 제품을 개발하는 삼성이 견제되지 않을 리 없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출신들이 기술은 잘 알지만 산업의 경제적인 흐름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교육 현장에서 시장 현황, 산업 구도를 함께 가르쳐준다면 보다 현장감 있는 인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준 좌장= R&D의 주요 수혜처인 학계에서 시장에 대한 흐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지금 전 세계 IT가 격변하는 상황이다. Moore's Law(무어의 법칙) 주기가 느려지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와중에 미·중 갈등,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가 패닉한 상황이다.

최근 Arm의 인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지난 13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발표했다), TSMC가 삼성전자의 시장 가치를 넘어선 것, 과거 30년간 반도체 기술을 주도해온 인텔이 흔들리는 상황, 자동차의 새로운 미래를 펴는 테슬라의 영향력 확장 등 IT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앞서 좌담을 나눈 것에 이어 더 넓은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이 IT 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쥐길 바라며 본 좌담회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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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지성 기자 park.jisung@techworld.co.kr
영상 촬영·편집: 김경한 기자 khkim@techworld.co.kr
기사 정리: 선연수 기자 sunys@tech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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