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체라 김정배 대표, 황영규 부대표를 만나다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데이터 확보는 우리에게도 도전이지만, 이를 극복하면 경쟁력이 된다. 반면, 주어지는 데이터에 익숙한 기업들은 이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

어려운 환경을 오히려 더 큰 성장의 춧돌로 바라보는 이들, 알체라(Alchera)는 2016년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인재 2명이 설립한 AI 영상인식 분야 스타트업이다.  

알체라의 성장세는 놀랍다. 창업과 동시에 네이버와 투자계약을 맺고 인기 카메라 앱 '스노우(SNOW)'에 얼굴인식 엔진을 공급했다. 초기 스타트업 신분으로 인천공항 출입국 관리 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주했으며,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AI 유니콘을 제치는 등의 쾌거를 달성했다. 여기에 올해 코스닥 상장까지 앞둔 알체라의 성장 속도는 일반 스타트업과 비교해 이례적일 만큼 빠르게 느껴진다. 

무엇이 이들의 쾌속질주를 가능케 한 원동력일까?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알체라 본사에서 김정배 대표와 황영규 부대표를 만나 알체라의 기술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알체라 김정배 대표(좌), 황영규 부대표(우). 두 사람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각각 13년, 9년 간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Q. 알체라는 AI 기반 얼굴인식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특히 FRVT 2018-2019에서는 중국의 AI 유니콘들을 제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알체라의 핵심 기술 경쟁력은 무엇인가?

알체라 얼굴인식 엔진의 핵심 경쟁력은 정교한 눈·코·입 식별 능력에 있다. 인식 오차 범위는 약 1mm 수준에 불과하다. FRVT(face Recognition Vendor Test) 같은 얼굴인식 기술 국제대회에서는 정면뿐 아니라, 가림, 불완전한 조명, 정측면 등 열악한 인식 환경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노화 탐지 부문에서는 DB 테스트 결과 17년 차까지 판별해 내는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오래된 사진 속 대상과의 일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런 에이징(Ageing) 판독 기술은 한번 촬영 후 장기간 갱신할 일이 없는 신분증 사진과 소유주의 실제 일치 여부를 판별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알체라 개발한 인천 국제공항 자동 출입국 시스템에도 이런 노화 감별 기능이 적용돼 있다.

우리는 이것이 100% 자체 기술로 이뤄낸 성과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국내에 엔진 개발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6~7곳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해외 엔진을 가져다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래선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우리는 얼굴인식 분야의 강자인 일본 NEC를 포함해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세를 확장할 때도, 흔들림 없이 원천 기술을 다듬어 다듬어왔다. 그리고 이것이 알체라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FRVT 2018-2019, 노화 감별(MUGSHOT) 부문 결과 (출처=알체라)

Q.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다른 사업들은 무엇이 있는가?

핀테크 분야에서 신한카드와 손잡고 얼굴 정보로 결제할 수 있는 신한 페이스페이(FacePay)를 출시했다. 이 밖에도 여러 금융 기업들과 다각적인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비대면 통장 개설을 위한 신분 인증 과정에는 원래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여권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비대면 인증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생각해보자. 미성년자들도 법적으로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아직 신분증이 없지 않나? 반면 여권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즉, 여권을 통한 비대면 인증이 가능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서비스가 주는 혜택들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접근성 개선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Q. 얼굴인식은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낮다는 우려가 있다. 그에 따른 문제는 없었는가?

사실 보안 수준으로만 따지면 홍채가 가장 안전하고, 그다음으로 지문, 얼굴 순이다. 그럼에도 얼굴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 지문과 얼굴의 보안 격차가 미미한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또 얼굴은 비접촉 방식이다 보니 사용이 훨씬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활용 폭도 넓다.

게다가 얼굴은 사라지는 정보도 아니다. 지문이 닳아 없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얼굴은 죽는 순간까지 사용자와 함께 하는 정보다.

홍채의 경우 보안성은 높지만 인식 과정이 까다로워 사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눈이 작은 동양인들은 홍채 인식률이 서양인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굳이 홍채가 아니라도 얼굴만으로 충분한 보안을 담보할 수 있다면 당연히 얼굴인식 보안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Q. 알체라는 창업 초기부터 여러 대기업, VC 투자 등을 유치하며 안정된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자금력이나 기술, 모두 일반 스타트업보다 여유로운 느낌인데, 이를 바탕으로 시도한 특징적 사업이 있는가?

최근 VADT(Visual Anomaly Detection Technology)라 부르는 이상상황 감지 기술 개발에 투자해 화재 감시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했다.

보통 산불은 발화 후 20분까지가 골든타임이다. 문제는 그 20분이 거의 연기만 소량 발생하는 수준이라 원거리에서는 안개나 구름, 아지랑이 등과 육안으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알체라의 솔루션은 이를 AI로 감지해 조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아마 지난 호주 산불 사고에 앞서 이런 감지 시스템이 제때 갖춰져 있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국내외 사례로, 한국전력에서 이미 240대의 카메라를 도입해 화재 발생에 대한 감시를 시작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도 200대의 원거리 산불 감시 카메라를 도입했다. 이 밖에도 산업현장 내 다양한 시설물 변화를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Q. AI 기업에 데이터는 핵심 경쟁력이다. 수집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에 알맞게 정제하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알체라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학습용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자체적인 데이터 레이블링 툴을 개발했고, 현재 한국과 베트남 현지 법인 등에서 100여 명의 인력이 데이터 수집과 정제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또한 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만들어 동시에 수백 명이 접속하더라도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Q. 사실 국가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 기업에 제공하는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 AI 스타트업들은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체라가 중국 AI 유니콘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앞설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는 불리하다고 말하는 그 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봤다. 중국 기업은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양보다 중요한 건 ‘질’이다. 우리는 데이터가 한정적인 만큼 적은 양의 데이터로 높은 정확도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에 일찍부터 투자해왔다. 또 이미 확보한 데이터 안에서도 다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효율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때때로 데이터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상의 산불 데이터 약 125만장을 생성하고 이를 시스템에 학습시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데이터 확보는 분명 우리에게도 도전이지만, 이를 극복하면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주어지는 데이터에 익숙한 중국 기업들은 이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

Q. 해외 사업은 어떤가? 특히 알체라 법인이 진출한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 기술 동향은 다소 생소하다.

현재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주로 데이터 가공 업무를 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현지에 방문해 정부 기관이나 베트남 사업가들을 만나 회사를 소개하고 협업 포인트를 물색 중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기술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자체 개발보단 성공한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기조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에도 이미 우버나 배달의 민족 같은 서비스가 성행 중이고,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우리 역시 베트남 현지 기업들과 협업하는 방향의 사업을 고민 중이다.

 

Q. 엔진 공급을 넘어 SaaS(Software as a Service)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소식으로, 이번에 일본의 대표 건설회사인 카지마(Kajima)와 새롭게 SaaS 기반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일본에 있지만 그들이 도입한 시스템의 엔진은 한국에 있고, 업데이트도 한국에서 이뤄진다. 

이번 계약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최초의 얼굴인식 분야 SaaS란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또 알체라에겐 기술 개발 회사에서 서비스 공급을 겸하는 회사로 새롭게 도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기도 하다. 

현재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계약에만 안주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우리 제품들이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Q. 얼굴인식 기반 서비스는 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따라다닌다. 알체라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리는 학습에 필요한 수천 만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할 때 합법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모두 공증된 동의서를 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법무부 등의 관련 기관에서도 여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준 바 있다.

페이스페이 등을 운영하며 얻어지는 얼굴 정보는 직접 저장하지 않는다. 이해를 위해 설명하자면, 얼굴 이미지 그 자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서 수학적 특징만을 뽑아 저장하는 것이다. 이 정보는 재해석이 불가능한 만큼,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특징 데이터마저 물리적으로 분산된 환경에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여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Q. 특히 합법성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단순히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합법성 또한 우리의 경쟁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경쟁하는 중국 회사들의 데이터 출처는 사실 깨끗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 문제는 이들 기업이 중국을 떠나 해외에 진출할 때 그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된다. 거래하는 기업의 데이터가 불법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면 좋아할 회사는 아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철저한 법적 공증 아래 사업을 진행하는 알체라는 상대적으로 신뢰도 높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행인 점은, 최근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정책적 이슈들이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개방하는 건 민주주의적 방식이 아니다. 현재 위에서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그들의 이해 당사자가 국민이다 보니 누구 하나 무시하기 어렵다. 시간을 두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할 부분들이다.

 

Q. 스노우와의 계약 등 주목할 만한 초기 성과들이 있지만, 그런 사업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또 AI 영상 인식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알체라도 다음 타깃을 준비해야 할 때인 듯하다. 현재 이 분야에서 예상하는 유망 사업은 무엇인가?

우선 핀테크와 공공 부문의 확장 측면이 있을 수 있고, 매장에서 고객 관리에 활용할 수도 있다. 가깝게는 MWC 2019와 CES 2020에서 알체라와 협업한 레티널(LetinAR)이 좋은 사례다.

레티널은 글로벌 톱 수준의 AR 광학렌즈 제작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이다. 지난 전시회에서는 AR 글래스에 우리 기술을 접목해, 부스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정보를 증강(AR)해 볼 수 있는 시연회를 준비해 호평을 받았다.

이것이 현실에 나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직원이 언제든 손님의 이전 방문 정보와 취향 데이터를 토대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런 서비스에서 알체라의 얼굴인식 엔진은 IBM이나 AWS와 비교해도 인식 지연률이 굉장히 낮아 경쟁력이 높다. 이는 우리 엔진이 애초에 스노우 앱 기반의 모바일용으로 가볍게 만들어진 덕분이다.

레티널과 알체라가 협업한 시범용 AR 글래스

Q. 앞으로의 계획과 기대하는 바는?

우선 조만간 코스닥 상장 계획이 있고, 금년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알체라의 사업 기반과 자금 역시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바라는 점은 더 많은 인재들의 합류다.

또 이제 한국에서는 우리가 제법 알려진 만큼, 이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름을 보고 해외에서도 더 많은 인재와 고객들이 찾아와 우리 기술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길 바란다.

 

월간 <EMBEDDED> 2020년 3월 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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