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픽의 무인 상점 플랫폼, 브이디컴퍼니와 손잡고 한국 상륙 초읽기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무인화는 산업계의 숙명이다.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점점 줄고, 젊은이들이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은 뚜렷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건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자연히 제조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사람 대신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무인화의 바람이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 2016년 아마존이 공개한 무인 상점 ‘아마존고(Amazon Go)’는 소비자가 점원과 마주할 일 없이 물건만 들고나오면 알아서 결제가 되는 상점 무인화 시스템을 실현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물론 현재의 무인 상점이 당장 모든 편의점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줄고 결제 대기 시간이 사라지는 무인 상점은 여전히 ‘리테일의 미래’로 불린다. 그리고 실제, 최근 이 분야에서 시장을 통일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의 ‘클라우드픽(Cloud Pick)’이다. 

왼쪽부터 정원익 중국 지사장, 함판식 브이디컴퍼니 대표, 제프 펑 클라우드픽 CEO, 로지 정 CFO

2017년 설립된 클라우드픽은 설립 2년 만에 중국 내에서 40여 개의 무인 상점(아마존고 16곳, 아마존닷컴 기준)을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4월에는 인텔로부터 외부 투자를 유치했으며,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도 클라우드픽의 무인 상점이 진출해 사업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AI 리테일솔루션 전문 업체인 브이디컴퍼니(VD Company)와 손잡고 본격적인 한국 시장 상륙을 준비 중이다. 무인 상점 구현을 위한 원천 기술을 클라우드픽이 제공하고 브이디컴퍼니가 이를 국내 환경에 맞도록 현지화하고 플랫폼화하는 전략이다. 과연 클라우드픽이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사업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브이디컴퍼니 함판식 대표와 정원익 중국 지사장,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인 클라우드픽의 제프 펑(Jeff Feng) CEO와 로지 장(Rosie Zhang) CFO 등 핵심 멤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브이디컴퍼니와 클라우드픽, 어떤 계기로 협력하게 됐나?

작년에 업무상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무인 상점 시장이 크게 발전돼 있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에 여러 기업을 만나보며 그들의 기술을 비교·분석하던 중 상하이의 한 전시회에서 클라우드픽의 솔루션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것이 한국에도 충분히 성공할 만한 기술이란 판단이 들어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

브이디컴퍼니는 클라우드픽의 한국 총판 개념이지만 단순히 솔루션만 중개하는 것이 아닌, 클라우드픽의 원천 기술을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무인 상점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함께하는 기술 전략 파트너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선 편의점 안에 필수로 있어야 할 선반이나 쇼케이스, 출입 제어 시스템 등을 한국의 인증 규격에 맞도록 외부 업체와 협력해 커스터마이징하고, 애플리케이션 한글화 작업과 함께 클라우드픽의 플랫폼이 기존 대기업의 시스템과 연동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요 타깃인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비유해보자. 아마존의 아마존고가 애플의 폐쇄적인 IOS 전략이라면, 클라우드픽과 브이디컴퍼니의 무인 상점 플랫폼은 다양한 기업 환경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지닌 셈이다.

함판식 브이디컴퍼니 대표와 정원익 중국 지사장

무인 상점 플랫폼,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과 일본의 사례, 그리고 무인 상점이 지닌 편의성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 내 가장 큰 편의점 브랜드인 메이쟈(美宜佳)에서 클라우드픽의 기술을 편의점 무인화에 도입한 상태이며, 일본 최대 통신그룹인 NTT도 2021년까지 클라우드픽의 기술로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즉, 가까운 두 시장에서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뜻이다. 아마존 역시 2021년까지 아마존고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회적, 구조적인 문제도 무인 상점의 대중화를 촉진한다. 편의점 사업은 현재 인건비나 구인난 등 여러 문제에 맞닿아 있다. 편의점주들은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지금도 점포를 2개 이상씩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사람들이 ‘대면하는 소비’를 점차 기피하기 시작하는 문화적인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데, 무인 상점이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점원을 마주하고 물건을 직접 계산할 필요 없이 가방에 넣어 바로 나오면 되는 편리함이 보장되며, 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런 무인 매장은 여러 개를 운영할수록 이득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무인 상점이 상용화된 나라다. 최근 중국 내 동향은 어떤가?

한 마디로, 기술이 통일되는 단계에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널리 사용됐던 빙고박스와 징둥닷컴의 RFID 기반 무인화 방식은 기술적인 단점이 명확했다. 제품별로 일일이 RFID 칩을 붙여야 하는데 이를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으며, RFID 칩 자체가 대량구매를 하더라도 아직까지 가격이 비싼 편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무인화로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 감소한다. 특히 RFID는 금속 재질에 약해 칩을 속이고 물건을 빼돌리는 등의 범죄가 발생하기도 쉬운 편이다.

반면 클라우드픽의 기술은 카메라 비전과 행동 인식 알고리즘, 무게 센서 등 아마존고와 유사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사실 겉으로 보이는 방식 자체는 아마존고와 같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그 수준은 우리가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마존고보다 뛰어나다는 건, 어떤 부분들을 말하는 건가?

아직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우선 결제 속도와 비용 면에서 앞선다. 현재 아마존고의 가장 큰 단점은 긴 결제 시간이다. 매장 내에서 결제를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최종 결제 승인까지의 과정이 길다. 짧으면 5분, 길면 약 15분까지 걸리는데, 결제 후 집에 도착했는데 어떤 문제로 인해 결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면 사후 처리 과정이 복잡해진다. 반면, 클라우드픽의 결제 시스템은 매장에서 나온 후 길어야 5초 이내에 결제가 이뤄지므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도입 비용이 아마존고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결과적으로 아마존고와 방식은 비슷한데 결제 속도도 빠르고 비용 면에서 압도적이다. 이러면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클라우드픽의 기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 징둥닷컴의 X마트와 빙고박스도 무인화 기반을 클라우드픽의 기술로 전환하는 중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의 무인 편의점 기술이 클라우드픽으로 통일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분야에서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기업은 아마존과 클라우드픽이 유일하다. 

 

조금 더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듣고 싶다.

인공지능 비전 영역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상품 학습 능력이다. 바코드나 RFID 없이도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건 사전 상품 정보와 카메라가 본 것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AI가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한 내용 중에 ‘상품 학습기’라는 것이 있다. 비전 AI가 물건 하나를 온전히 학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국내 학습기 회사나 다른 회사가 보통 보름에서 최대 한달 정도가 걸리는 이 작업을 클라우드픽은 사진 촬영과 학습 과정 전반을 최대한 자동화해 품목 하나당 평균 하루 수준으로 개선했다.

또한 딥러닝 기술로 고객들이 보여주는 여러 돌발적인 행동을 지속해서 학습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학습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무인 상점의 개인정보 이슈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사용자의 얼굴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수집하지 않는다. 대신 일종의 점과 암호화된 고객 번호로 손님 개개인을 인식한다. 매장 하나에 설치되는 카메라는 15평 기준으로 약 30대,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상식적인 선에서 동시에 출입하는 손님들을 모두 구분하기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을 위해 업주 측에서 동시 입장 인원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도 준비해 뒀다.

또한 ‘CPVES’라는 자체 암호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모든 데이터는 별도의 방화벽 장치를 통해 외부로 나가는 걸 방지하고 있다. 고객 번호 가상화는 물론이다. 여기에 모든 데이터가 국내 데이터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도 우리 국민 정서에서 신뢰를 더해줄 것이다. 비록 ‘누가 무엇을 언제 얼마만큼 사는가’는 몰라도,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정보는 수집할 수 있다. 또, 그런 반복 행위에 대한 습관이 인지되면 해당 개체를 타깃으로 한 불특정 프로모션을 제안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무인 편의점 사업에 앞서 국내에서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 있나?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현재 무인 상점에서의 술·담배 판매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주로 신분 확인 문제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다. 예를 들어, 지문을 통한 나이 확인 기능을 도입하려 해도 정부 기관에서 지문 정보를 열어주지 않는다.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단, 앞으로 정책적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

두 번째는 결제 스타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별도의 앱을 깔아 결제하는 방식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물론 앱 내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겠지만, 이 부분 역시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아예 최근 국민적으로 쓰이는 디지털 결제 수단인 위챗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결제 다변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이밖에 노령 인구나 장애인 등 기술 소외 계층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시스템은 젊은 사람들도 처음엔 어려워한다. 이를 위해 오픈 초기 이용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인원들을 배치하기도 하며, 가장 중요한 건 무인 기술 자체는 그 편리함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결국 유인 상점을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 궁극적으로 함께 상호보완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브이디컴퍼니의 향후 한국 사업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20~30대 젊은 층이 주요 타깃이고,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대학가 등의 상권을 공략할 것이다. 또 기존 편의점에도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아예 ‘더편24’라는 자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이 시작이긴 하지만 무인화 기술을 이용한 여러 분야로의 확산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왓슨 화장품 매장에 클라우드픽 무인 상점 기술이 적용된 사례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화장품 대기업이나 생활용품 브랜드 등 여러 곳과 접촉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장기적으로 무인 창고 시스템이나 양로원에서 비전 기술을 활용해 노인들의 사고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까지, 무인 상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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