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을 보는 시각, 조금 더 보편타당할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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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을 보는 시각, 조금 더 보편타당할 필요 있다
  • 이건한 기자
  • 승인 2020.02.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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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적기조례 등장을 피하기 위한 관점의 균등화 필요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세계 각국의 법제화 노력이 분주한 가운데, 첨단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범위를 지금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교육연구소(KIEI) 주최한 자율주행 기술분석 세미나에서 ‘자율주행의 법적 의미와 기술적 의미’를 주제로 강연한 한국법제연구원 조용혁 실장은 ‘첨단 기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보편타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 색다른 가정을 해보자. 현재 차마(車馬)를 규정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마차로 도로를 주행할 경우 마차 역시 하나의 차(車)로 간주된다. 이때 말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통제를 따르지만 어느 정도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만큼, 마차의 말을 지금의 반자율주행 자동차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만약 이 말이 주인의 의지에 반하는 사고를 발생시킬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보편적인 사회 규범대로라면 대부분 말보다 마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대해 자율주행차가 발생시킨 사고에 대해선 아직까지 사고의 주체가 사람인지, 기계인지에 대한 법적 책임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자율주행차의 정의와 능력을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차도 생각하기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로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 실장의 메시지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여러 첨단 기술의 급격한 발전기를 맞아, 이를 얕은 잣대만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몇몇 정적인 기준만이 아닌 기술의 변화 속도, 사회적 인식의 성숙도 등을 고려해 법제화에 앞서 최대한 폭넓은 관점으로 기술을 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율주행만 하더라도 현재 많은 국가가 자율주행차의 범위를 구분함에 있어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6단계 자율주행 레벨 정의를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 중인 자율주행 기술 산업 속에서 모든 자동차를 이 여섯 단계 안에서 규정해도 괜찮은 걸까?   

조 실장은 “자율주행은 실제 색상 간 경계가 불분명한 무지개와 같다. 레벨 3, 4, 5만 있는 게 아니라 각 모델이 구현하는 기능에 따라 ‘레벨 3.572’ 같은 것도 존재할 수 있다”며, “다소 모호한 기계적 분류 기준에만 집중할 경우, 향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보다 기술이란 경계 없이 자유롭게 진화하는 것이므로 관련 법을 논의할 땐 보다 세세한 물리적 기준과 사회적 규범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법제연구원 조용혁 실장
한국법제연구원 조용혁 실장

이에 관해 그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까지 자동차 제조사와 인간 운전자의 법적인 책임을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형사·민사상으로 세분화해 구분하는 것 등의 임시방편을 제시했으며, 기술과 법,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과거 영국의 '적기조례'를 예로 들었다.

19세기 영국에서 제정된 적기조례(Red Flag Act)는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어떤 비현실적인 법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증기 기관차가 처음 도로에 등장했던 무렵 만들어진 적기 조례는 ‘도로에 사람과 마차가 혼행하는 환경에서는 안전을 위해 증기 자동차 운행 시에는 반드시 붉은 기를 든 운행원이 전방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의 접근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국의 적기조례 제정 후 도로의 상황을 묘사한 그림
영국의 적기조례 제정 후 도로의 상황을 묘사한 그림

조례상 증기 자동차의 도심 내 운행 속도는 시속 3km 이하, 교외는 6km 이하로 제한된다. 하지만 사람의 평균 걸음 속도가 시속 3~5km란 점을 생각하면 이는 사실상 자동차를 타는 의미가 사라지는 법이다. 

또 지금은 자동차가 일반 도로뿐 아니라 동네 한복판을 자유롭게 주행하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율주행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당장 눈앞의 법제화에만 급급한다면, 어느 순간 21세기판 적기조례가 탄생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조용현 실장은 “시대에 따라 법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시야를 넓게 열고 시대의 흐름과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기초한 개선과 성장이 지속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한 실험과 실증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실장의 이런 제언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일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할 기술들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앞둔 지금, 우리가 이를 대함에 있어 기술과 법, 사회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 인식 함양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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