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로 서비스되는 모든 디지털 재화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요즘 IT 업계에서는 ‘~ as a Service’, 줄여서 XaaS로 불리는 용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XaaS는 각종 디지털 재화(財貨)가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뜻하는 말이다.

오프라인에서의 서비스 개념이 레스토랑 서빙처럼 ‘생산된 재화를 공급하거나,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는 것’ 정도라면, 디지털 세상에서의 서비스 범주는 클라우드 등의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점차 그 분야와 경계를 넘어 확장·융합되고 있다. 

클라우드와 as a Service의 등장

XaaS는 클라우드를 통해 구현된다. 엄밀히 말해 클라우드 자체가 ‘대용량 스토리지와 연산능력 등이 갖춰진 서버를 기반으로 클라이언트(사용자)에게 가상의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는 개념인 만큼, 클라우드는 태생부터 'as a Service' 구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엔 모든 프로그램을 PC에 직접 설치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부터 직접 설치 방식의 프로그램은 슬슬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가는 중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에게 필요한 건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입력할 수 있는 하드웨어뿐이다. 그 외 필요한 것은 대부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제공되고, 명령의 실행과 제어 같은 연산 작업도 모두 서버단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최종 결과값만 수신하면 되는 구조다. 

 

XaaS의 장점과 단점

클라우드 기반의 XaaS가 산업 전반으로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많은 경우 XaaS를 통해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안정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하며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떤 형태든 필요한 디지털 재화는 모두 클라우드에서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의 요금만 지불하면 되므로 고객 입장에서는 초기 도입과 개발, 관리 비용 등을 고르게 절감할 수 있다.

만약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도 그 해결은 서비스 제공자의 몫이며, 최신 업데이트 역시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이는 중소규모 업체의 기술적 유지보수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어떤 플랫폼(운영체제 등)에서 사용하던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란 점에서도 ‘as a Service’ 형태의 디지털 산업은 앞으로도 네트워크/클라우드 기술 발전과 함께 지속 성장하게 될 산업임이 분명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서비스가 클라우드를 통해 운영되는 만큼, 해당 클라우드에 장애가 발생하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상당수가 동시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종종 유명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러 대기업 서비스가 함께 먹통이 돼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 초기 비용은 절약할 수 있지만,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제품은 오래 쓰면 쓸수록 결국 총 유지비용에서 단품 구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렌탈하는 구조상 한계 때문에 개별 기업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기 쉽지 않다는 점도 XaaS의 단점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장점들이 많은 단점을 앞서는 까닭에, 이런 문제들이 큰 이슈로 불거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XaaS의 종류, 인프라/플랫폼/소프트웨어

XaaS는 형태에 따라 크게 ▲IaaS(infra) ▲PaaS(platform) ▲SaaS(software)로 분류한다. IaaS는 디지털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네트워크 자원을 클라우드 상에서 임대하는 형태로, 클라우드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서비스다. 호스트 기업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각종 네트워킹 자원 등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며, 클라이언트 기업은 이를 대여해 자사에 필요한 시스템과 서비스를 IaaS 위에 구축한다. 일종의 온라인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역할이다.

IaaS를 제공하는 기업 중에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AWS의 시장 내 비중은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IaaS 시장 규모는 약 127조 원 정도로 추산되며, 여기서 아마존은 약 32%의 점유율을 달성해 17%에 그친 마이크로소프트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아마 당분간 이런 형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아마존이 앞으로 얼마나 더 1위 자리를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PaaS는 인프라를 포함한 개발 플랫폼을 하나의 패키지로 서비스하는 형태다. PaaS를 이용하는 개발사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와 운영체제, 개발도구, 애플리케이션 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클라우드 상에서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자체 개발 리소스가 부족한 경우에도 효과적인 시스템 개발과 배포가 가능해진다.

현재 전체 클라우드 산업 내에서 PaaS가 차지하는 비중(10% 이내)은 작지만, 향후 IaaS 부문 경쟁이 심화될수록 각 클라우드 기업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PaaS 부문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말하면 인프라를 제공하는 수준의 IaaS와 달리, PaaS는 다양한 특성의 미들웨어를 고객 수요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과 개발사를 클라우드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aaS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원래 PC에 설치해 사용하던 응용프로그램을 클라우드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형태가 SaaS에 속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제공하는 웹 오피스는 PC에 오피스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웹에서 언제든 오피스 문서를 열람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돕는 SaaS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다.

또 최근에는 아예 온라인 게임을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게이머는 저사양 PC와 스마트폰으로도 언제든 고사양 게임을 무설치 플레이할 수 있는 편의를 누릴 수 있다. 클라우드 시대엔 개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매하거나 고사양 단말기를 가질 필요가 점점 줄어들 이유다.

기업들도 과거 오프라인 패키지로 제공하던 B2B 솔루션을 하나둘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해 월 구독 형태로 고객사에게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SaaS형 솔루션 판매는 기업 입장에서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구독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수익모델이다.

IaaS/PaaS/SaaS의 서비스 제공 범위 (출처=레드햇)

점점 확장되는 XaaS 개념

이 밖에도 요즘 IT판에는 각종 XaaS가 새롭게 등장하며 판을 키워가고 있다. 대세인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AIaaS’ 같은 개념이 있는가 하면, 각종 사이버 범죄도구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CaaS(Crime)’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생겨나고 있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XaaS가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나아가 최근엔 클라우드를 넘어 오프라인 산업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서비스에도 as a Service란 명칭이 붙고 있다.

대표적으로 ‘MaaS(Mobility)’가 있다. MaaS는 작게는 앱을 통한 택시 호출부터 공유차량 이용을 위한 각종 프로세스를 모두 비대면 디지털 기술로 구축한 서비스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MaaS가 지금보다 발전한 세상에서는 개인이 직접 차를 소유할 이유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개인이 소유하던 자동차가 필요에 의해서만 잠깐 빌려 쓰는 마이크로 서비스로 전환된다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는 차량 구입과 유지 효율은 개인 입장에서 점점 메리트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MaaS의 형태 (출처=쌍용자동차 공식블로그)

또 부동산이나 금융 등등 여러 산업에도 XaaS 개념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다만, 개중엔 원래의 XaaS 개념과 거리가 멀지만 마케팅을 위해 ‘as a Service’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모든 XaaS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과장 광고가 아닌지 조금 걸러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마케팅 용어로 등장하도 있다는 점 자체가 이미 XaaS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인지와 긍정적인 시각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당분간 XaaS 분야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디지털 재화가 클라우드과 융합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개인화된 'as a Service'로 진화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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