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직원 만족도 높은 소프트웨어 자동화 로봇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회사에 잡무가 많을 때면, 가끔 나 대신 저 귀찮은 일을 처리해줄 분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사소한 건 얼른 처리하고 더 재밌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아마 모든 직장인의 바람일 것이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바로 이런 바람을 현실화한 소프트웨어형 자동화 로봇이다.

스케일 큰 매크로? 잡무는 로봇에게

RPA는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는 프로그램, ‘매크로(Macro)’와 비슷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많다. 주로 기업 단위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처리할 때 RPA를 활용하면 일손을 절약함과 동시에,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만약 직원이 매일 담당하는 업무 중에서 고객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엑셀에 정리한 뒤, 종이로 프린트하는 작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하루 10건 미만일 때는 괜찮겠지만 100건, 1000건이 될수록 점점 투입되는 시간적, 경제적 자원 대비 비효율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이를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RPA 로봇이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처리해준다면? 서류가 100건이든 10000건이든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알다시피, 로봇은 24시간 지치지 않고, 작업 품질도 균일하며, 처리 속도도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RPA 도입은 사업장 규모가 크고, 그에 따른 서류처리 업무 등이 빈번한 기업일수록 효과적이다. 특히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기업의 인력 관리와 업무 효율 개선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요즘, RPA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의 수는 매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매년 40~60%씩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만 해도 예상되는 글로벌 RPA 시장 규모는 3조 원 대이며, 2022년에는 5조 원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하루 중 잡무 처리에 드는 시간이 약 3.5시간에 달한다
(자료제공=오토메이션애니웨어)

RPA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현재 RPA가 활용되는 업무 유형은 ▲이메일 내용 확인·답장 ▲파일 이동·복사·붙여넣기 ▲DB 읽기·쓰기 ▲ SNS 통계 데이터 수집 ▲API를 통한 시스템 연계 ▲웹 데이터 스크래핑 등 매우 다양하다.

금융권의 경우 계약 관리, 보험증권 처리, 정보 조회 등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지원 업무에 RPA를 적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으며, 현재는 제조와 유통 등 민간 기업에서도 RPA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재고관리, 법인카드, 회계 처리 등 단순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복되는 업무에 RPA를 활용하는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ERP 대비 최대 10배’, 압도적인 가성비

언스트 엔 영(Ernest & Young)이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RPA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ROI(투자 대비 효율)에 있다.

RPA는 기업의 전체 시스템 인프라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응용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이므로 구축과 테스트까지의 시간이 수개월 정도로 짧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RPA는 기존의 ERP(기업 전사 관리시스템) 구축과 비교해도 ROI가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구현 난이도는 약 50분의 1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도입 후 직원 만족도도 90% 이상으로 높다.

RPA의 또 다른 장점은 꼭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대적으로 쉽게 사용법을 익히고 이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복잡한 업무일수록 숙달된 전문가가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RPA는 직관적인 GUI 기반 사용환경을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RPA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주요 기업은 유아이패스(UiPath), 오토메이션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 블루프리즘(Blue Prism)이 유명하다. BIG 3로 불리는 이들은 급속히 성장하는 RPA 시장의 절반 정도를 나눠 갖고 있으며, 점유율 확대를 위해 더 많은 기능과 간편한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참조 - 주 52시간 시대의 해법, RPA를 주목하라 (2019.02)

유아이패스의 RPA 인터페이스 (출처=유아이패스)

인간과 공존하는 착한 로봇 RPA

RPA의 효과는 단순히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RPA가 잡무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직원은 그 시간에 보다 수준 높은 노동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지능데이터본부 내 RPA 전문가 남명기 선임은 사내 인터뷰 중 RPA 도입 효과에 관한 질문에 “과거 업무를 수기로 진행할 땐 단순 · 반복적 행정업무를 진행하며 생각을 하기보단 따분하게 그 일을 처리했다면, 지금은 그 시간을 줄여 본연의 업무인 사업 기획이나 전략 수립 등 좀 더 생산성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업무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말했다.

참조 - [NIA 人터뷰] - RPA 전문가를 소개합니다.

참조 - Deloitte Global RPA Survey (2018)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 쓰지 말아야

다만 RPA 도입이 무조건 ‘만능’인 것은 아니다. 먼저 RPA 도입에 적합한 업무 규모와 도입 효율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일일 처리량이 적은 단순 업무에까지 RPA를 적용하는 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

신중한 검토 없이 무작정 RPA 도입을 시도했다가 생각보다 RPA로 구현하기 어려운 프로세스를 개발하려 드는 경우, 이를 구현하더라도 제대로 된 효율을 내기 어렵다. 또 처리 오류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유지보수 건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일을 줄이려다 오히려 일을 만들게 되는 꼴이다. 지정한 시나리오 외 예외처리가 잦은 업무도 RPA 도입에 부적합한 영역이다.

 

궁극의 RPA, 하이퍼 오토메이션

RPA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산업계를 강타한 AI 붐은 RPA 업계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데이터 학습과 추론이 가능한 머신러닝 기반 AI의 특징은 그 자체로도 자동화 처리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런 AI와 태생이 자동화 로봇인 RPA와의 융합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경우 최근 RPA와 AI가 결합된 ‘RPAI(RPA+AI)’ 개념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업무 자동화에 머무르던 기존 RPA가 AI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스마트 RPA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오토메이션애니웨어는 RPA 기술과 인지(Cognitive), 분석(Smart Analytics)을 결합한 차세대 RPA 디지털 워크포스(Digital Workforce) 개념이 새롭게 대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료제공=오토메이션애니웨어

이들이 말하는 디지털 워크포스는 업무 진행 양식이 사람과 유사하다. 사람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것처럼 디지털 워크포스는 RPA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올해는 RPA와 AI, 프로세스 마이닝, 기타 분석 도구 등을 모두 융합한 ‘초자동화’ 개념, ‘하이퍼 오토메이션(Hyper Automation)’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하이퍼 오토메이션은 가트너가 선정한 2020년 10대 주요 기술 중 하나이며, 자동화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단순 반복 업무 외에도 분석과 설계, 재평가, 자동화 메커니즘 간의 결합과 조직화 이해 등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테크월드 - 월간<EMBEDDED> 2020년 3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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