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아이콘 ‘빔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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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의 아이콘 ‘빔포밍’
  • 이건한 기자
  • 승인 2020.01.13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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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를 한데 모아 수신률과 속도를 개선한다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것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한다는 의미다. 무선 통신 기술 중에도 이 선택과 집중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빔포밍(Beamforming)’이다.

빔포밍은 통신 수요가 높은 타깃이나 지역을 향해 다량의 전파를 집중시켜 통신 품질을 개선하는 기법이다. 지향성 안테나 기술의 일종으로, 마치 레이저 포인터가 강한 직진성을 담은 빛 에너지를 한 점에 실어 먼 곳까지 보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또한 무대에서 한 명의 배우를 향해 조명을 집중하는 스포트라이트도 빔포밍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조명을 한 곳에 집중함으로써 강조 효과를 내는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한 곳에 집중함으로써 강조 효과를 내는 스포트라이트

전파의 세기가 강해지면 이를 수신하는 단말기 입장에서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통신에 필요한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Wi-Fi/셀룰러 모드를 작동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주변 신호 탐색과 연결 유지를 위한 전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때 만약 주변 전파의 세기가 약하다면 안정적인 연결 유지를 위해 단말기는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 

평소 지하나 엘리베이터 등, 신호가 약한 곳에서 휴대폰을 켜 놓았을 때 배터리가 더 빨리 감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빔포밍 기술이 적절히 활용되면 사용자는 배터리를 아끼면서 동시에 통신 품질을 개선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곳에만 전파를 집중함으로써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빔포밍은 크게 기지국이 단말기를 향해 전파를 쏘는 다운로드 빔포밍, 단말기가 기지국을 향해 전파를 쏘는 업로드 빔포밍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다운로드 빔포밍은 다시 기지국 안테나가 단말기의 방향을 측정해 전파를 발사하는 '방향 빔포밍', 단말기가 자신의 위치를 기지국에 피드백하는 '피드백 빔포밍'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빔포밍의 정확도는 피드백 빔포밍이 더 뛰어난 편이다. 다만 송신국을 향한 채널 피드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방향 빔포밍보다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사용 목적에 따른 분류로는 '간섭 제거 빔포밍'과 '전력 증대 빔포밍'이 있다. 전자는 빔포밍 신호를 수신하는 사용자들 사이의 전파 간섭을 최소화하는 빔 형성 방법이며, 후자는 신호의 세기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전력 증대 빔포밍의 경우 주로 단일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빔포밍은 주로 어디에 활용되고 있을까? 최신 이동통신 기술인 5G와 빔포밍은 대표적인 찰떡궁합의 관계다. 5G는 LTE보다 높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데, 고주파일수록 속도는 빠르지만 높은 직진성으로 인해 굴절이 잘 안 되는 단점이 발생한다. 집에서 쓰는 듀얼밴드 Wi-Fi 공유기를 생각해보자. 5GHz 채널이 속도는 더 빠르지만, 중간에 거치는 벽이 많아질 경우 원거리에서는 2.4GHz 채널보다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이 5G로 LTE와 같은 품질을 유지하려면 지형 장애물이 많은 지역일수록 더 많은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이때 빔포밍이 더 적은 기지국으로도 필요한 곳에 안정적인 전파 송신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이동통신사는 대당 수천만 원씩 하는 5G용 소형 기지국을 무한정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망 구축 비용이 막대해질 뿐만 아니라 기지국 설치를 위한 물리적인 공간 확보에도 애로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5G와 빔포밍은 사실상 반드시 공존해야 할 기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도 빔포밍 기술을 개선하고 실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원격에서 5G 안테나 신호 방향을 조절하고 빔포밍을 적용해 전파 음영지역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상용 기술을 공개했으며, KT도 지난해 10월 쏠리드, 모반디와 함께 28GHz 대역의 개방형 5G 빔포밍 기술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모반디 연구소는 5G 최소 전송 단위인 0.000125초마다 원하는 사용자에게 빔을 형성해 제공함으로써, 28GHz 대역에서 5G 커버리지를 기존 대비 약 2배 이상 확장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ETRI가 버스용 Wi-Fi 기술 시연에 활용한 시험 차량
ETRI가 버스용 Wi-Fi 기술 시연에 활용한 시험 차량

빔포밍은 Wi-Fi 성능 개선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현재 MU-MIMO와 802.11ac(Wi-Fi 5) 이상을 지원하는 Wi-Fi 공유기들이라면 대부분 빔포밍을 지원하는 단말기다. 공유기의 안테나 신호를 Wi-Fi 수신 단말기를 향해 집중함으로써 장애물이 많은 실내에서도 네트워크 품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경우 작년 11월, 22GHz 고주파수와 빔포밍을 활용해 평균 20Mbps 안팎이던 버스 내 Wi-Fi 속도를 최대 2.4Gbps까지 향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빔포밍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 아래 전파의 활용성과 응용 분야를 새롭게 개척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향후엔 또 어떤 영역에서 선택과 집중의 마법이 이뤄질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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