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P의 역할과 적용 방식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우리가 사용하는 주변의 엣지 디바이스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해야 한다. 음성, 시각, 온도, 습도 등 관리하는 데이터의 범위가 늘어날수록 처리해야 하는 양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기기에 있어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하는 CPU 등의 연산 장치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과부하가 걸리거나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DSP는 이런 엣지 디바이스의 초과 업무를 담당한다.

 

DSP란?

DSP란 디지털 신호 처리 장치 ‘Digital Signal Processor’의 줄임말로, 신호를 디지털 연산 방식으로 처리하는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 칩이다. 이는 디지털 신호를 쓸모 있는 정보로 만들기 위해 추출, 강화, 저장, 전달하며, 복잡하고 많은 양의 연산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수행하기 위한 프로세서다. 기존에는 범용 마이크로프로세서(MCU)가 실시간으로 다량의 연산까지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DSP가 더해지는 형태였으나, 최근 AI나 머신러닝 등 엣지 디바이스에서 실시간 연산량이 증가하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MCU도 기능 향상을 이뤄 고속 연산을 진행할 수 있지만, 비용이나 전력 효율적인 측면으로 볼 때 유리한 DSP가 함께 사용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휴대폰을 켜고 있지 않을 때도 위치나 이미지 센서가 항시 작동하게 되는데, 이때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AP가 항상 켜져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DSP는 AP와 별개로 해당 센서들의 데이터 처리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디바이스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MP3 플레이어 등에 사용됐으며, 최근 스마트폰, AI 스피커, 가전제품 등 각종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대부분 탑재되고 있다.

 

DSP의 역할과 작동 구조

 

디바이스에서의 DSP 작동 구조

이 글에서는 DSP를 프로세서로 해석하지만, 프로세서가 아닌 ‘Digital Signal Processing’으로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필터링, 푸리에 변환, 상관 함수의 산출, 부호화, 변·복조, 미분, 적분 등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DSP 프로세서는 이를 활용해 연산을 수행한다.

DSP의 작동 과정을 알기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에 “3 곱하기 3이 뭐야?”라고 묻고 스피커가 답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사람의 음성을 아날로그 신호로 인식한 기기는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ADC, Analog-to-digital Converter)를 통해 DSP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9’라는 답을 낸 DSP의 디지털 신호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 Digital-to-analog Converter)를 통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우리에게 대답해준다.

그러나 노래를 재생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이미 디지털 음원으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읽어오기만 하면 되기에 MP3나 FLAC과 같은 음원 파일을 DSP가 읽고난 후 디지털 음원 신호를 DAC로 보낸다. DAC는 이를 아날로그 신호, 즉 우리가 듣는 노래 소리로 변환하며, 소리는 앰프를 통해 증폭돼 사용자의 귀에 들리게 된다.

 

신호의 분석과 필터링

이처럼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연산 방식이 달라진다. 크게는 ‘분석(Analysis)’과 ‘디지털 필터링(Digital Filtering)’으로 나눠볼 수 있다. 분석은 주로 신호를 해석하는 기법으로 스펙트럼 분석, 물체 탐지와 같은 간단한 기능에 사용된다. 디지털 필터링은 음성 인식 데이터의 주변 잡음을 제거하거나, 원래의 신호를 복구하는 등 신호를 필터링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음성이나 영상 합성, 영상 예측, 직교 변환, 양자화 등의 고도화된 신호 해석·생성에 활용할 수 있다.

단순 고속 반복 연산에 특화는 DSP는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뿐만 아니라, 통신 장치나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분석하는 의료 영상 기기나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MPU와 전용 LSI 등이 나오면서 천문학, 자원 탐지, 지진 해석, 생체 신호 분석 등 전문적인 분야에 고속 연산 회로로 많이 이용된다. CPU가 메인 칩으로서 수행해야 할 연산이 늘어남에 따라, DSP와 같은 보조 연산 칩이 필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DSP는 기기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칩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칩의 조합이나 소프트웨어에 따라 성능이 좌지우지된다. 그러나 사용자가 세밀한 DSP 설정을 세팅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에 주로 구성과 패치가 지정된 DSP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클로즈 소스 아키텍처(Colse Source Architecture)라고 한다. 이와 다르게 오픈 소스 아키텍처(Open Source Architecture)로 제공되면 사용자가 아웃보드, 믹서, 인/아웃을 직접 배치할 수 있다.

 

왜 DSP를 사용할까?

스마트폰의 경우엔 카메라 성능, 영상 콘텐츠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미지와 영상과 같은 데이터를 고속으로 연산할 수 있는 DSP를 필수적으로 AP에 탑재하고 있다. 여러 기능을 담당하는 CPU, MPU와는 달리 그래픽과 오디오 데이터 연산에 특화돼 적은 전력과 비용으로 과부하 없이 효율적인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MPU나 다른 범용 프로세서에 비해 알고리즘 복잡도가 낮아 설계가 비교적 용이한 장점을 갖는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2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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