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기반 구축한 삼성전자, 초반은 늦었지만 가속력 붙는다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 주: Tech Talk는 IT 콘텐츠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테크월드의 기자들이 심층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제작한 비디오 콘텐츠입니다)

 

안녕하세요? 테크월드 뉴스의 박지성 기자입니다. 오늘 Tech Talk에서 다뤄볼 주제는 바로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 공정 경쟁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두 기업의 최근 미세공정 경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라운드에 올라선 두 복싱 선수가 서로에게 잽을 날리는 것 처럼, 삼성전자와 TSMC가 미세공정 영역에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TSMC가 7나노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면, 삼성전자가 곧 이어 7나노 개발에 성공하고 또 삼성이 5나노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면 TSMC 역시 며칠 뒤에 5나노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거죠.

그러나 잽만으로는 경기를 끝낼 수 없는 것처럼, 단순한 양 사의 미세공정 개발 성공 소식만으로는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 지 가늠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테크월드 뉴스가 파운드리 업계에서 삼성과 TSMC의 미세공정 개발 현황을 Tech Talk로 정리해 봤습니다.
 

반도체의 면적은 줄이면서도 전력 효율과 성능 향상을 달성할 수 있는 초미세공정. 이 미세공정은 반도체 생산기업인 파운드리에게 중대한 경쟁력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인텔과 TSMC,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Global Foundry) 같은 기업들은 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여 왔죠, 그러나 최근 인텔의 미세공정 생산 계획이 미뤄지면서, 현재 파운드리 업계의 구도는 ‘Big 2’로 정리되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10나노까지의 기술 경쟁은 파운드리 업계 모두의 경쟁이었습니다. 2016년 인텔과 TSMC, 삼성전자 모두가 10나노 공정 진입에 달성했고 글로벌 파운드리도 3사보다 1년 뒤쳐지기는 했지만 꾸준히 기술 로드맵을 따라오고 있었죠.

 

그러나 10나노 이하로의 진입은 새로운 벽이 됐습니다. 기존의 생산 방식인 불화아르곤(ArF) 방식으로는 머리카락의 2만분의 1 굵기인 7나노 회로 선폭을 설계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파운드리 업계는 ArF 대비 파장 길이가 1/14인 극자외선(EUV) 방식을 통해 초미세공정 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EUV는 기기 1대당 가격이 1500억원에 이르는 장비인데다가 공급 가능한 업체도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하기 때문에 파운드리들은 쉽게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죠. 이런 연유로 향후 사업 전략의 향방에 대해 고민이 이어지던 찰나, 2017년 TSMC는 액침 불화아르곤(ArFi)를 기반으로 한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10나노까지 함께 경쟁을 해 오던 인텔이 마침 10나노 이 후부터는 미세공정 타임라인 자체가 붕괴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시기였기에 TSMC는 7나노 관련 수량을 대량으로 수주하며 시장을 선도해 나갔죠.
 

기존 방식을 사용한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10나노 이 후 부터 EUV 기반의 접근을 추진했습니다. 다소 시작 시점이 늦을지는 모르겠지만, 신기술인 EUV를 도입해서 향후 주요한 경쟁의 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삼성전자의 전략은 2019년을 맞이하며 서서히 그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TSMC 대비 7나노 돌입이 다소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7나노 개발 성공 이후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2019년 4월 5나노 개발을 발표한 것이다.

 

TSMC 역시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죠. 2019년 대만의 전문매체인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TSMC는 EUV의 유일한 공급업체인 ASML로부터 올해 EUV 전체 생산량의 60%를 발주하며 EUV 공정체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5나노 개발 성공에 자극을 받은 듯 2019년 4월 15일 5나노 생산을 위한 설계 플랫폼을 완성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TSMC의 생산라인 중 하나인 Fab18에 3나노 생산을 위한 장치를 도입했다고 발표하며, ‘미세공정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세공정 속도전의 승자가 곧 시장에서의 승자는 아닙니다.

실제로 반도체 개발, 생산의 단계는 공정완성 à 위험생산 à 양산 à 제품출하 의 4단계로 이뤄지는데 각 단계마다의 요구 역량은 매우 다르죠. 따라서 공정 완성 혹은 개발 성공이 됐다고 해서 이게 곧 시장에서의 성과로 바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10나노까지 착실하게 기술 개발에 성공해 왔던 인텔이 양산 등에 실패하면서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TSMC는 2019년 1/4분기에 EUV 7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선언했지만, 지금 현재도 양산 단계에는 진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죠.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파운드리 시장의 생태계 구조인데요. 시장조사기관인 트렌트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19년 1분기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약 20%를 차지하고 있죠. 2배가 넘는 점유율 차이도 차이이지만, 이 숫자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은 더욱 큰 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수요 기업들에게 있어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제품의 생산처를 바꾼다는 것은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개발에서 몇 개월 아니 몇 주를 앞섰다는 사실만으론 TSMC가 이미 가져왔던 강력한 고객처와의 관계, 트랙 레코드 등을 압도하기는 힘듭니다.


삼성전자와 TSMC는 이제 7나노도 넘어서 3나노의 개발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나노라는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도 주목해야 하지만, 이렇게 속도전이 진행될 때는 누가 더 단단한 기반을 다지면서 나아가고 있는지에 오히려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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