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시대, 초격차를 만들어 나간다.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한장TECH는 테크월드 기자들이 주요 뉴스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테크월드만의 차별화된 독자 콘텐츠입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내부적으로 즐겨 쓰는 단어가 있다. 바로 ‘초격차’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는 권오현 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저술한 베스트셀러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경쟁자들 대비 현재의 우월적 지위를 지키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경쟁자의 도전 의지 자체를 분쇄시켜 압도적 지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초격차를 구현하고 있는 기업은 비단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다. ASML 역시 노광장비 특히 EUV 시장에서 이런 초격차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 성공적으로 점화된 성장엔진, EUV

ASML의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년 간 ASML은 높은 사업 성과를 달성했다. 2016년 47억 1900만 유로였던 매출은 2018년 82억 5900만 유로로 확대됐다. 3년만에 매출이 약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 성장 자체도 유의미한데, 매출 증가분을 각 사업 영역별로 나눠서 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월간 전자부품과 테크월드 뉴스의 자체 분석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증대된 ASML의 매출액 중 약 44%는 바로 EUV에서 창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까지만 해도 약 7%에 불과했던 EUV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18년에 무려 23%까지 상승했다.  EUV가 ASML의 강력한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앞서 알아본 것과 같이 EUV 시장에서 ASML의 점유율은 현재 100%이다. 따라서 EUV 시장에서 ASML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의 등장은 중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SML은 이런 우월적 지위에 만족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EUV 시장에서의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한 ASML의 전략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 EUV에서의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한 ASML의 개발 방향 (자료=ASML)

○ 중단기적 전략 과제, EUV의 생산성을 극대화

EUV 역시 단점은 가지고 있다. 바로 극자외선 광원의 특성 상 공기 중의 물질을 지나면서 광원이 많이 흡수돼 버린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기기 내부를 진공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부가적 요인들로 인해 기기의 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기기가 비싸기 때문에 소위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EUV의 높은 생산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서 중단기적으로 ASML은 EUV 기기의 생산성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NXE3400B의 가용성(Availability)을 60% 중반에서 90%대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 상황이고, 현재 125인 시간 당 웨이퍼 처리량(wph)을 17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NXE3400C를 2019년 하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관련해서 ASML 코리아의 김주현 차장은 “EUV의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단 기술개발 단계였던 기기가 생산 현장 등으로 실제 투입되면서 R&D팀과의 협업을 보다 강화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ASML은 2021년에는 차세대 모델을 통해 185wph 이상을 달성할 예정이다. 경쟁사들은 EUV 기기 생산 자체를 시도하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 ASML제품은 지속 업그레이드가 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장기적으로 High NA를 통한 차세대 패러다임 제시

초격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노광장비는 빛을 쬐서 반도체의 회로 설계도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빛의 해상도가 매우 중요하다. 빛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미세한 반도체의 회로도를 보다 선명하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High-NA(렌즈 수차)란 바로 이런 빛의 굴절률은 줄이고 해상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ASML의 EUV 기기들은 0.33 NA를 가지고 있는데, ASML은 2023~2025년에 NA가 0.55, wph는 185에 달하는 기기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SML이 현재 도달한 0.33도 매우 도전적인 목표인데  0.55 NA를 구현하는 것은 지금의 기술만으로는 녹록치 않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 속에서 ASML의 선제적 투자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High-NA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광학장비인 렌즈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데, ASML은 이미 2016년 이 부분에서 글로벌 선도 역량을 보유한 기업인 독일의 자이스(Ziess)사 지분을 25% 이상 확보하며 보다 강력한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ASML은 자이스 사외에도 해당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협력사들과 협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핵심인 노광 장비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 그 노광 장비의 미래 트렌드인 EUV에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그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초격차를 구현하려는 ASML. 반도체의 초미세공정 개발에 대한 요구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찌보면 ASML이야말로 차세대 반도체의 성패를 좌우할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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