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기술개발과 산업 분야별 육성전략 세미나’ 개최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시스템 반도체란 정보 저장용으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연산·제어와 같은 데이터 처리 기능을 통해 논리적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말한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이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스템 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2배 이상의 규모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전기자동차, 로봇 등 첨단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용범위가 크게 확대돼 그 중요성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개발과 산업 분야별 육성전략 세미나’ 전경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은 지난 7월 12일 전경련회관에서 ‘시스템 반도체 기술개발과 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 분야별 육성전략’ 세미나를 열고, 시스템 반도체의 국내외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주목받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파운드리와 더불어, 팹리스 산업 육성 나서야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의 안기현 연구개발지원본부장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전망과 현 기업 및 중소·벤처업체의 시장 진입전략’을 주제로 반도체 시장 및 기술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연구개발지원본부장은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의 실태를 분석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제품이 발전하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도 필수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2000년 이전까진 연 10%씩 고속 성장했고, 최근의 연 6% 성장을 거쳐 앞으로도 5%씩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록 성장세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속적인 5% 성장은 상당히 큰 성장세라 할 수 있다.

안기현 본부장은 반도체 전문가들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를 일반 PC만큼 작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히며, 이게 현실화되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국내에서 시스템반도체가 발전하지 못한 건 그간의 산업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시스템반도체의의 발전을 위해선 설계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메모리 반도체 제조를 하며 상당한 기술력을 쌓아왔기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산업에서 설계는 하지 않고 하청을 받아 생산만 하는 것) 공정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인 팹리스(Fabless,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는 하나 생산라인이 없는 것), 즉 설계가 취약하다 보니 파운드리 공정의 성장 자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예로, 대만의 TSMC 같은 경우는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비즈니스의 50%를 장악하고 있으며, 대만의 중소 반도체업체까지 합하면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이 파운드리가 성장한 이유는 팹리스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안기현 본부장은 “미국은 의도적으로 자국에서는 설계만 하고, 제조시설을 대만에 배치했다. 대만은 이를 계기로 파운드리 산업이 발전했으며, 이를 기회로 삼아 파운드리 기업이 자국 내 팹리스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펼쳤다”고 밝혔다. 그 결과 세계 파운드리 산업에서 중심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어 안 본부장은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최초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닌, 어디에서 만들면 그걸 똑같이 싸게 만들어서 파는 전략을 구사하며 성장했다”며 이제는 반도체 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국내 설계 산업을 파운드리 산업과 전략적으로 연결해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안기현 본부장의 주장이다.

AI·자율주행 반도체의 적절한 활용범위 검토해야
인텔의 나승구 이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개발과 산업별 적용방안’을 주제로 인텔이 단순히 시스템 반도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을 꿰뚫는 맥을 살펴보고 있음을 역설했다.

나승구 인텔 이사는 AI 전용 반도체는 전력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 반도체의 상시 운용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승구 이사는 “인텔이 일반적으로 CPU 회사라고 생각하는데,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선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유저가 없으면 소용없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인 인텔은 현재 AI와 관련해서 FPGA, 뉴럴네트워크 프로세서(Neural Network Processors), 비전(Vision)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모비디우스(MOVIDIUS), 자율주행차에 활용하는 모빌아이(MOBELEYE), 알렉사와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바로 깨울 수 있는 GNP IP 등을 개발하거나 출시해 왔다.

한 세미나 참석자는 AI 전용 반도체를 상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나 이사는 경제성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고성능의 AI 전용 반도체를 사용하면 아웃풋이 빨리 나오지만, 전력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연구하려면 AI 전용 칩 중에서도 저렴한 칩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의 민경원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개발동향 및 SoC 기술’을 주제로 자율주행차용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민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안에는 임베디드 시스템 안에 탑재되고 소형화되어야 하는데, 실제적으로 현재 나와 있는 데모 시스템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솔루션이 나와있느냐를 살펴볼 경우, 전력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리얼타임으로 프로세싱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와있다. 하지만 임베디드 측면에서는 나와있지 않고 제한적”이라며, “SoC 연구자들은 이런 것들과 플랫폼 양자 간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으로 주목받는 전력반도체 주목해야
광운대학교의 구상모 교수는 ‘차세대 고에너지갭 전력(파워)반도체 디바이스 기술과 산업 적용’을 주제로 차세대 전력 파워반도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상모 광운대학교 교수는 신재생과 전기차의 확산으로 파워(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파워반도체 시장이 크지 않다는 측면에서 소홀히 했으나, 최근에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세계 각국이 파워반도체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원자력발전의 축소,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확산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파워아메리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일부 회사가 파워반도체 소자의 모든 라인을 갖추고 있다. 파워반도체 소자인 실리콘카바이드를 전용으로 서비스하는 큰 단지를 두고 있으며, 시설이 없는 회사들도 이 시설을 이용해서 연구개발에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에 파워반도체 관련 회사가 급성장했다. 이 회사들은 인력이나 세금, 공장부지에서 중국 정부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10여 년이 넘게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전에는 학교나 연구소, 미국·유럽과의 공동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최근에는 갑자기 많은 연구비와 연력을 투자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조직적으로 많은 지원을 진행한다. 구상모 교수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에서 시장을 많이 뺏겼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시작 단계부터 배제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며 최근 일본의 실리콘카바이드에 대한 전략물자 규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1일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10년간 1조 원 이상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의 원천기술부터 응용기술까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우리의 산업구조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 측면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품종 맞춤형 제품 및 설계기술이 중시되는 만큼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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