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업, 클러스터링, 외재적 성장에 관심 가져야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한장TECH는 테크월드 기자들이 주요 뉴스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테크월드만의 차별화된 독자 콘텐츠입니다. 본 기사는 [한장TECH] 반도체 산업, 뉴노멀 전략의 방향은? ⓛ 에서 이어집니다.

 

앞선 기사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점차 승자독식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 속에서 분업화 구조의 붕괴, 생산/연구비용의 급증을 마주하며 기업들은 성장 전략 수정해야 함을 알아본 바 있다. 그렇다면 반도체 산업의 뉴노멀 시대에는 과연 어떤 전략이 유효할까?

 

ㅇ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

이런 상황에 대해 맥킨지는 확장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한 몸집 키우기와 기술 생태계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① 비용 통제 방법은 몸집, 뭉쳐라… 팹 스케일링과 클러스터링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당 2만 개의 웨이퍼를 처리하는(Wafer Starts per Week: WSW) 생산라인의 팹을 건설하는 것은 큰 규모의 의사결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선도 기업들이 10만 WSW 규모의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대형 팹 건설에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자칫 수요 예측 등에 실패할 경우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는 투자금 회수의 지연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그림 4]의 좌측과 같이 5nm 생산을 위한 팹 구축 시 100% 가동을 전제로 해도 투자비용 회수 기간은 약 5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 보조금을 얼마나 지원받느냐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가동률이 50%로 떨어질 경우 투자 회수 기간은 최대 5년 가까이 벌어질 수 있다.

▲ 대단위 투자를 수반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어떻게 공장 가동률을 최적화시키고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될 것이다.
[그림 4] 한장TECH 4: 5nm 팹 투자회수 시뮬레이션과 웨이퍼 생산량 당 비용 (자료=맥킨지, 테크월드 재가공)

이런 맥락에서 맥킨지는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팹 스케일링과 클러스터링 전략을 제안한다.

대형 팹을 건설하는 팹 스케일링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형 팹을 건설하게 되면 개별 팹 운영에 따르는 중복비용과 간접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고 집약된 형태의 인적자원 관리를 통해 노동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림4]의 우측과 같이 웨이퍼의 사이즈와 상관 없이 웨이퍼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면 웨이퍼 당 처리 비용은 급속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형화된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조합, 활용해 특정 라인 혹은 수요에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대형 팹 건설은 반드시 산업 클러스터 내에 입지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는 이미 전 세계 곳곳에 형성돼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피닉스를 위시해 중국, 독일,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이 국가 차원에서 클러스터를 집적해 운영하고 있다. 클러스터 내에 팹을 입지시킴으로써 기업은 운송 비용 절감, 보다 원활한 인력 채용, 신속한 상호 간 기술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요약하자면, 반도체 산업이 어차피 승자독식 구조로 진화하고 있고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고 한다면 투자 비용 압박을 넘어 이 투자 비용을 빠르게 회수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 전략을 제안하는 것이다.

 

② 성공적 역량 구축을 위한 기술 생태계 강화

 

더불어 맥킨지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 생태계 구축을 강화할 것을 제언한다.

 

ㅇ 최첨단 R&D 역량 유지

전술한 바와 같이 반도체 산업은 기술 중심 산업으로, 경쟁사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우위만 확보해도 특정 기업이 시장의 지배력을 급속히 확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반도체 기업에 있어 R&D 투자는 핵심적인 역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최첨단 산업의 특징을 갖고 있기에 이런 R&D 역량에 대한 투자는 높은 수준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nm 단위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ASML의 경우 해당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려 25년간을 인내하며 투자했다는 점을 맥킨지는 환기시킨다. 그러나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은 양자 컴퓨팅 등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무조건적으로 투자하는 것 역시 쉽지는 않기에, 맥킨지는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망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ㅇ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

미국과 중국의 갈등, 한국과 일본의 충돌로 인해 반도체 업계는 급격한 상황 변화를 마주해야만 했다. 국내 기업들은 다급히 수급처를 바꿔야 했고, 미국 기업들은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따라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각 개별 기업들이 사전에 정부 정책 변화 방향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클러스터링된 기업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한다.

▲ 반도체 산업은 본질적으로 기술 산업이다. 기술 생태계 강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 5] 한장TECH 5: 기술 생태계 구축 강화 (자료=맥킨지, 테크월드 재가공)

ㅇ 지적 재산권 보호

새로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하는 노력 역시 더욱 강화돼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업역이 붕괴되면서 기존에는 없었던 수요처들이 새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수요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의 직접 진출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맥킨지 역시 이런 상황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영역의 자동차 기업들, 초대형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 등이 직접 칩을 개발하며 기존 반도체 업계들의 IP를 침해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함께 방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ㅇ 글로벌 인재 영입 강화

기술은 결국 인재로부터 나온다. 그렇기에 인재 영입 노력은 항상 반도체 기업들에게 높은 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다. 관련해서 맥킨지는 업역과 국경에 상관 없이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을 제언한다. 예컨대, 동유럽과 인도와 같은 IT 유망국가에 R&D 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노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칩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수요 산업의 소프트웨어에 능통한 개발자 풀을 확보하는 것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제언과 관련해,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진 전문가 양성에 초점이 맞춰진 국내 반도체 육성 정책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ㅇ 공급망 복원력 강화

기업들은 코로나 19, 미-중/한-일 갈등을 통해 아마도 가장 명징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특정 기업과 지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모델은 급격한 공급망 붕괴의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들은 제 2의 공급원 발굴, 전략적 소싱 비율 확대, 우발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재고 물품 비축과 같은 3대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③M&A와 제휴 기회의 적극 활용

 

맥킨지가 제안하지는 않았으나, 이종 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다. 현재의 반도체 산업과 매우 유사한 경험을 사전에 겪은 산업이 있다. 바로 제약 산업이다.

제약 산업 역시 현재 소수의 특정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고, 기존의 화학 기반 제약에서 바이오 신약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약 산업이 선택한 가장 유효한 성장 전략은 바로 M&A였다. 모든 영역에서 압도적인 연구 역량을 확보하기에는 글로벌 제약사라고 해도 그 리스크가 너무 컸기에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유망 연구소들을 탐색하고 인수 혹은 제휴함으로써 역량을 강화해 나갔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런 모델을 통해서 탄생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바이오엔텍(독일)의 백신 개발 역량을 눈 여겨 본 화이자가 바이오엔텍과 백신을 공동개발하고 영업과 유통망을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내재적 성장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외재적 성장 옵션에 대해서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 등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은 변해도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를 가지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 한탄을 하는 시간에도 나를 제외한 경쟁지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체 기사는 <월간 전자부품(EPNC)> 2021년 1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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