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하게, 스타트업의 향기가 난다. ‘한국인공지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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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하게, 스타트업의 향기가 난다. ‘한국인공지능협회’
  • 이건한 기자
  • 승인 2020.01.2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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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란, 생태계를 만드는 곳” 김현철 KORAIA 회장 인터뷰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을 외치는 시대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AI 1등 국가’ 실현을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것도 벌써 여러 차례다. 올해 국내 AI 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으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과 규제 개선, 인력 양성도 약속된 상태다. 목표가 정해졌고, 전력 질주를 위한 에너지도 충분히 모인 상황. 앞으로는 어떻게 이를 생태계 구성원들이 균등히 누릴 수 있을지, 또 올바른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한국인공지능협회(KORAIA)는 AI에 대한 지금과 같은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기 전부터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달려온 단체다. 몇 차례 만남을 통해 느낀 이들의 인상은 흔히 떠올리는 보수적이고 딱딱한, 혹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형 협회의 모습이 아니다. 

그보단 작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의 방식과 젊은 이상(理想)이 이들을 대변한다. 왠지 보면 볼수록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들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곳은 대체 어떻게 운영되는 곳이냐”고. 다음은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이사장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회장

듣기로,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작은 개발자 스터디에서 시작해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나름대로 국내 AI 업계를 대변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반적인 기업 후원이나 정부의 지원 없이 걸어온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중점을 두고 지켜온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협회란 생태계를 만드는 곳’이란 것이다. 우린 우리가 주인공이길 바라지 않는다. 진짜 주인공은 생태계 내에서 AI를 만드는 주체들이며, 동시에 그것을 소비하는 전 산업이다. 우리의 일은 이들이 꾸린 생태계가 지혜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아키텍트(Architect)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나 자격증, 행사, 교육 등은 그 자체로 주가 되는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생태계의 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시대에 필요한 세부 사업들을 수행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협회가 시행 중인 인공지능 산업 컨설턴트나 인공지능 창업 지도사는 아무에게나 남발하는 영리 추구형 자격이 아니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밑바탕이자, 윤활유로써 세밀하게 기획된 것들이다. 요는, 기술이 정말 지혜롭게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데 있다.

국내 유망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했던 2019년 산업지능화 경진대회 시상 (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국내 유망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했던 2019년 산업지능화 경진대회 시상 (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흔히 떠오르는 보수적인 이미지의 협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그보단 스타트업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현재 한국인공지능협회의 구성과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알다시피, 우리는 스타트업이란 말이 처음 국내에 들어온 2010년 즈음 스타트업 관련 모임을 했던 커뮤니티로부터 기인했다. 이 때문에 우리 협회는 처음부터 '애자일 조직'이나 '린 스타트업' 같은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여기에 협회란 성격에 맞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몇 가지 룰을 지키는 선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각 실무자들에게 과감히 위임하고 있다. 원래 이런 구조는 시작부터 만들지 못하면 힘들다. 초기에 만들어진 그 구조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고, 현실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도 있지만, 실무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전통은 언제나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신생 협회들이 우리가 단기간에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자문을 구하러 오기도 한다.

 

남다른 방식의 길을 택하며 으레 겪었을 법한 어려움이나 난관은 없었는가?

남다른 길이라기보단 지금 시대에 맞는 형태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길이라 일컫고 싶다. 들여다보면 다들 주어진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도 처음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졌지만, 여러 기관과 산업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통합적인 식견을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난관이라면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계속 몰랐다면 무시하고 각자의 길이나 가면 그만인데 AI도 이젠 융합의 시대이고, 가치사슬은 더 조밀해지는 시대이다 보니, 알면 일단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알고도 방관함으로써 벌어지는 일들은 곧 우리의 책무로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나 현재나 이 부분이 늘 고민이다. 우리가 놓치는 일들은 없는지, 조율자의 역할은 잘하고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전통 산업전문가들의 AI 도입 활성화를 위한 인공지능 융합 포럼 개최 (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전통 산업전문가들의 AI 도입 활성화를 위한 인공지능 융합 포럼 개최 (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그럼 이제 협회가 AI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묻고 싶다. 국내 AI 산업의 성장이 지금보다 가속화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관점은 통합적이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에 닿는 범위, 지능화된 산업이 경제를 변화시키는 범위, 생산력이 확보된 경제가 문화를 자아내는 범위, 융합과 개인화되는 문화가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내는 모든 범위를 고민한다.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인공지능을 사회적 주제 의식으로 대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특정 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굳이 산업으로 정의하자면 인공지능은 메타(Meta) 산업이다. 메타 산업이란 모든 산업을 부양시키는 핵심 산업을 뜻하며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 나노테크, 블록체인, 양자 컴퓨팅 같은 기술 요소이며, 다른 하나는 해당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주체를 길러내는 교육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보다 나은 성장을 바란다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질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산업이 함께 이뤄지는 혁신이 필요하다. ‘High Tech, High Touch”란 말이 있다. 고도의 문명은 기술과 인간성이 대칭적으로 발전할 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필요한 정부의 역할이나 사회적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우리 인공지능 기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한 문화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주체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떠들썩한 지금, 국내에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많이 봐야 250개 정도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 AI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모든 융합사업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되는데, 현재 국내 시장과 자본의 관행으로는 이들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정부가 나서 풍족한 자본 접근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인적 구성과 시행착오에 대한 경제적 기반(Fundamental)을 구축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생태계 전체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가 작년 말 150여 곳에 이르는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편람을 발행한 것도 실력 있는 AI 스타트업들이 외부에 드러날 수 있도록 널리 소개하고, 대내외적인 협력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얼마 전 협회의 2대 회장으로 선임돼, 본격적인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인공지능 업계의 허브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재임 중 그에 대한 플랜과 협회 운영에 대한 개인적인 미션이 있는가?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국내에서만 머물 생각이 없다.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인데, 일본과 중국에서는 이미 그 작업이 완료돼 조만간 사업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국내 인공지능 기업들의 수요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생태계를 지속해 나가고자 하는 목표도 계속 유효하다. 여기에 개인적인 목표라면, 나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동북아시아 경제를 묶어낼 방안을 실행해보고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기술 시장의 가치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재임하는 동안 이것을 이룰 것이며, 그것이 곧 협회가 국제기구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매년 급변하고 있고, 협회의 그리는 그림이 큰 만큼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앞으로 마주할 일들이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어떤 단체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아울러 국내 AI 기업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기억되길 바란다. ‘우리 협회’라고 불리는 것과 ‘존재조차 모르는 협회’다. 우리가 처음 탄생한 2016년부터 함께 소통해오며 서로의 성장 스토리를 잘 아는 기업들이 꽤 있다. 지금의 우리는 이들을 위해 존재하며, 그들로부터 우리 협회란 유대감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 언젠가 우리가 목표한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이 완료되면 인공지능은 너무나 당연한 형태로 우리 삶에 파고들 것이다. 또 우리가 마련한 자원을 가지고 창업하는 여러 기업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특별하게 기억되길 원치 않는다.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우리란 단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협회가 되고자 한다. 끝으로 우리 AI 기업들엔 “우리는 미래를 적극적으로 열 수 있는 시대의 보물”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함께 일하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동료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이들은 기자의 눈에 여전히 이질적으로 비춰졌다. 미처 담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이상과 행동을 동시에 말하는 이들이 낯설지만 흥미롭게 느껴졌다. 비전과 계획이 뚜렷했고 솔직했다. 협회가 지닌 내적 자산과 가치에 대한 자부심도 충분해 보였다. 보통의 협회라든지, 혹은 리더를 자처하는 어떤 기업이나 단체들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이었다. 물론, 한국인공지능협회가 말하는 꿈이 말 그대로 이상으로 남을지, 정말 현실이 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그러나 비관보단 긍정의 시선이 앞선다. 이들이라면 정말 뭔가 해낼지도 모른다는 어떤 묘한 기대감이다. 아마 3년 뒤 김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많은 것이 변화해 있을 것이다. 과연 이들이 뒷받침하는 AI 업계와 협회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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