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이건한 기자]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기관과 기업에서 다양한 기술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핫(Hot)한 주제라고 하면 단연 인공지능(AI)을 들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정치·경제·기술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풀어낸 '2020년 AI 7대 트렌드'를 발간했다. 

올해는 AI가 전 산업과의 본격적인 융합을 시작하게 될 시기인 만큼 앞으로의 기술 사회는 AI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한 다양한 기술·사회적 관점을 길러야 할 시기다. ETRI의 이번 보고서에서는 AI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나아가 글로벌 패권 변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의 부제는 '인식을 넘어서(Beyond Perception)'이며, 주 저자는 ETRI 이승민 박사와 정지형 책임연구원이다.

■ 중국의 AI 전략, 국가 간 경쟁 촉발

그간 많은 산업의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정부 주도로 풍부한 ‘데이터 가치사슬’을 창출하며 자신만의 AI 색채를 가진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충분하고 양질의 기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AI 학습과 처리 능력 개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선 기업과 기관의 노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리고 중국은 일당 체제의 특성을 이용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다. 또한 이런 중국의 AI 전략이 기술 경쟁을 넘어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AI 내셔널리즘의 대두

최근 AI와 관련한 자국의 데이터, 서비스 등을 보호하고 타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새로운 민족주의가 관측되고 있다. 이를 AI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AI 선도 기업과 서비스들은 최근 각국의 무역 거래제한 조치, 조세 제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의해 국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AI 기술이 정치 질서와 맞물리며 국가 간 과학기술 격차는 물론, 강력한 무기화가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증강 분석과 다크 데이터

AI 기술은 기존에 없던 분석 기법을 통해,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했던 다크 데이터의 활용 한계를 없애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통찰력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AI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준비해, 데이터로부터 통찰력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증강 분석은 데이터 분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우리에게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노동 생산성을 높인다. 데이터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데이터 분석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분석의 민주화’를 실현하게 된다.

 

■ R&D 혁신지능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의사 왓슨 등을 통해 AI는 산업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AI 활용의 더 큰 가치는 연구자로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 R&D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보고서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지식 생산성 향상에 있다'며, '혁신의 역설을 극복하려면 생산성 유망 분야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기반 R&D 혁신을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창작지능의 진화

AI가 만든 그림, 소설, 영화는 인공지능이 창작까지 할 수 있음을 보였다. 나아가서 단순한 모방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는 설계, 전략 도출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딥드림,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등 AI 방법론들은 학습 데이터 셋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데이터 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
도 사람이 보기에 그럴싸한 이미지, 텍스트를 말이다.

 

■ AI 호문쿨루스(Homunculus)의 등장

체화된 인식(Embodied Cognition),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능이 두뇌뿐만 아니라 신체의 형태, 기능과 연관을 맺고 있다는 개념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생각하는 능력은 어쩌면 우리가 열 개의 손가락을 가졌기 때문에 발달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간의 뇌는 감각 기관이 활동할 때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인간의 지능도 신체의 형태, 기능과 연관을 맺으며 진화해왔다. AI 역시 기술력을 보다 발전시키고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자동차, 드론, 로봇 팔 등 물리적 실체를 통한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짐을 시사하고 있다.

 

■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Form factor)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이어 AI를 위한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AI 반도체라 일컫는 학습(Learning), 추론(Inference)에 특화된 연산장치는 ‘적정 효율’을 갖춘 AI용 컴퓨팅 폼팩터를 마련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다. 인텔의 칩셋이 표준형 PC라는 폼팩터를 정의했듯이 AI 또한 GPU, ASIC 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에 새로운 전용 연산장치들이 어떤 역할을 하며, 시장 구도를 만들어나갈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TRI 김명준 원장은“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정부에서‘AI 국가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AI R&D 전략 수립을 위한 방향 설정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AI 전략을 지엽적으로 파악하거나 범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전문은 ETRI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 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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