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집중식에서 분산처리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클라우드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클라우드는 ‘대세’다. 전통의 온프레미스(On-premise) 서버 시스템과 비교해 뛰어난 확장성,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 비용은 이제 기업이 클라우드를 반드시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요즘 새롭게 개발되는 각종 솔루션만 봐도 클라우드 기반이 아닌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중앙 집중형 클라우드의 한계는 명확하다. 연결된 노드(Node)의 수가 늘어날수록, 말단의 단말기와 중앙 서버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응답성과 처리 효율은 급격히 저하된다. 이는 모든 작업이 네트워크를 거쳐 중앙에서 처리되는 기존 클라우드 구조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문제다.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은 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일종의 지방자치 네트워크

이는 사용자 단말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를 원거리의 클라우드 서버 대신, 단말기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소규모 엣지 서버에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일종의 네트워크 지방자치 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 때 굳이 시청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동사무소로 가는 이유도 그것이 훨씬 빠르고, 신속하기 때문이다. 엣지 컴퓨팅도 마찬가지다. 정제되지 않은 모든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에서 일괄처리하는 대신, 사소한 데이터와 처리 작업은 가까운 서버에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엣지 컴퓨팅 구조 내에서 중앙의 클라우드는 중요 데이터 연산에만 관여하면 되므로 전체적인 가동성과 실시간 서비스 품질이 향상된다. 특히 스마트시티·스마트팩토리처럼 다량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기초적인 데이터 저장과 정제는 엣지단에서 처리하는 것이 전체 시스템의 부하를 줄이는 측면에서도 더 낫다. 

시스템 규모가 커질수록 적절한 분권화로 전체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응답성이 중요한 분야 어디서든 활약 가능

엣지 컴퓨팅은 초저지연 5G, 자율주행 인프라 기술과 궁합이 좋은 편이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V2X 인프라를 구성하는 경우, 각 도로와 인접한 장소에 엣지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면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동차와 도로 간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진다.

차는 순간적인 이동거리가 길다. 그만큼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 단말기, 도로 신호체계와의 통신은 빠르고 신속할수록 만일의 사고를 방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과 빠른 처리가 중요한 스마트팩토리 환경에서도 엣지 컴퓨팅은 좋은 효율을 나타낼 수 있다.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는 각각의 엣지가 전체 서비스 처리의 일부를 분담함으로써 중앙 서버에 갑작스러운 장애가 발생해도, 연결된 시스템이 일거에 마비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 

반면 보안 측면에선 장단점이 공존한다. 데이터가 중앙에만 집중되지 않는 구조는 데이터 유출 피해를 최소화해 주지만,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개별 엣지 서버는 해커의 공격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엣지 컴퓨팅 구성을 위한 추가적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도입 비용이 수반되므로, 엣지 컴퓨팅 시스템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비용 측면과 함께, 엣지가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기업들의 높은 관심 속에 엣지 컴퓨팅 관련 기술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2020년 10대 기술 전략 트렌드에도 ‘자율권을 가진 엣지’는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업계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SKT와 KT도 최근 각각 '글로벌 MEC TF'와 '5G 퓨처포럼'이란 이름의 세계 모바일 엣지 컴퓨팅 협력체를 발족하며 엣지 컴퓨팅 기술 관련 주도권 강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그만큼 엣지 개념이 클라우드 생태계 내에서 관여하는 영역은 앞으로도 점점 확장될 것이다.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에도 엣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구성했는지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엣지 컴퓨팅 개념 설명도 (자료=SKT)

인공지능, 몰입기술, 통신 등 보다 다양한 영역에 접목될 것

작년에 이어 올해 엣지 컴퓨팅이 가장 주목받을 영역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등이 꼽힌다. 특히 통신 업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5G와 엣지 컴퓨팅 기술을 결합한 MEC(Mobile Edge Computing) 개념을 앞세운 품질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는 주로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의 5G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 5G 주요 거점에 MEC 센터를 구축하고,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의 응답속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한 올해는 대용량 데이터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중요한 가상현실 콘텐츠와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운영에도 5G와 엣지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공지능 업계에서 주목받는 온디바이스 AI(On-Divice AI) 기술 기반의 '연합학습' 역시 엣지 컴퓨팅의 일종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인공지능 학습과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를 기기 내에서 수행하고, 비식별 처리된 데이터만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다. 이후 서버는 개별 디바이스로부터 전송된 데이터를 취합해 AI 모델을 개선한 뒤, 이를 다시 각 디바이스로 보내 업데이트 하는 방법으로 AI의 성능은 개선하면서 개인정보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엣지 컴퓨팅 개념은 효율적인 분권 체계를 기반으로 기존 클라우드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주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이제 클라우드를 넘어 엣지 퍼스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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